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중환자 치료 패러다임 바뀌어 … 생존 넘어 퇴원 후 삶까지 고려 [Heal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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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호주 중환자의학 석학들 대담

장기 기능 떨어진 환자 집중 치료
‘모바일 ICU’ 구급차로 생존율 높여

퇴원한 환자 우울증·불안감 심해
입원실 소음·장비 등 환경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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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와 만성질환자 증가로 중환자 치료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응해 별도의 중환자의학과를 신설해 진료 역량을 강화하는 병원도 늘고 있다. 치료의 무게 중심도 이동하는 추세다. 이제는 단순한 ‘생명 유지’를 넘어 환자가 병원 문을 나선 뒤 마주할 ‘일상의 질’까지 고려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 중환자의학의 현주소와 미래를 짚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림대성심병원이 지난달 25일 ‘중환자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 생명 유지를 넘어 시스템 혁신으로’를 주제로 개최한 국제 심포지엄이다. 행사에 참석한 한림대성심병원 중환자의학과 박성훈 교수, 호주 프린스찰스병원 마취통증의학·중환자의학과 존 프레이저 교수를 만나 관련 내용을 들어봤다. 프레이저 교수는 세계적인 석학으로 중환자의학 연구 조직인 ‘호주 중환자리서치그룹’의 창립자이자 대표다.

중환자의학에 대해 설명해 달라.
박성훈(이하 박) “다양한 장기 기능 부전 환자를 치료하는 분야다. 환자를 살리고 재활을 거쳐 사회에 안정적으로 복귀시키는 게 중환자의학의 목표다. 이 과정에서 어느 한 전문가만이 아닌 의사, 전문 간호사, 약사, 재활치료사 등 다양한 직군의 협업이 이뤄진다.”
별도의 과까지 신설되고 있는데.
“과거에는 각 과의 의사들이 외래환자, 일반병동·중환자실 환자를 동시에 봤다. 그러다 보니 환자의 상태 악화를 조기에 발견하기 어렵고, 퇴원 후 치료의 연속성도 떨어졌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중환자실에 집중하는 전담 의료진 체계가 확대되는 분위기다.”
중환자의학에서 국가 간 협력이 중요한 이유는.
존 프레이저(이하 프레이저) “중환자의학은 한 국가만의 노력으로 발전하기 어렵다. 각국이 데이터를 공유하고 협력할수록 더 빠르게 해답에 도달해 환자를 살릴 수 있다. 이번 심포지엄도 이러한 배경에서 마련됐다. 퍼즐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하나의 조각만으로는 전체를 알 수 없지만, 조각이 모이면 가능하다. 데이터도 마찬가지다. 특히 한국은 기술적으로 앞선 부분이 많아 글로벌 협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중환자의학의 핵심 기술은 뭔가.
프레이저 “에크모(ECMO·폐나 심장 기능이 떨어진 환자의 혈액에 산소를 대신 넣어주는 장치)다. 에크모는 중환자 생존율을 크게 높인 기술로 평가받는다. 다리가 골절되면 깁스를 해 회복할 시간을 주지만 폐나 심장은 그렇지 않다. 코로나19나 독감, 폐렴 등으로 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도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 에크모는 이런 장기의 역할을 대신하면서 손상된 폐나 심장이 회복할 시간을 준다.”
“에크모는 심폐 기능이 급격하게 저하된 환자의 생명을 지탱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과거에는 심정지나 호흡부전 환자의 상태가 악화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에크모로 장기 기능을 보조하며 다음 치료 전략을 세울 수 있게 됐다. 중환자 치료에 하나의 강력한 ‘무기’가 생긴 셈이다.”

에크모 치료는 병원 밖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이동 중에도 중환자실 수준의 치료를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되면서다. 한림대성심병원에서 2024년 선제적으로 도입한 모바일 ICU(중환자실)가 그 예다. 모바일 ICU는 중증 환자 이송을 위해 특수 제작된 구급차로, 중환자실 수준의 치료를 제공해 ‘움직이는 중환자실’로 불린다.

