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유전자 속 단서 추적, 폐암 치료 전략 바꾸는 ‘정밀의학’ [Heal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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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병원 메디포커스
종양 조직 대신 채혈로 유전자 검사
액체생검 활용해 바이오마커 연구
인하대병원 호흡기내과 임준혁 교수가 폐암 치료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인하대병원]
같은 폐암이라도 치료 결과가 달라지는 이유는 뭘까. 답은 ‘유전자’에 있다. 종양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끝까지 추적해 치료 전략을 바꾸는 ‘정밀의학’이 폐암 치료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
50세 여성 A씨는 폐암 진단 당시 유전자 검사에서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변이가 확인돼 표적치료제인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로 치료를 시작했다. 1년 반 동안 병이 안정적으로 유지됐지만, 이후 종양이 커지며 흉막까지 침범했다.
인하대병원 호흡기내과 임준혁 교수는 다시 조직검사를 시행하고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으로 A씨의 유전자 변화를 확인했다. 그 결과 기존에 없던 RET 유전자 융합이 새롭게 발견돼 표적치료제인 레테브모(성분명 셀퍼카티닙)로 치료를 변경했다. 약제를 바꾼 지 한 달 뒤 영상 검사에선 종양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줄어들었다.
45세 여성 B씨도 비슷한 사례다. B씨는 폐암 진단 당시 역형성 림프종 인산화효소(ALK) 유전자 변이가 확인돼 표적치료제인 알레센자(성분명 알렉티닙)로 치료를 시작했다. 초기에는 치료 반응이 좋아 1년간 병이 안정적으로 유지됐지만, 이후 부신과 간으로 전이가 진행됐다. 임 교수는 추가 검사를 통해 암세포의 성장과 전이에 관여하는 MET 유전자 증폭을 확인하고, 표적치료제인 잴코리(성분명 크리조티닙)를 투여했다. 한 달 만에 종양 크기는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이처럼 같은 폐암이라도 유전자 변이에 따라 치료 전략은 달라질 수 있다. 최근 암 치료에서 정밀의학이 주목받는 이유다. 정밀의학은 환자의 유전자와 질병 특성에 맞게 치료법을 선택하는 맞춤 의료다. 과거에는 사용할 수 있는 약제가 제한돼 비슷한 항암 치료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종양의 유전자 변이와 바이오마커를 분석해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제를 선택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특히 치료 중 약제 내성이 발생하거나 병이 악화할 경우 그 원인을 다시 찾는 과정이 치료의 분수령이 된다. 종양 조직을 재검사해 유전자 변화를 분석하면 새로운 치료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이전에는 확인되지 않았던 유전자 변이를 발견하고, 이에 맞는 표적치료제를 적용해 치료 효과를 얻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검사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종양 조직 대신 혈액으로 바이오마커(Biomarker·생체지표)를 찾는 액체생검(liquid biopsy) 연구가 활발하다. 현재 대부분의 유전자 검사는 종양 조직을 채취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기존 검사는 침습적이어서 환자 부담과 합병증 위험이 크지만, 액체생검은 비교적 간단한 채혈로 시행할 수 있어 반복 검사도 가능하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임 교수는 액체생검을 활용한 바이오마커 연구를 진행 중이다. 면역항암제 치료 환자에게서 혈액을 통해 PD-L1(면역항암제 치료 효과를 예측하는 단백질)을 더 민감하고 정확하게 검출하는 연구를 인하대 생명공학과와 공동으로 수행한 바 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스몰(Small) 등에 발표됐다. 또 여러 기관과 협력해 액체생검 기반 바이오마커 검출 기술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임 교수는 “바이오마커 기반의 정밀의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환자에 대한 세심한 관심과 함께 많은 경험과 지식을 갖춘 의료진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최근 다양한 폐암 신약들이 개발되고 있는 만큼 환자들이 의료진을 믿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한다면 더 많은 치료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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