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내 골 대신 ‘네 골’ 어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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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니 부앙가(아래)의 골을 도운 뒤 하이파이브를 하는 손흥민. 손흥민은 MLS 도움 단독 1위(7개)를 달리고 있다. [사진 LA FC 인스타그램]
운동선수에게 ‘서른넷’이라는 나이는 유통기한이 다가온 제품처럼 조바심을 자아내는 숫자다. 한국 축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레전드 공격수 손흥민(34·LAFC)조차 ‘에이징 커브(나이에 따른 기량 저하)’라는 냉혹한 단어에서 자유롭지 못 하다. 손흥민이 한 경기에 4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건재를 과시했지만, ‘잔치는 끝났다’는 의혹의 시선은 여전히 그의 주위를 불편하게 맴돈다.
손흥민은 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올랜도시티와의 2026 메이저리그사커(MLS) 서부 콘퍼런스 홈 경기에서 전반 45분 동안 도움 4개를 기록했다. 소속팀 LAFC의 6-0 대승 및 선두 질주(5승1무)에 앞장섰다.
‘움직임과 골 결정력 모두 무뎌졌다’는 평가가 잇따른 이전 여러 경기와 확연히 달랐다. 손흥민은 전반 7분만에 상대 자책골을 유도하며 기세를 올리더니 전반 20분부터 불과 8분 사이에 ‘흥부 듀오’를 이루는 공격 파트너 드니 부앙가(가봉)와 3골을 합작했다. 전반 20분 정확한 침투패스로 부앙가의 칩슛을 도와 첫 골을 합작한 게 신호탄이었다. 3분 뒤 자기 진영에서 길게 찔러준 공간 패스가 추가 골로, 다시 5분 뒤 상대 페널티아크에서 내준 리턴 패스가 부앙가의 해트트릭으로 이어졌다. 손흥민은 전반 40분 상대 위험 지역에서 감각적인 컷백(뒤로 내주는 패스)으로 세르히 팔렌시아의 득점을 어시스트해 4번째 도움을 기록했다.
손흥민은 정규 시즌 도움 기록을 7개로 끌어올리며 이 부문 리그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 챔피언스컵 기록까지 포함하면 시즌 11호 도움이다. 토트넘홋스퍼 소속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누비던 2020년 9월 사우샘프턴전에서 한 경기에 4골을 몰아친 기록이 있지만, 2010년 프로 데뷔 이후 한 경기 4도움은 이번이 최초다. MLS에서 전반에만 4도움을 기록한 건 손흥민이 처음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 손흥민은 기량 저하 의혹에 시달렸다. 코트디부아르전(0-4패), 오스트리아전(0-1패) 등 앞서 치른 A매치 평가전 2경기에서 여러 차례 결정적 득점 기회를 놓치며 무득점에 그치자 기량 저하를 우려하는 질문이 날아들었다. 손흥민은 “토트넘 시절 10경기 연속 골을 못 넣을 때도 (기량이) 떨어졌다고 생각했느냐”면서 “냉정하게 (대표팀을) 내려놔야 할 때는 스스로 내려놓을 생각”이라 답해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소속팀 복귀 이후 선보인 한 경기 4도움 활약은 ‘경기 감각이 녹슬지 않았다’는 무언의 시위로 해석 가능하다. 하지만 승부처에서 믿고 맡길 해결사 역할이 유효한지 여부에 대한 대답으로는 여전히 부족하다. 손흥민이 대표팀과 소속팀을 통틀어 11경기 연속 무득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 했기 때문이다. MLS 최고 스타의 골 소식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소속팀도, 북중미월드컵 본선을 대비해 치른 유럽 원정 A매치 2연전에서 무득점 연패한 대표팀도 특유의 ‘사진 찍기 세리머니’를 하루 빨리 보고 싶다. 통산 289골(A매치 54골)을 터뜨린 손흥민의 골 결정력이 살아나야 두 팀 모두 활짝 웃을 수 있다. “손흥민은 로봇이 아니다”고 감쌌던 LAFC의 마크 도스 산토스 감독은 이날 “다들 손흥민에게 너무 엄격하다. 반드시 득점해야 한다는 부담을 준다”고 지지했다.
손흥민은 올랜도전에 후반 12분까지만 뛰고 일찌감치 벤치로 물러났다. 오는 8일 멕시코의 명문 크루스 아술과의 북중미 챔피언스컵 8강 1차전을 앞두고 체력 안배 차원의 결정이다. 손흥민에게 크루스 아술전은 월드컵 본선에서 마주할 멕시코 축구를 미리 경험할 리허설 무대다. 아울러 자신을 둘러싼 에이징 커브 논란을 속시원히 털어낼 기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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