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 고유가발 배송대란 오나…기사 3명 중 1명 “일 접을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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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차 배송기사 김모(31)씨는 요즘 택배 일을 관두고 다른 일을 찾을지 고민하고 있다. 3월 수익이 2월보다 50만원 넘게 줄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하루 12시간을 일하면서 300~400건을 배송하느라 몸이 고되지만,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돼 일을 계속해 왔다”며 “그런데 최근엔 유류비 등 비용이 늘어나면서, 주변에서도 택배 일을 그만두거나 투잡을 고민하는 기사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중동전쟁의 여파로 유류비가 상승하면서 배송기사들 사이에서 이탈 조짐이 번지고 있다. 연합뉴스
중동전쟁발 ‘고유가 쇼크’로 물류 공급망에 비상등이 켜졌다. 유류비 상승으로 수익 감소가 눈앞에 닥치자 배송기사들의 이탈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6일 오후 기준 경유·휘발유 가격은 L당 2000원에 육박한다. 업계에선 “이탈 현상이 현실화할 경우 ‘배송 대란’으로 이어져 공급망 전반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앙일보와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는 지난 3~5일 쿠팡 배송기사 722명을 대상으로 고유가 현상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31.4%가 ‘유류비 증가로 일을 계속할지 고민 중’이라고 답했고, ‘그만둘 계획’이란 응답도 2.2%였다. ‘계속 일할 계획’이라는 답은 66.4%에 그쳤다. 기사 3명 중 1명꼴로 유류비 부담에 이탈을 고민하거나 결심했다는 의미다.
‘유류비가 더 오르면 일을 그만둘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15.5%가 ‘그렇다’고 했고, 52.6%는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계속 일할 계획’이란 응답은 31.9%에 불과했다.
직접적인 원인은 유류비다. 이번 설문에서 ‘유류비 증가로 수익이 감소했다’는 응답이 78.5%에 달했다. 월 수익 감소폭은 ‘10% 미만’(35.7%)과 ‘10~20% 미만’(34.5%)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월 유류비 증가액은 ‘10만~30만원 미만’이 46.4%로 가장 많았다.
배송기사들이 체감하는 부담은 크지만, 뚜렷한 대응책은 부족한 상황이다. 대응 방안으론 ‘운행 경로 최적화’(32.3%), ‘부업 병행’(14.7%), ‘장거리 배송 축소’(5%), ‘근무 시간 단축’(4%) 등이 꼽혔으나,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응답이 43.6%로 가장 많았다.
한국노총 전국택배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불경기로 배송 물량이 줄고, 배송 단가는 최근 오히려 낮아지는 상황에서 유류비까지 오르면서 기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추진 중인 ‘택배 새벽배송 제한’이 이뤄질 경우 기사 이탈이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CPA 자체 조사에선 기사 91.5%가 새벽배송 제한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배송기사 인력난’은 배송비 상승→ 배송 지연→ 서비스 질 하락으로 이어져 결국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 신호룡 CPA 회장은 “유류비 부담을 느끼는 기사들이 전기차로 전환할 수 있도록 충전 인프라와 보조금을 확대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정부가 배송기사들에게 유류비 보조금을 지급하고, 유류세 한시적 면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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