일반 구급차보다 1.5배 큰 모바일 ICU에는 에크모, 인공호흡기, 환자 모니터링 장비, 산소치료기 등 중증 환자의 생명 유지를 위한 의료 장비가 다양하게 탑재돼 있다. 일반 구급차 대비 4배 이상 많은 양의 산소통을 실을 수 있어 장거리 이송도 가능하다. 실제 한림대성심병원은 모바일 ICU를 이용, 폭설 속에도 충북 제천에서 약 140㎞ 떨어진 경기도 안양까지 중증 환자를 안전하게 이송한 바 있다. 박 교수는 “다른 병원에서 심정지로 에크모 치료를 시작했으나 장기적인 관리가 어려운 경우 본원 모바일 ICU 팀이 데려오기도 한다”고 했다.

향후 중환자의학의 발전 방향은.
프레이저 “생존율을 높이는 건 기본이고 퇴원 후 환자들의 생존을 의미 있게 만드는 방향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대표적인 게 중환자실의 환경 변화다. 중환자실 환경을 분석해보니 낮에는 일상생활을 하기에 어둡고, 밤에는 잠들기 밝은 편이다. 소음도 문제다. 낮에는 6차선 도로, 밤에는 잔디깎이가 돌아가는 수준으로 시끄러운 소리가 나곤 한다. 이런 환경에서 환자는 제대로 쉬거나 잘 수 없고 불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는 퇴원 후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
어떤 영향인가.
프레이저 “통계를 보면 퇴원한 중환자의 60%가량이 우울증이나 불안증을 호소한다. 또 중환자실에 약 6주간 입원했던 환자 가운데 50% 미만만 퇴원 후 정상적인 수면 패턴을 되찾는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증, 불안증 등을 앓는 탓이다. 일자리로 복귀하지 못하는 이들도 40%나 된다. 이는 가족 갈등으로 이어져 파급 효과가 상당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 현재 조명 회사 등과 협업을 하고 있다.”
이 외에 예상되는 변화가 있다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중환자실에서 발생하는 각종 음성 기록들을 자동으로 저장할 수 있을 전망이다. 또 현재도 일부 활용되나 상태 악화나 사망 위험을 예측하는 모델이 발전해 의료진의 치료 결정에 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않을까 싶다. 일반 병동보다는 제한적이겠지만 중환자실에서도 이동형 로봇을 활용한 원격 회진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프레이저 “환자에게 약을 투여할 때 정량이 있듯 중환자실 환경에도 적절한 기준이 필요하다. 미래형 중환자실 구축에 관심을 보이는 아시아 국가들과 협업해 이를 구체화해 나가고자 한다.”
“한국은 중환자 치료에 있어 병상 위주의 양적 팽창만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병상 하나하나에 필요한 공간과 인력, 장비는 충분히 고려하지 못해 치료의 질이 높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를 개선할 수 있게 충분한 공간과 다양한 의료 인력이 확보되고, 그만한 투자도 뒷받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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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한림대성심병원 일송문화홀에서 진행된 심포지엄 모습.

한림대성심병원과 호주 중환자리서치그룹이 공동 개최하는 중환자의학 학술 교류 행사다. 한림대성심병원은 경기 남부권을 대표하는 중증 질환 치료 기관으로, 지난해 중환자의학과를 신설하고 전문 간호팀을 꾸려 진료 역량을 높였다. 호주 중환자리서치그룹은 세계적인 중환자 치료 연구기관이다. 임상의학, 공학, 데이터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함께하고 있다. 심포지엄에서는 양 기관의 전문가들이 ▶에크모 치료 ▶심정지 환자 치료 ▶심장 이식 ▶중환자실 시스템 혁신 등 중환자 의학 핵심 분야에 대해 심도 있는 발표와 토론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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