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란 지옥”→“합의 가능” 트럼프 널뛰기 속 협상 시한 또 연장 ‘조바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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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대(對)이란 전쟁과 관련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이란과의 협상 시한을 또다시 연장하면서도 강경한 군사 대응 카드를 거듭 흔들며 압박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합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협상 우선 기조를 내비치다가도 호르무즈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이란 전역의 인프라 시설을 파괴하겠다고 위협하는 등 냉·온탕을 오가는 이중 메시지를 온종일 이어갔다. 이란이 종전 협상안 수용을 거부하고 ‘버티기 모드’에 들어가자 트럼프 대통령이 조바심을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미 동부시간 화요일(7일) 오후 8시(한국시간 8일 오전 9시)!”라는 짤막한 글을 올렸다. 이는 이란과의 협상을 위해 발전소 인프라 공격을 열흘 유예하겠다며 제시한 당초 시한(6일 오후 8시)을 하루 연장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트럼프 “7일 오후 8시!”…협상 시한 재연장

협상 시한 연장은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발전소 시설을 초토화하겠다며 48시간의 시한을 제시했다. 그러다 23일 오전 불쑥 ‘이란과의 대화’를 이유로 인프라 공격을 닷새 연장하겠다고 했고, 이 닷새간의 시한 만료 하루 전날인 지난달 26일 공격 유예 시한을 다시 4월 6일 오후 8시까지로 열흘 연장했다. 이후 시한 만료를 하루 앞둔 5일 또다시 공격 유예 및 협상 시한을 24시간 더 연장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시한을 거듭 연장한 것은 합의가 임박해서라기보다 미국과 이란 간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에서 협상의 모멘텀을 확보하기 위한 ‘시간 벌기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파키스탄·이집트·튀르키예 등 중재국 외무장관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최후통첩 시한을 늦춰 협상 타결 가능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이어 왔다고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가 이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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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스털링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을 떠나며 대통령 전용차 뒷좌석에 앉아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AP=연합뉴스

“1단계 45일 휴전, 2단계 종전 협상 논의”

악시오스는 또 미국과 이란이 중재국을 통해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방식의 물밑 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1단계로 45일 휴전을 하고 이후 2단계로 종전 협상을 타결짓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선 한 달 보름간 무력 충돌을 멈춰 시간을 벌고 상호 신뢰를 확보한 뒤 전쟁 종식을 위한 세부 협상을 이어간다는 단계론적 접근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일부 언론 인터뷰에서 협상 진전을 비교적 낙관하는 전망을 내놨다. 그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6일까지 타결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근거는 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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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공식 웹사이트 세파 뉴스가 게시한 사진. 이란은 자국 군이 격추시킨 미 군용기 잔해들이라고 주장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합의 가능…안 하면 날려버릴 것”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악시오스 인터뷰에서도 “미국과 이란이 심도 있는 협상을 진행 중이며 시한 만료 전에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스티브 위트코프 대통령 중동 특사와 자신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이란 측과 치열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타결) 가능성은 높지만 만약 그들이 합의하지 않는다면 그곳의 모든 것을 날려버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도 협상 시한을 7일까지 연장한 사실을 확인하면서 “그들(이란)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해협을 계속 봉쇄하려 한다면 이란 전역의 모든 발전소와 다리를 파괴하겠다”고 위협했다. 트럼프 행정부 한 관계자는 이란 적진에 갇힌 미국인 전투기 조종사 두 명을 구출하는 데 성공한 이후 자신감이 커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더 강도 높은 압박을 가하려는 생각도 커졌다고 WSJ에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이 언제 끝날 것으로 보느냐는 WSJ 기자 질문에는 “조만간 알려주겠다”고 했다.

SNS 글선 거친 욕설 섞어가며 이란 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시한 하루 재연장’을 공표하기 전인 이날 오전에는 거친 언사를 써 가며 이란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그는 트루스소셜 글을 통해 “이 미친 X들아. 당장 그 빌어먹을 해협을 열어라. 그렇지 않으면 지옥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알라께 찬미를”이라며 종교적 조롱으로 해석될 수 있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이란 사법부 산하 매체 미잔은 “트럼프가 비열한 언어로 이란인들을 모욕했다”며 “이란의 확고한 의지와 저항이 트럼프를 광기의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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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오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란을 향해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압박하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사진 트루스소셜 캡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의회 전문매체 더힐과의 인터뷰에서는 ‘이란 내 지상군 투입을 배제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고 답해 이란이 협상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지상군도 투입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란 “미, 이스라엘 명령 따라 중동 불탈 것”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에 이란은 강하게 반발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이날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글을 통해 “당신(트럼프 대통령)의 무모한 행보가 미국의 모든 가정을 ‘살아있는 지옥’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당신이 네타냐후(이스라엘 총리)의 명령을 따르겠다고 고집하는 바람에 우리 지역 전체가 불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전쟁이 6주차로 접어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애초 전쟁 예상 기간으로 설정한 ‘4~6주’는 이번 주면 시한이 종료된다. 예상 기한을 넘어 장기전으로 흐를지 곧 판명 나게 되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오후 1시(한국기준 7일 오전 2시) 미 공군 F-15E 전투기 조종사 구출 작전에 대한 기자회견을 갖겠다고 예고했는데, 여기서 이란 협상 상황과 관련된 메시지가 다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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