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우리도 다 그렇게 컸어”…두산 박준순을 일으킨 10만8000원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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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요.”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2년 차 내야수 박준순은 5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 수훈 선수 인터뷰를 마친 뒤 돌아서려는 취재진을 붙잡았다. “(김)민석이 형이 저 힘내라고 고기를 사줬어요. 그 덕에 잘 친 것 같아서 고맙다고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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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한화전에서 결승 홈런 포함 4안타 3타점으로 활약한 두산 박준순. 사진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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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한화전에서 결승 홈런 포함 4안타 3타점으로 활약한 두산 박준순. 사진 두산 베어스

박준순은 이날 홈런과 3루타 포함 4안타 3타점으로 펄펄 날아 팀의 8-0 승리에 앞장섰다. 특히 0-0이던 5회 말 1사 1·3루에서 나온 좌월 3점 홈런은 팀의 4연패 탈출을 이끄는 결승포였다. 2루타 하나만 나왔다면 사이클링 히트(한 경기에서 단타·2루타·3루타·홈런을 모두 때려내는 것)까지 가능했을 정도의 맹활약. 두산 타선이 전반적으로 침체한 상황이라 타율 0.474로 고공비행하는 박준순의 타격감이 더 돋보였다.

그런데도 그가 요즘 마음껏 웃지 못한 건, 최근 수비 실책으로 마음고생을 해서다. 박준순은 지난 3일과 4일 한화전에 2루수로 선발 출장했다가 잇따라 결정적인 실책을 저질러 고개를 숙였다. 김원형 두산 감독은 이날 그를 2루수가 아닌 지명타자로 기용하면서 “박준순은 작년에 불과 19세인 신인이었다. 첫 시즌엔 멋모르고 야구했다면, 지금은 주전으로 완전히 자리 잡느냐 마느냐 하는 중요한 시점”이라며 “실책 탓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인데, 그런 게 쌓이면 독이 될 수 있다. 일단 본인이 잘할 수 있는 쪽(타격)으로 잘 풀어가 보라고 지명타자로 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 감독은 경기 전 박준순을 따로 불러 “기분은 좀 어떠냐”며 멘털을 체크하고 “이번엔 너 잘하는 것만 한 번 해보라”고 독려했다는 후문이다. 박준순은 “감독님뿐 아니라 코치님들과 선배 형들께서도 ‘우리도 다 그렇게 컸다’고 다독여주셔서 큰 힘이 됐다”고 털어놨다. 그리고 이날 팀의 연패에 마침표를 찍는 불방망이를 휘두르면서 모두의 기대와 믿음에 보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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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한화전에서 결승 홈런 포함 4안타 3타점으로 활약한 두산 박준순. 사진 두산 베어스

이런 상황에서 팀 선배 김민석은 조금 더 ‘물질적인’ 도움을 줬다. 4일 경기 뒤 박준순을 따로 불러 고기를 사주며 실책으로 괴로워하는 후배를 위로했다. 그 마음이 무척 고마웠던지, 박준순은 ‘얼마나 먹었느냐’는 질문에 “10만8000원”이라고 정확한 금액까지 기억해 주변을 웃게 했다. 그는 또 다른 외야수 조수행이 이틀 연속 한 프랜차이즈 햄버거 브랜드의 아침 메뉴를 사준 점도 언급하면서 “힘내라고 사주신 거다. 그거 먹고 잘 쳤으니 루틴으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며 웃었다.

박준순은 지난해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을 받은 특급 유망주다. 두산이 내야수를 1라운드에 지명한 건 2009년 허경민(현 KT 위즈) 이후 16년 만이었다. 그만큼 큰 기대 속에 입단한 박준순은 첫해부터 꾸준히 출전 기회를 얻으면서 무사히 1군에 자리 잡았다. 올해는 팀 전체의 지지와 성원 속에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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