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옷 갈아입는데 왜 문을”…전북 산하기관 간부 성희롱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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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일러스트. [중앙포토]
여직원 “문 잠그는 건 상식…모욕적”
전북도 산하 기관의 한 간부가 부하 여직원을 성희롱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전북도가 진상 조사에 나섰다. 피해 직원이 도움을 요청한 이후에도 가해자로 지목된 간부의 보복성 감시·괴롭힘이 이어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해당 간부는 “일방적 주장이라 억울하다”고 반박했다.
4일 전북도에 따르면 도 감사위원회는 최근 성희롱·갑질 의혹이 제기된 도 산하 모 기관 팀장(5급) A씨(50대)를 상대로 조사하고 있다. 양측 갈등은 지난 2월 24일 청사 관리를 맡은 B씨(40대·여)가 공무직 공용 휴게실에서 옷을 갈아입던 중 A 팀장이 찾아오면서 불거졌다. B씨가 전날 병가를 쓰고 출근한 날이었다.
B씨에 따르면 당시 노크 소리에 B씨가 문을 열자 A 팀장이 “왜 문을 잠갔냐”고 물었다. B씨가 “옷을 갈아입었다”고 하자 A 팀장은 “옷을 갈아입는데 왜 문을 잠그냐”고 따졌다고 한다. 해당 휴게실 문은 도어락이 있어 닫히면 자동으로 잠기는 구조지만, A 팀장은 그 자리에서 도어락의 자동 잠금 센서를 제거했다고 한다. 이어 “여기는 문을 잠그면 안 되는 곳”이라며 “문을 잠그지 말고 옷을 갈아입으라”고 말했다는 게 B씨 주장이다. B씨는 “많은 사람이 오가는 공간에서 옷을 갈아입을 때 문을 잠그는 건 상식인데, 그런 말을 들으니 모욕적이고 수치스러웠다”고 토로했다.

갈등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청각장애 직원에 낭독 강요” 의혹도
B씨는 이후에도 괴롭힘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A 팀장이 평소 담당하는 구역이 아닌 곳까지 청소를 시키며 업무 범위를 벗어나는 지시를 반복했다는 것이다. B씨가 항의하자 “환경미화면 미화답게 청소하라”는 말이 돌아왔다고 한다. B씨는 또 A 팀장이 청소 상태를 이유로 공개적으로 질책하거나 담배꽁초나 화장지 조각 등을 반복적으로 문제 삼았다고 주장했다.
감시 의혹도 제기됐다. B씨가 A 팀장의 괴롭힘을 공론화하자 A 팀장이 사무실 내 폐쇄회로(CC)TV 모니터를 통해 B씨의 동선과 위치를 확인하거나 차 안에서 B씨 출근 여부를 지켜보는 등 ‘2차 가해’를 했다는 주장이다. 지난 2월 27일엔 A 팀장이 “내일 도지사님이 방문하시니 퇴근 전 화장실 위주로 청소하라”고 지시했으나, 정작 도지사 방문 일정 자체가 없었다고 한다. B씨는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으며, 수면 장애와 불안 증세로 약을 먹어야만 잠을 잘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여직원에 대한 장애인 인권 침해 의혹도 제기됐다. 익명을 원한 한 동료는 “A 팀장이 2월 말 전임 기관장 이임식 때 청각장애를 가진 C씨(20대)에게 감사패 문구를 낭송하라고 강요했다”며 “말이 어눌한 C씨가 수차례 거부하자 사무실에서 고성을 질렀고, A 팀장 때문에 울 정도로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판사봉 이미지. [사진 셔터스톡]
팀장 “정당한 업무 수행” 반발
이에 대해 A 팀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정당한 업무 수행이었다”며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성희롱 의혹과 관련해선 “‘옷 갈아입는데 왜 문을 잠그냐’는 식의 표현 자체를 한 적이 없다”며 “노크 후 내부에서 문을 열어줬고, ‘그곳은 사적 공간이 아니다’는 취지의 말은 했다”고 반박했다.
부당한 업무 지시와 감시 의혹에 대해선 “통상적인 관리·감독”이라며 “근무 태만 등 기존 관행을 바로잡자 일부 직원이 나를 찍어 내려고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도지사 방문 대비 청소 지시는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청각장애 여직원에 대해선 “말이 어눌하지만 충분히 의사 표현이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키워주고 경험을 쌓게 하려는 목적이었다. 고성은 없었다”고 했다.
B씨는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진정을 냈다. 전북도 담당자 안내로 지난달 30일 외부 성폭력 상담센터에서 상담도 받았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절차대로 신속히 조치하라”고 지시했고, 전북도는 A 팀장과 B씨를 분리 조치했다. 피해자 접근과 직접 업무 지시도 금지했다. 도 감사위는 “갑질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한 뒤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도 여성가족과는 “B씨 신청에 따라 감사위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고충심의위원회를 열어 성희롱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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