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F-15 조종사 구조에 ‘타바스의 저주’ 꺼냈다…美 조롱하는 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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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이란 국영방송 IRIB에서 항공기 추락 현장에서 탄약 상자를 수거하고 있는 이란인들이 미국 국기를 거꾸로 든 장면을 송출했다. 아래는 ″당신은 당신의 국기처럼 전복될 것입니다″라는 자막. 사진 RT 캡처

미군 F-15E 전투기 실종 승무원 구조 소식이 전해지자 이란이 즉각 반발하며 공세적 메시지를 쏟아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5일(현지시간) 이스파한 남부에서 실종 미군을 수색하던 미국 측 항공기를 격파했다고 주장했다. IRGC 공보부는 성명에서 “격추된 전투기의 조종사를 수색하던 미국 항공기를 격파했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구조 작전 성공을 주장하는 것은 참담한 패배를 감추려는 필사적인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도박꾼 트럼프여, 타바스 ‘모래의 신’은 아직 건재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1980년 이란 인질 구출 작전 당시 미군이 타바스 사막에서 실패한 ‘독수리발톱 작전’을 빗댄 표현으로, 주로 미국의 군사적 실패를 조롱할 때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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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이란 인질 구출 작전 당시 미군이 타바스 사막에서 실패한 ‘독수리발톱 작전’ 이후 현장 잔해. 사진 미 육군 군사사센터 육군박물관 캡처

이란 측은 앞서 미군 구조 작전에 투입된 항공기 격추와 함께 MQ-9 드론 및 헤르메스 드론을 잇달아 격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란 합동군사령부인 하탐 알안비야 중앙군사본부의 에브리함 졸파가리 대변인은 “C-130 수송기 2대와 블랙호크 헬기 2대가 파괴됐다”고 밝혔으며, 일부 매체는 경찰 특공부대 ‘파라자 레인저스’가 작전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이란 매체들은 “미국이 또 한 번 굴욕적인 패배를 겪었다”고 주장하며 구조 작전 자체를 ‘기만 작전’으로 규정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도 같은 날 X(옛 트위터)에 블랙호크 잔해 사진을 공개하며 “이런 승리를 세 번만 더 하면 미국은 완전히 망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미국의 작전 성공 발표를 조롱하는 듯한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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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이 5일(현지시간) X(옛 트위터)에 블랙 호크 헬리콥터의 잔해가 담긴 사진을 올리면서 영어로 “미국이 이와 같은 승리를 세 번 더 거둔다면 완전히 망할 것”이라고 적었다. 미국의 구조 작전 완수 주장을 비꼰 것이다. 사진 엑스 캡처

앞서 IRGC는 3일 이란 남서부 상공에서 미군 F-15E 스트라이크 이글을 격추했다고 밝혔으며, 해당 전투기에는 2명이 탑승해 1명은 구조됐고 나머지 1명은 이란 영토 내에 낙하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후 미군은 대규모 수색·구조 작전에 돌입했고, 4일 실종자 안전을 확보하며 구조에 성공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 교전을 넘어 내부 구조 변화와 심리전이 결합된 복합 국면으로 분석하고 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센터장은 “혁명수비대가 중앙지휘 약화 속 분산·자율 운영 체제로 전환되며 현장 지휘관 중심의 불완전한 작전과 사기 저하가 나타난 상황에서 미군 구조 작전이 성공했다”며 “(혁명수비대의) 사기 저하가 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영종 국가전략연구원 센터장은 “전투기 조종사는 작전계획 핵심 정보를 아는 인물로, 이란이 생포 시 선전·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었던 만큼 총력전을 펼쳤다”며 “미군이 구조에 성공하면서 ‘인질 사태’로의 확전은 일단 피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이란은 주민들에게 ‘생포’를 촉구하며 현상금(약 9061만원)까지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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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5주차, 거세진 양측 공세 

전장은 개전 5주차에 접어들며 중동 전역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5일 아랍에미리트(UAE) 당국은 서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국경 근처에 있는 루와이스의 보루게 석유화학 공장에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방공 시스템이 이란 드론들을 성공적으로 요격했지만 파편이 떨어지면서 화재가 발생, 공장 생산이 중단됐다고 한다.

같은 날 바레인에서는 국영 에너지기업 바프코(Bapco) 저장시설 내 원유 탱크가 공격을 받아 화재가 발생했으나 현재는 진화됐고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프레스TV는 같은 날 약 1500명의 미 해군이 이란의 미사일 공격 여파로 바레인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쿠웨이트에서도 석유시설과 정부청사, 발전·담수화 시설이 드론 공격을 받아 물적 피해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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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현지시간) 쿠웨이트 시티의 한 고층 빌딩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작업하고 있다. 걸프 지역의 민간 인프라가 연이어 이란의 보복 공격을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번 공격은 친이란 민병대 ‘아샤브 알 카프’의 소행으로 추정되며, 이들은 “샬람체 공격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예멘 반군 후티는 IRGC와 헤즈볼라와 공동으로 이스라엘의 벤구리온 공항 등을 겨냥한 공격을 선언했다. “예멘 내 모사드 첩보망도 붕괴됐다(이란 프레스TV)”는 보도도 나온다.

유럽에서도 불안정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란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조직 ‘아샤브 알-야민’은 방화 및 폭발 공격을 잇달아 주장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국제대테러센터(ICCT)는 “이 단체가 실제 조직인지에 상당한 의문이 있으며 이란 정보기관의 프로젝트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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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26일(현지시간) 이란 부셰르 주에 위치한 부셰르 원자력 발전소의 위성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미·이스라엘의 공세도 이어지고 있다. 양측은 4일 이란 남서부 마흐샤흐르 석유화학 단지와 부셰르 원전을 공격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고위 군 관계자 여러 명이 사망했다(트루스소셜)”고 주장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란의 전투기 격추 주장에 대해선 “모든 미군 전투기는 정상적으로 확인됐다”고 전날 반박했다.

특히 “이스라엘이 향후 일주일 내 이란 에너지 시설 공격을 준비하며 미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로이터)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미·이란 충돌은 거세지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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