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주4회 운동, 매끼 단백질 먹는 갓생러…장은 신음 토했다 [Health&]

본문

상 장내 미생물 회복 전략

꾸준한 운동, 고단백질 식사로 안돼
유해균 증식 돕는 장 관리가 중요
지속적인 식이·생활습관 교정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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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을 ‘제2의 뇌’라고 부른다. 장과 뇌는 신경과 호르몬으로 긴밀히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최신 과학이 밝혀내고 있는 장내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의 세계는 그보다 훨씬 역동적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의 합성어로, 우리 몸에 서식하는 약 38조 마리의 미생물 군집을 뜻한다. 면역 기능의 상당 부분을 좌우하고, 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진 세로토닌 생성에 깊이 관여한다. 식욕과 음식 선택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현대인의 생활 방식이다. 초가공식품과 항생제 오남용, 만성 스트레스는 장내 미생물을 붕괴 위기에 빠뜨린다. 장내 환경을 관리하고 회복하는 전략과 변화하는 치료 패러다임을 소개한다.

건강식으로 알려진 지중해식 식단을 똑같이 준수해도 개인의 장내 미생물 구성에 따라 반응이 달라진다. 각자의 초기 미생물 생태계(Initial State)와 수면·스트레스·항생제 사용 같은 생활 방식이 달라서다.

중앙일보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4인의 체험단을 구성했다. 식습관을 상당 부분 공유하는 결혼 3년 차 부부, 업무와 스트레스로 주 5일 과음하며 최근 잔병치레가 잦은 50대, 규칙적인 운동으로 몸 관리를 철저히 하는 30대다. 이들의 장내 생태계를 마이크로바이옴 검사 키트(젠톡)로 비교·분석했다.

식습관 공유해도 장내 환경은 달라

결혼 3년 차 부부로 평일 저녁과 주말 식사를 함께하는 배남편(33)씨와 신아내(33)씨는 공통점과 차이를 동시에 보였다. 두 사람 모두 다른 참가자(4~5개)보다 많은 7~8종의 프로바이오틱스(건강에 좋은 효과 주는 살아 있는 균)를 보유하고 있었다. 평소 즐기던 발효식품 섭취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에 장내 미생물 다양성·균형을 평가하는 종합점수는 각각 87점, 1점으로 극과 극이었다. 특히 신아내씨는 장벽 강화와 염증 조절에 기여하는 세균(Faecalibacterium prausnitzii)이 0.15%(평균 10% 이상)로 현저히 낮았다. 신씨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장이 예민하게 반응해 설사를 한다. 스트레스 자체에도 취약한 편이어서 잠을 두 시간밖에 못 자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럴 땐 매운 분식류를 찾는다. 한편 배씨는 스트레스에 무던한 편이다. 육류 중에선 보쌈을 즐기고, 7시간 이상 수면 시간을 확보한다.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류인혁(성 니콜라스 어린이병원) 교수는 “이 사례는 장내 미생물의 핵심적인 특성을 잘 보여준다”고 했다. 장내 미생물은 태어날 때부터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되므로 3년간 식습관을 공유하는 것만으론 쉽게 같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초기 정착균, 항생제 복용 이력, 스트레스, 수면 같은 차이는 장내 미생물 군집에 영향을 미친다.

류 교수는 “장내 미생물은 만 3세 전후까지 가장 역동적으로 형성된다. 이 시기에 가능한 한 자연분만, 모유 수유, 불필요한 항생제 최소화, 다양한 식품 경험 같은 기본 원칙을 지키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한번 형성된 장내 미생물은 큰 틀은 유지되지만 변화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후 식습관을 비롯해 약물, 감염, 스트레스 등의 영향을 받아 조정된다.

주 4회, 하루 90분씩 근력 운동과 유산소를 병행하는 도갓생(34)씨는 “지난 10년간 운동을 놓은 적이 없다”고 했다. 겉으로는 완벽한 건강 습관에 가까웠는데 장내 미생물 검사에서는 복부팽만감·피로감을 유발하는 미생물이 다수 확인됐다. 고단백·육류 위주의 식단이 장을 예민하게 만들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체지방 축적 관련 미생물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도씨는 “아침에도 닭가슴살, 소불고기, 삼겹살 한 줄에 밥을 곁들이는 걸 즐긴다”며 “채소는 기본 반찬 외에 따로 챙겨 먹진 않는데 앞으로는 좋아해 보려 한다”고 했다. 장에 변을 묽게 하는 미생물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 채소는 익혀서 섭취하길 권고받았다.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이창균 교수는 “근육 성장을 위해 고단백 식단에만 치중하면 미생물 다양성이 급격히 감소한다”며 “장내 미생물에게는 여러 종류의 식이섬유가 포함된 복합 식단이 보양식”이라고 설명했다.

