[경제] 美, 세탁기·냉장고에 25% 관세 부과…국내 가전업계 부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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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연방대법원의 상호 관세 위법 판결 직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2일(현지시간) 무역확장법 232조 개편을 통해 철강·알루미늄·구리 함량이 15% 이상인 제품의 경우 제품 가격의 25%를 관세로 일률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미국 정부는 제품에 사용된 철강 등의 함량 비중에 비례해 50% 관세를 부과했지만, 이제 완제품 가격의 25%로 일괄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해외에서 제조됐으나 미국산 철강·알루미늄·구리로 만든 제품에는 10%의 관세를 적용한다. 또한 일부 전력망·산업 장비에 대해서는 내년까지 15% 관세를 부과한다. 다만 철강·알루미늄·구리에 대한 '품목 관세'는 지금처럼 50%를 유지한다. 바뀐 관세율은 오는 6일 오전 0시 1분(미 동부시간)부터 적용된다.
한국무역협회
3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이번 조치의 핵심은 관세 부과 기준을 기존 ‘재료 함량’에서 ‘완제품 가격’으로 바꾼 것이다. 25%의 관세가 부과되는 품목은 가전·부품, 모터, 자동차 부품, 구리 전선·케이블 등이다. 한국의 주력 수출 제품이다. 내년까지 한시적으로 15%를 적용받는 품목은 대형 변압기, 산업기계류 등이다. 인공지능(AI) 전력망 확충에 필수적인 제품으로 꼽힌다. 무역협회는 “가전, 전선·케이블, 일부 자동차부품은 함량 기준이 아닌 전체 가치 기준으로 전환되며 관세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화장품·식품 등의 경우 관세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당장 통관을 앞둔 물량부터 새로운 관세율을 적용받는다. 가전업계의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보통 세탁기·냉장고 등은 철강·알루미늄 함량이 15%를 웃돌아서다. 예컨대 현지에서 1000달러에 판매되는 세탁기의 경우 기존에는 외관 케이스·모터 등에 사용된 철강 자재원가에 대한 관세(50%)와 상호관세(15%)를 더해 대략 220달러의 관세를 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제품가의 25%인 250달러가 관세로 부과된다.
특히 가전업계는 미국 시장에 가격이 비싼 프리미엄 대형 가전을 공격적으로 수출하고 있다. 스마트 제어판과 대형 디스플레이 등이 탑재된 양문형 냉장고, 드럼세탁기 등이다. 철강 함량 비중으로 관세를 매기는 것보다 완제품 전체 가격을 기준으로 일괄 25% 관세를 부과하는 게 부담이 더 크다. 가전 소비자 가격이 오르면 현지 수요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무역협회
삼성전자는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에서, LG전자는 테네시 공장에서 세탁기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북미 수요 전체를 현지 공장으로 충당하지는 못하고 있다. 일부 수출 물량은 관세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실제 관세 부담이 얼마나 커질지는 정확히 따져봐야 한다”면서도 “미국산 철강을 사용해 관세율을 낮추거나 공급망을 다변화해 원가율을 낮추는 등의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완성차 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차체 프레임·도어·섀시 등 자동차 부품에 25% 관세가 부과되면 원가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날 산업통상부는 철강·기계·자동차 등 업종별 협회와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업계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정부 관계자는 “복잡한 함량가치 계산 의무가 사라져 관세 산정 부담이 줄어드는 측면이 있다”며 “특히 금속 중량 비중이 낮은 제품군은 관세 부담에서 벗어나게 되는 긍정적 요인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의약품에 100%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령에도 서명했다. 다만 미국과 별도 무역합의를 한 한국·일본·유럽연합(EU)에는 15%, 영국에는 10%의 별도 관세율이 적용된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수출 주력 품목인 제네릭(복제약)과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는 무관세(0%) 혜택을 받게 됐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한국은 종전 수준대로 15% 관세를 적용받게 돼 큰 변수 없이 기존 대응 체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내 생산·공급망 재편과 비미국 시장 진출 확대 등 다변화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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