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세탁소 비싸 ‘홈드라이’, 싼 식당 찾아 ‘거지맵’…중동 전쟁에 허리띠 졸라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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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에 사는 이모(38)씨는 최근 인터넷 쇼핑몰에서 가정용 드라이클리닝 세제를 샀다. 겨울옷을 드라이클리닝 하기 위해 세탁소를 찾았다가 비싼 가격에 부담을 느껴서다. 이씨는 “겨울 코트 1벌에 3만~4만원이라길래 깜짝 놀랐다”며 “외투는 세탁소에 맡기더라도 셔츠나 니트는 집에서 빨아 입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홈 드라이 세제를 2개 사서 하나는 친정에도 보내줬다”고 말했다.
세탁비 부담이 커진 건 드라이클리닝에 쓰이는 솔벤트 등 세탁용 유기용제 가격이 오른 탓이다. 서울 강서구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김모(62)씨는 “20L에 3만원 정도 하던 세탁용제 가격이 최근 5만원까지 올랐다”며 “비닐부터 옷걸이까지 전부 다 가격이 올라 큰일”이라고 했다. 한 소셜미디어(SNS) 사용자는 “4명 가족 겨울 외투 11벌을 들고 세탁소에 갔더니 28만원이라고 하더라”며 “모자에 달린 털 때문에 더 비싸다고 하길래 털이라도 떼서 집에서 빨려고 가져왔다”고 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으로 생활 물가가 치솟자 일부 소비자들이 가격이 싼 대체품 찾기에 나섰다. 각종 공산품에 쓰이는 나프타 등 석유화학 원료 가격이 오른 데 이어 원화 값 하락세(환율 상승)가 이어지면서 수입 물가도 오른 탓이다.
거지맵 웹사이트 화면. 사이트 화면 캡쳐
고물가·고환율에 지갑 사정이 여의치 않아지자 저렴한 식당을 찾는 이들도 늘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음식 가격이 1만원 이하인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식당을 안내하는 ‘거지맵’이 화제다. 거지맵 개발자 최성수(35)씨는 “집 밖에서 식사를 해결하다 보면 몇 년 전보다 물가가 크게 올랐다는 게 새삼 느껴질 때가 많다”며 “절약하고 싶은 사람이 한번 여러 식당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출시한 지 2주 만에 방문자가 50만명이 넘었고, 식당 제보는 5000개 넘게 들어왔다. 절약해서 돈을 모으려는 2030 세대가 주 이용층”이라고 했다.
지난 1일 서울시 마포구 가성비 식당에서 거지맵 개발자 최성수(35)씨가 플랫폼을 소개하고 있다. 한찬우 기자
생활용품 수급 대란 우려에 각종 물건을 사재기하는 모습도 일부 나타났다. 인터넷 쇼핑몰 구매 내역을 캡처해 올린 SNS 사용자는 “생수·비닐·물티슈·주방세제·지퍼백 다 사놨다”며 “또 뭐 사놓지? 이놈의 전쟁”이라고 했다. “난 쓰봉(쓰레기봉투) 빼고 다 사재기했다. 화장지·세제·지퍼백·롤백·위생장갑…”는 글도 SNS에 올랐다.

중동발 생필품 수급 우려에 각종 생활용품을 미리 샀다는 소셜미디어(SNS) 글. 사진 SNS 화면 캡처
증시 불안으로 돈을 잃은 개인 투자자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성인이 된 직후부터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는 직장인 장모(26)씨는 “이란 사태 발발 이후 증시가 크게 변동하는 바람에 700만원 손실을 봤다”며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밥은 전부 회사 구내식당에서 해결하고, 술 약속도 잘 안 잡고 있다”고 말했다. 학원 강사 김모(26)씨는 “연초에 반도체 기업 주가 등이 오르는 걸 보고 주식투자를 시작했는데, 바로 이란 전쟁이 터져서 울고 싶은 마음이었다”며 “1달 만에 벌써 100만원 넘게 손실을 봤다. 주말엔 돈 아끼려고 라면만 먹기도 한다”고 말했다.
기름값 상승이 이미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단 분석도 나온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했는데, 석유류 가격 상승률이 9.9%였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두바이유 배럴당 월평균 가격은 지난 2월 68.4달러에서 지난달 128.5달러로 87.9% 뛰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동사태로 원유 공급이 제한되면 시장 논리에 따라 각종 제품 가격이 오르는 건 당연하다”며 “결국 소비자와 영세 자영업자까지 더 비싼 값을 치러야 하는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아직까진 석유류 제품 등의 공급이 가능한 상태지만, 사태가 더 길어진다면 세제 정책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동시에 수입국을 다변화하는 등 대체재를 모색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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