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1초가 급한 에너지 위기, 정부 카드는 태양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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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중동 사태를 계기로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 100GW 달성을 위해 산업단지 공장 지붕에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다만 전력망 부족과 재생에너지 간헐성 등 제약을 감안하면 실효성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6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주권정부 에너지 대전환 추진 계획’을 보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중동발 위기를 재생에너지 강국으로 나아가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며 “에너지 시스템 전환은 국가 운명이 달린 문제라는 생각으로 반 발짝이라도 더 빨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핵심은 재생에너지 확대다. 정부는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 100GW 달성 시점을 당초 목표인 2030년보다 좀 더 앞당기기로 했다. 현재 재생에너지 누적 설비 용량은 37GW 수준이다. 앞으로 4년 안에 지금보다 발전설비를 3배 가까이 늘려야 하는 ‘속도전’이 불가피하다.

이에 맞춰 산업단지와 대형 공장 건설 시 지붕에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태양광 확대에 따른 수익을 지역 주민과 나누는 ‘햇빛소득마을’ 사업을 확대한다. 고압 송전망 건설에도 주민이 투자자로 참여해 수익을 나누는 ‘계통소득’ 모델도 병행한다. 이를 통해 1000만 명가량이 에너지 관련 소득을 나눠 가질 수 있다고 정부는 추산했다. 다만 정부 계획의 현실성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계획대로라면 태양광 설비만 향후 4년간 56GW, 연간 14GW 이상씩 늘어나야 한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증가한 태양광 설비는 3.9GW 수준에 그쳤다. 단순 계산으로는 지금보다 3배 가깝게 보급 속도를 올려야 한다는 의미다.

전력망 확충도 문제다. 농지 등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이 늘어도 생산한 전력을 수요지까지 보낼 송전선로와 변전소가 부족하면 설비 확대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현재 태양광 설비의 90%가량은 송전망이 아닌 배전망에 연결돼 있어 지역 내에서 소비되지 못하면 활용이 쉽지 않다. 발전량이 수요를 초과해 출력제한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원주 기후부 에너지전환정책실장은 “인근 지역에서 발전된 전력이 소비되는 지산지소가 가장 이상적”이라면서도 “계통 포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도 변수다. 태양광 발전은 낮 시간대 생산이 몰리는 반면 밤에는 발전량이 급감해 낮에는 화력발전 출력을 줄이고 밤에는 다시 급격히 높여야 하는 ‘덕 커브’ 현상이 나타난다. 기후 요인으로 태양광·풍력 발전량이 급격히 늘거나 줄 경우 전력망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문주헌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태양광 발전 설비를 늘리는 속도와 규모 모두 구체적 타당성이 떨어진다”며 “햇빛연금 등이 도입되면 결국 전기요금 인상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ESS 등에 대한 충분한 투자 없이 무리하게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면 전력망 불안도 심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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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정부는 전체 에너지 소비의 48%를 차지하는 열에너지를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고, 가정용 난방과 산업용 열을 액화천연가스(LNG) 중심에서 전기와 재생열 중심으로 바꿔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공기열·지열·수열 등을 활용한 히트펌프 보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수송 부문에서는 2030년 신차 판매 가운데 전기차·수소차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경찰차와 택시, 렌터카, 법인차 등의 전기차 전환을 앞당기는 게 골자다.

정부는 2040년까지 석탄발전소 폐쇄를 추진하되, 수명이 남아 있는 석탄발전소 21기는 안보 전원으로 남겨두는 방안도 검토한다. 중동 사태와 같이 석유와 LNG 가격 등이 뛰거나 이상기후로 재생에너지 발전이 힘들 때 일종의 ‘비상전원’으로 두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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