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사일·드론 말고 또 있다…美·이스라엘 겨눈 이란의 이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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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알리키파시 수도국에 설치된 모니터에 “당신들은 해킹 됐다”는 내용의 경고 문구가 띄워져 있다. 당시 이란과 연계된 해커 조직의 사이버 테러로 알리키파시 상수도 펌프장이 고장 나 단수가 됐다. AP=연합뉴스

지난달 초 이스라엘의 한 도시에서 미사일 경보 사이렌이 울렸다. 동시에 수천 명의 이스라엘 시민에게 대피소 안내 앱을 다운받으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가 전송됐다. 이스라엘군을 사칭한 해커 조직이 보낸 것으로, 앱은 개인정보를 탈취하기 위해 만든 가짜였다.

같은 시간 또 다른 이스라엘 시민들은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죽었다. 너에게도 죽음이 다가오고 곧 지옥문이 열릴 것이다. 이란 미사일의 포화에 휩싸이기 전에 팔레스타인을 떠나라”는 섬뜩한 내용의 단체 문자를 받았다.

미국·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이란이 믿는 무기는 탄도미사일과 드론만이 아니다. 총 대신 키보드를 들고 싸우는 사이버 해킹 부대는 이란이 동원할 수 있는 가장 노련한 전사 중 하나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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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과의 전쟁 과정에서 이란은 해킹을 주요한 공격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의 해킹 공격은 개인 정보 수집과 공포 조장을 넘어 실제 전쟁에 활용되고 있다. 이스라엘 보안기업 체크포인트 소프트웨어의 길 메싱 이사는 FT에 “이란 해커들은 이스라엘과 중동 일대의 보안 카메라 영상을 확보해 (이란의) 드론·미사일 공격의 좌표 설정에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기업과 정보기관 보안망도 뚫어낸다. 지난달 11일 영국 국가보건서비스(NHS) 등을 고객으로 둔 미국 의료 기기 기업 스트라이커의 글로벌 전산망이 해킹당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 연계 해커 집단 ‘한달라’의 소행으로, 스트라이커 직원의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 기반 기기의 데이터 20만 건이 삭제됐다.

미국의 많은 병원이 이 기업의 수술용 장비를 사용해, 만약 사태가 장기화했다면 의료 공백 사태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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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과 연계된 해커 집단 한달라가 지난달 27일 캐시 파텔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해킹해 이메일 등 개인 정보를 탈취했다고 주장하는 글을 웹사이트에 올렸다. 로이터=연합뉴스

한달라는 지난달 27일엔 캐시 파텔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이메일 계정도 해킹해 파텔 국장의 개인 사진과 이메일을 온라인에 유포했다. 이란 해커 조직은 지난 2022년에도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다비드 바르네아 국장 부인의 휴대전화를 해킹해 개인정보를 텔레그램에 유출했다.

FT에 따르면 이란 해커 조직은 3가지 유형이 있다. 이란 정보부와 이슬람혁명수비대가 직접 육성·관리하는 전문 그룹, 이란 측에 고용돼 움직이는 범죄조직, 자발적으로 활동하는 집단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책임 회피다. 수많은 위장 조직을 통해 해킹을 철저히 민간 소행으로 포장해 이란 정부와의 연관성을 부인할 수 있게 하는 전략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이란은 사이버전에 취약했다. 2010년 미국과 이스라엘은 악성코드 스턱스넷을 통해 이란 나탄즈 핵 시설에 침투해 우라늄 원심분리기 1000여 기를 자폭하게 하고 이란의 핵 개발을 수년간 지연시켰다. 이 사건 이후 이란은 절치부심하고 사이버 전력을 집중적으로 육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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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이란 테헤란의 한 건물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되는 폭발로 인해 화염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다만 이란의 해킹 수준은 미국·이스라엘·중국·러시아 등에 비하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악성코드를 배포해 정보를 탈취하거나 데이터를 무단으로 삭제하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이스라엘은 탈취한 디지털 정보에 인공지능(AI)을 결합해 이란을 타격 중이다. 이스라엘은 통신 감청, 해킹을 통해 이란 테헤란에 설치된 교통 카메라와 결제 시스템 정보까지 빼냈다. 이를 AI로 분석해 미사일과 드론 등으로 광범위한 피해 없이 이란 지도부만 겨냥한 ‘핀셋 사살’을 벌였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그럼에도 이란의 사이버 공격을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의 보안망은 상대적으로 허술해 해킹 공격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국가가 핵심 인프라 보안을 직접 통제하는 이스라엘과 달리 미국은 전력·의료·금융 등 주요 인프라의 80~90%가 민간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알리키파시 수도국에선 이란과 연계된 해커 조직의 사이버 테러로 상수도 펌프장이 고장 나 단수가 되기도 했다.

FT는 “이란이 과거와 달리 정수 시설 등 주요 인프라를 해킹하지 않고 있다”며 “전쟁으로 이란의 해킹 역량이 낮아진 것일 수도 있지만, 주요 타깃에 이미 잠복해 있을 가능성도 크다”고 전했다. 매슈 페렌 미 외교협회(CFR) 연구원은 “이란이 재정비할 시간과 공간을 확보한다면 훨씬 결정적이고 치명적인 (해킹) 공격을 할 역량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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