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누구나 약으로 독 만드는 시대”…김소영이 던진 무서운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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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선 성균관대 석좌교수가 교내 연구실에서 중앙SUNDAY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기웅 기자

“기술과 수법이 급격히 발전한 현실에선 스스로 경계하고 조심하는 게 최선입니다.”

최근 서울 강북구 일대 모텔에서 ‘강북 모텔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하는 등 치명적인 독극물을 음료 등에 몰래 섞어 다수의 사상자를 낳는 사건이 잇따라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시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지만 관계기관도 뚜렷한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정희선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석좌교수는 “최근 들어 인공지능(AI)의 발달로 일반인들도 특정 약물이나 전문지식에 대한 접근과 활용이 훨씬 용이해졌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며 “특히 낯선 사람이 건네는 음식은 각별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정 교수는 1978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임용된 뒤 마약분석과장·법과학부장 등을 거친 약물 관련 과학 수사 전문가로 2008년 여성 최초로 국과수 소장에 임명됐다. 이어 국과수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승격되자 초대 원장을 맡기도 했다.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과 유엔 마약범죄사무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해 왔다.

강북 모텔 연쇄살인 사건의 충격이 크다.
“과거에도 마약이나 전문 의약품을 사용해 피해자에게 해를 끼친 범죄는 종종 있었다. 2018년엔 간호조무사 여성이 프로포폴과 리도카인·디클로페낙 등을 투약해 남성을 살해한 ‘부천 링거 살인 사건’이 벌어졌고 2017년엔 성형외과 의사 남편이 수면제와 마취제 등을 섞어 투약해 아내를 살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연쇄살인 사건 피의자는 약물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전문가가 아니라 평범한 일반인이란 점에서 충격적이다.”
범죄에 사용된 약은 의사 처방을 받을 경우 누구나 구할 수 있는 품목인데.
“약과 독은 사실 다를 게 없다. 종류를 불문하고 용량과 용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얼마든지 사람을 해칠 수 있다. 여러 약물을 혼합하면 효과도 증폭된다. 강북 모텔 연쇄살인 사건엔 신경안정제와 항우울제, 부정맥 치료제와 항히스타민제 등이 사용됐는데 이들 약품을 술에 한꺼번에 섞어 마시면 호흡 곤란으로 사망할 수 있다. 특히 벤조디아제핀 계열 약물 등은 의사 처방이 있어야 구할 수 있는 품목이지만 개인이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까지 확인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정 교수는 그러면서 “문제는 AI의 급속한 발전으로 누구나 어렵잖게 전문지식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지금도 상용 AI 서비스에서는 인간을 사망에 이르는 방법에 대해선 답하지 않게 돼 있다. 다만 간접적으로 지식을 습득하는 것까지 일괄적으로 막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약은 누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AI 시대엔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마약 분야에서도 AI 논란이 거세다.
“신종 마약을 만들 때 AI를 활용하면 개발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마약 성분의 화학 구조를 AI에 학습시킨 뒤 신종 마약 후보 물질을 예측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신종 마약은 기존의 마약 검사로는 검출이 어렵다 보니 ‘스텔스 마약’으로도 불린다.”
막는 쪽은 AI를 어떻게 활용하나.
“동일한 방법으로 AI를 활용해 신종 마약 후보 물질을 예측한다. 2020~2024년 5년간 국과수가 발견한 신종 마약만 41종에 달한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도 전 세계적으로 매주 2~3종의 신종 마약이 생겨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빨라도 대응은 한발 늦을 수밖에 없다. 국제적인 협력과 공조가 필수인 이유다.”
국제 협력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아시아와 미국·유럽 등 지역별로 주로 유통되는 신종 마약이 각각 다르다 보니 어디서든 신종 마약을 발견하면 최대한 빨리 정보를 공유하고 국제적 이동을 제한하는 게 급선무다. 타이밍을 놓치면 순식간에 세계 각국으로 퍼져 나가기 때문이다. 우리도 국제 공조와 협력에 적극 나서고 있는 중이다.”
약물이 첨가된 걸 알아챌 방법은 없나.
“약물 범죄의 발전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른 만큼 스스로 조심하는 것 외엔 아직 뚜렷한 해법은 없는 상황이다. 저도 2019년 ‘버닝썬 사건’과 2023년 ‘강남 학원가 마약 사건’ 이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휴대용 진단 키트를 개발했지만 매일 쏟아지는 신종 약물을 모두 걸러내긴 쉽지 않다. 제2, 제3의 치명적인 약물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당국과 시민 모두 각별한 경각심을 갖고 대처해 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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