미생물 먹이 식이섬유 섭취 중요

고기 없이 못 사는 육식파 고선배(52)씨는 주 5일, 하루 평균 소주 2병을 마신다. 스트레스받는 날이면 치킨·족발·피자·소주가 식탁에 오른다. 이런 식습관을 한 지 10년이 넘었다. 그는 “요즘 부쩍 면역력이 떨어진 느낌”이라며 “코로나19와 B형 독감을 연달아 앓았다. 얼굴이 붓고 입술 주변에는 버짐처럼 각질이 일었다”고 말했다. 평소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고 배에서 늘 ‘꾸루룽’ 소리가 나는 불편을 호소했다.

검사 결과, 고씨의 장에는 변비를 유발하고 체지방을 축적하는 미생물이 우세한 반면 항노화 호르몬 생성을 돕는 미생물은 적었다. 장은 신체에서 먼저 늙는 기관이다. 음식물 흡수, 배설이 매일같이 반복되는데, 관리하지 않으면 유해균이 증식해 노화를 가속화한다. 이창균 교수는 “가공식품·유화제, 낮은 식사의 질이 장내 미생물과 장 장벽 기능 저하에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생물은 먹이가 부족해지면 장 점액층을 분해해 에너지원으로 쓴다. 이 과정에서 장 점막이 얇아지고 독소·세균 등 유해 물질 침투가 쉬워진다. 고씨에겐 계단 오르기 등 일상에서 활동량을 늘리고, 복부 마사지와 미역·다시마·사과를 챙기는 습관 조정이 권유됐다.

류인혁 교수는 “단기간 보충제로 장내 미생물을 바꾸려 하기보다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식이·생활습관 교정이 근본적인 전략”이라며 “다양한 식물성·발효 식품을 일상적으로 먹고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확실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면역력 좌우 ‘착한 반려 미생물’ 늘리는 3가지 방법

1 모유 수유하면 초기 생태계 건강해져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기는 산도를 지나며 엄마로부터 미생물을 전달받고, 이후 모유 수유를 통해 장내 생태계를 형성해간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여도 모유 수유를 하면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충분히 구축한다. 모유에는 면역 물질뿐 아니라 유익균의 성장을 돕는 성분이 풍부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생후 24개월 이상의 모유 수유를 권장한다.

생후 첫 3년은 장내 미생물의 기초가 만들어지는 ‘1차 결정적 시기’다. 미각이 형성되는 시기이기도 해 자극적인 음식에 일찍 익숙해지면 자연 식재료의 맛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질 수 있다.

최근에는 청소년기를 또 하나의 중요한 시기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류인혁 교수는 “성호르몬, 뇌, 골격이 급격히 변하는 사춘기에는 장내 미생물도 함께 재구성된다”며 “이 시기에도 식습관과 스트레스 관리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형성된 장내 생태계는 이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며 개인마다 다른 ‘미생물 지문’을 만든다.

2 고품질 먹이 ‘해조류·버섯’ 꾸준히 섭취

장내 미생물을 늘리는 핵심은 미생물에게 먹이를 꾸준히 공급하는 것이다. 우리가 먹은 음식 중 위·소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대장까지 내려오는 식이섬유(맥·MACs)가 장내 미생물의 에너지원이 된다. 미생물은 이를 발효해 ‘단쇄지방산’을 만들어낸다. 이 물질은 장 점막을 보호하고 염증·혈당을 조절하며 뇌 기능에도 영향을 준다. 양파·마늘·버섯류·해조류와 껍질째 먹는 과일, 현미·보리 등 통곡물, 렌틸콩·병아리콩·두부 등 콩류는 미생물이 좋아하는 고품질 먹이다.

이창균 교수는 “고섬유식이나 발효식품을 몇 주간 꾸준히 섭취하면 미생물 다양성과 유익균 비율이 의미 있게 증가한다. 반대로 고지방·저섬유 식단으로 바꾸면 수일 내 장내 환경이 단순해지는 변화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올바른 식이를 통해 건강한 생태계를 꾸준히 관리해 나가야 한다.

3 가스 차면 감자, 노년은 갈아 부드럽게

개인마다 식품에 대한 민감도가 다르다. 장내 미생물의 먹이가 되는 식이섬유의 일부는 장내 발효 과정에서 가스를 많이 생성해 내는 고(高)포드맵(FODMAP)이다. 생마늘·생양파·양배추·사과·콩류·유제품류 등이 여기에 속한다. 장이 민감하거나 묽은 변 등의 증상으로 불편하면 오렌지·고구마·감자·토마토·유당 제거 우유 등의 저포드맵 식단을 시도해 보는 게 좋다.

노년기에는 미생물 다양성이 감소하고 유익균이 줄어들며 소화 기능이 약해지고 입맛도 떨어진다. 식재료를 삶거나 갈아서 부드럽게 조리하고, 김치·된장·요구르트 같은 발효식품을 통해 ‘우군’을 지속적으로 투입하길 권한다. 채소, 과일류는 블렌더에 갈아 주스로 마시고 현미·보리·퀴노아는 소화가 쉽도록 죽 형태로 조리하는 것이 도움 된다. 국물이나 음료로 먹으면 수분 섭취도 함께 하므로 소화를 돕고 변비 예방에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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