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법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소장 못 받았다면 재판 다시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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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불출석에 대한 책임을 피고인에게 묻기 어려운 상황에서 궐석재판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면 이는 재심 사유에 해당한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A씨는 2022년 2월 충북 증평군청 앞에서 피해자로부터 현금 1000만원을 건네받은 뒤 이를 다른 계좌로 송금한 혐의(사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는 “당신 아들이 1000만원을 빌려갔는데 갚지 않아 아들을 잡아 왔다. 1000만원을 가지고 와라”는 전화를 믿고 A씨에게 1000만원을 건넸다.

1심은 A씨 불출석 상태에서 진행됐다. 공소장·소환장 등 재판 진행에 필요한 서류가 A씨에게 전달되지 못했고, 결국 재판부는 공시송달 후 기소 약 1년 뒤에야 재판을 진행했다. 공시송달이란 소송 당사자의 주소 등을 알 수 없어 서류 전달이 불가능할 때, 법원 게시판 등에 내용을 공고하고 2주가 지나면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송달불능보고서 접수 후부터 6개월이 지나도록 피고인의 소재를 확인할 수 없으면 법원은 피고인 진술 없이 재판할 수 있다.

1심 법원은 A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검사만 항소한 상태에서 2심이 진행됐으나 결과는 같았다. 검사 측은 A씨 소재를 찾고자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1심과 마찬가지로 공시송달 후 선고가 진행됐으나, 2심 선고기일까지도 A씨는 나오지 않았다.

A씨는 2심 선고 4개월 뒤에서야 자신이 징역형을 선고받은 걸 알게 됐고, 법원에 상소권회복청구를 냈다. 상소는 원심 판결로부터 14일 이내에만 가능하지만, 만일 피고인의 귀책사유 없이 불출석한 것이라면 상소권회복을 청구할 수 있다. 일용직 노동자로 주거가 일정하지 않은 경우, 천재지변 등이 이에 해당한다. 법원은 “A씨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상고기간 내에 상고하지 못했다”며 상소권회복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사건을 파기하고 원심 법원으로 되돌려보냈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A씨는 공소장 부본, 소환장 등을 송달받지 못해 1심 판결이 선고되고 검사의 항소가 기각된 사실도 알지 못하다가 나중에 선고 사실을 알게 되자 상고권회복청구를 했다”며 “1·2심 판결은 A씨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불출석한 상태에서 이뤄진 것으로서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다 할 것”이라고 했다. 사건은 하급심에서 다시 처음부터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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