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강선우와 달라”…‘돈봉투 제명’ 김관영 가처분 신청서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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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영 전북지사가 지난해 11월 30일 전북 전주시 한 식당에서 20~30대 지역 청년들에게 돈을 건네는 장면이 찍힌 폐쇄회로TV 영상 캡처.

김관영 “술자리 해프닝…제명 결의 무효”

술자리 ‘현금 살포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에서 제명된 김관영 전북지사가 지난 2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4월 1일 최고위원회의 제명 결의는 본안 판결 전까지 효력을 정지해야 한다”면서다. 제명이 유지될 경우 전북지사 후보 경선에 참여할 수 없어 회복이 불가능한 손해가 발생한다는 논리다.

5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가처분 신청서에 따르면 김 지사 측은 처신이 부적절했던 점은 인정하면서도 ①법리적 부당성 ②절차적 결함(비상징계권 남용) ③징계 양정의 과도함 등 크게 세 가지를 들어 “제명 결의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술자리에서 일어난 해프닝인 점 ▶즉각 대리비를 회수한 점 ▶정치적 배경이 의심되는 졸속 징계인 점 ▶압도적 지지율을 얻고 있는 후보라는 점 등을 근거로 댔다.

사건은 지난해 11월 30일 전주 한 식당에서 발생했다. 김 지사는 전북에서 정치 활동 등을 하는 청년 20여명이 모인 식사 자리에 격려차 참석했다. 그는 신청서에서 “이날 오후 6시 30분~9시 평소 주량보다 많은 폭탄주 20여 잔을 마셨다”고 했다. 이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청년들의 음주운전이 걱정돼 본인 백팩에서 비상금 봉투를 꺼내 대리비로 68만원을 나눠줬다고 한다. 이후 동석한 도청 공무원이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하자 즉시 회수를 지시해 이튿날 전액 돌려받았다는 게 김 지사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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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금품 제공 의혹이 불거진 김관영 전북지사에 대해 최고위원 만장일치로 제명했다. [연합뉴스]

“1억 받은 강선우와 비교? 어불성설”

그리고 넉 달 뒤인 지난 1일 오전 9시,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김 지사에 대한 긴급 감찰을 지시했다. 전북경찰청에 관련 고발장이 접수됐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김 지사는 즉각 기자회견을 자청해 경위를 해명하고 윤리감찰단의 조사에 응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정 대표의 비상징계 권한으로, 같은 날 오후 9시 긴급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만장일치로 제명을 의결했다. 감찰 지시부터 제명까지 12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김 지사 측은 이런 ‘속전속결 제명’의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았다. 민주당 윤리심판원 규정 제32조는 ‘선거 또는 비상한 시기에 중대하고 현저한 징계 사유’가 있을 때만 정규 절차를 생략한 비상징계를 허용한다. 그러나 김 지사는 “도지사 본선까지 두 달 이상 남은 상황에서 긴급 처분이 불가피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중대하고 현저한 비위로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자신을 강선우 의원에 빗댄 한 당직자 발언을 콕 집어 “1억원의 정치 자금을 받은 것과 몇 만원 대리비를 준 것을 같은 테이블에 놓고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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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살포 의혹'에 휩싸인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가 지난 1일 도청에서 취재진에게 "지난해 11월 말 술을 곁들인 저녁 식사 자리에서 청년 15명 정도에게 대리비 명목으로 2만~10만원씩 총 68만원을 나눠줬다가 이튿날 전액 회수했다"며 "당 윤리감찰단에 있는 그대로 소명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충분한 소명 절차 없는 제명은 재량권 남용”

김 지사 측은 기부행위의 위법성에 대해서도 방어 논리를 폈다. 공직선거법 113조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일체 기부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선배가 모임에 참가한 후배들에게 대리비를 준 것은 후보자의 지지 확보나 표 매수 행위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역사적으로 생성된 사회 상규로 볼 수 있어 위법성이 조각될 여지가 있다”는 판례를 인용했다. 설사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더라도 이번 일로 당선 무효형이 선고될 가능성은 작게 봤다.

징계도 과도하다고 했다. 민주당 당규상 징계는 경고부터 당직자 자격 정지, 당원 자격 정지, 제명까지 4가지로 나뉘는데, 제명은 가장 높은 수위다. 김 지사는 “충분한 소명 절차 없이 최고 수위 징계를 내린 것은 명백한 재량권 남용”이라고 했다. 제명은 당원 자격을 박탈해 경선 출마 자체를 막는 만큼 ‘최종적 수단’이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김 지사 측은 이번 징계에 특정 후보를 밀어주고 여론조사에서 줄곧 선두를 달려온 현직 지사를 배제하려는 당 대표 의도가 숨어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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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관영 전북지사, 안호영 의원(완주·진안·무주), 이원택 의원(군산·김제·부안을).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리던 김 지사가 지난 1일 '현금 살포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에서 제명되자 안호영·이원택 의원 등 2명만 4일 민주당 전북지사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연합뉴스]

한병도 “징계하자 없어…인용 쉽지 않을 것”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절차에 따른 징계여서 과정상 하자가 없다. (가처분이) 인용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조승래 사무총장도 “불법적인 현금 살포 행위가 생생하게 기록된 CCTV 녹화물이 있었고 이에 대해 김 지사도 부인하지 못했던 상황”이라며 “전북지사로서 또 민주당 최고 공직자 중 한 명이었던 사람으로서 반성과 성찰의 기회를 갖는 것이 적절하다”고 했다.

김 지사의 가처분 심문은 오는 7일 열린다. 법원이 효력정지를 인용할 경우 김 지사는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기각되면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편, 지난 4일 민주당 전북지사 당내 경선 후보로 안호영·이원택 의원이 등록했다. 본경선은 8~10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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