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스탈린 시대가 보낸 서늘한 경고…영화 ‘두 검사’ 극찬 터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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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두 검사' 속 한 장면. 검찰총장 비신스키(아나톨리 벨리)가 총장실에서 코르네프(알렉산드르 쿠즈네초프)를 쳐다본다. [엠엔엠 인터내셔널]
1일 개봉한 영화 ‘두 검사’는 얼핏 지루한 예술영화의 외피를 쓴, 서늘하고 흥미로운 스릴러다. 이야기에 몰입하다 보면 미리 알고도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얼얼한 느낌과 함께 화면을 덮은 엔딩 크레딧을 보게 된다.
영화의 배경은 1937년 스탈린 대숙청 시기, 레닌의 뒤를 이은 스탈린이 보다 본격적인 독재 체제를 구축하면서 방해 세력을 모조리 제거하던 때다. 시베리아 강제수용소에 16년간 수감되었던 러시아 작가 게오르기 데미도프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우크라이나 거장 세르히 로즈니차 감독이 만들었다. 체제에 대한 믿음으로 가득한 젊은 검사의 선의가, 체제로부터 멍청한 순진함이라 농락당하는 과정을 반전 스토리로 담았다.
이야기는 대숙청의 중심지인 브랸스크 교도소에서 시작한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수감자들의 탄원서는 모조리 불에 타지만, 휴지심에 쓰인 혈서 한장만은 살아서 새내기 검사 코르네프(알렉산드르 쿠즈네초프)의 손에 들어간다.
영화 '두 검사' 속 한 장면. 브랸스크 교도소를 찾은 새내기 검사 코르네프가 교도관들의 안내를 받아 여러 방을 전전한다.[엠엔엠 인터내셔널]
코르네프는 혈서의 주인이 법대 시절 존경하던 검사 출신 법학자 스테프냐크(알렉산드르 필리펜코)임을 직감한다. 교도소 측의 지연 작전을 뚫고 스테프냐크를 독대한 코르네프는 지역 내무인민위원부(NKVD)가 조직적으로 공산당 원로들을 숙청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지역 내 모든 기관이 연루돼 있음을 직감한 코르네프는 이를 고발하기 위해 ‘스탈린 동지’가 있는 모스크바로 향한다.
영화의 묘미는 ‘두 검사’라는 제목의 의미를 깨닫는 순간. 모스크바에 도착한 코르네프가 검찰총장 비신스키(아나톨리 벨리)를 만나는 장면이다. 코르네프가 스테프냐크를 만나는 영화 전반부와 비신스키를 만나는 후반부는 두 검사의 긴장감 넘치는 독대가 데칼코마니처럼 펼쳐진다. 눈치 없는 한 검사의 끈질긴 기다림과 마침내 얻어낸 면담, 차가운 교도소와 화려한 총장실, 분노에 찬 눈빛과 자긍심에 빛나는 눈빛이 대조된다.
코르네프가 브랸스크에서 모스크바로 향하는 열차와, 모스크바에서 브랸스크로 돌아가는 열차 속 에피소드도 마찬가지다. 외다리 참전 용사(알렉산드르 필리펜코 1인 2역)가 레닌에게 청원한 일화를 늘어 놓는 장면과, 엔지니어들이 소련 체제 찬가인 쇼스타코비치의 ‘송 오브 더 카운터플랜(Song of the Counterplan)’을 부르는 모습이다. 은유와 풍자에 아이러니가 가득하다.
영화 '두 검사' 속 한 장면. 모스크바에 도착한 코르네프가 검찰청을 찾아간다.[엠엔엠 인터내셔널]
끊임없이 이어지는 복도와 방, 좁은 열차 객실과 차량 내부를 카메라가 이동하지 않는 ‘스태틱 샷’(Static Shot)으로만 촬영해 갑갑한 느낌을 연출했다. 흑백 영화는 아니지만, 초록과 노랑 같은 생동감 있는 색감을 화면에서 의도적으로 지워 삭막한 느낌을 더했다. 영화는 스탈린 체제의 비극은 목적으로 수단을 정당화한 레닌 체제부터 예고됐음을 암시한다. 이념과 신앙의 꼭대기에 선 이들이 정작 이념과 신앙을 끊임없이 배반하는 현실은 시공간을 초월해 데칼코마니처럼 겹쳐 보인다. 2025년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해, 프랑수아 샬레 상을 수상했다. 당시 “현실과 맞닿은 뜨거운 우화”라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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