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친구 많아 토론 즐거워” 8개교 합친 군위초 학생 신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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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군위초에서 만난 김민준(11)군. 지난해 의흥초에서 동생과 함께 전학왔다. 백경서 기자

“아침에 눈 뜨자마자 친구 만날 생각에 신이 나요. 통학 택시 아저씨가 매일 산속까지 데리러 와주세요.”

지난달 31일 오전 대구 군위군 군위초교에서 만난 5학년 김민준(11)군의 말이다. 김군은 군위 화산마을에 산다. 해발 700m 고지대에 집이 있어 ‘산속에 산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김군은 동생(9)과 함께 지난해 3월 의흥초에서 군위초로 전학을 왔다. 전교생이 19명인 의흥초에 다닐 때는 아침에 아버지가 차로 20분가량 산길을 지나 통학 버스까지 데려다주면, 버스를 타고 15분 더 가서 학교에 도착했다고 한다. 지금은 교육청에서 마련해준 통학 택시가 집 앞까지 온다. 편도 45분이 소요된다.

김군은 “등하교도 편하고 친구가 많아져서 좋다”며 “체육 수업을 좋아하고, 토론하는 게 즐겁다”고 웃었다.

군위초교는 군위 지역의 거점 초교다. 지난달 기준 전교생은 254명. 2023년 7월 군위군이 경북에서 대구로 편입되자, 대구교육청은 1년 뒤인 2024년 7월 군위 내 소규모 학교들을 합쳐 1개 초·중·고로 모으는 거점학교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국 첫 시도다.

강은희 대구교육감은 “학생 수가 모자라 아이들이 제대로 된 체육 활동도 할 수 없는 실정이었다”며 “사회성 발달과 올바른 교과과정 이수를 위해서라도 합치는 게 맞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군위 주민들은 반발했다. 작은 학교를 살려 인구감소 위기를 극복하자는 정책이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상황에서 교육청이 이와 정반대되는 정책을 내놨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군위 작은 학교 살리기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농촌 지역 소규모 학교를 없애면 지역 인프라 붕괴, 양극화로 이어진다”며 “군위군 면적이 대구시 면적의 41%인데 어떻게 초·중·고 1개교씩만 운영할 것인가”라고 반발했다.

그러자 대구교육청은 학생들이 최단거리·최소시간으로 무료 통학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4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집중시켜 군위초·중, 급식실 등을 짓고, 기숙사 리모델링 등 시설을 현대화했다. IB(국제바칼로레아) 교육 과정도 군위군 관내 유치원·초·중·고 전체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내용으로 학부모 설명회를 수차례 열어 설득한 결과 2024년 11월 우보초 전교생 4명이 처음으로 군위초로 전학왔다. 김봉수 군위초 교장은 “4명이 통학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친구들이 뛰어와서 팔짱을 끼고 함께 웃는 모습을 보고 안심했다”고 말했다.

전학 온 학생들이 잘 적응한다는 소식에 다른 학부모도 마음을 돌리기 시작했다. 편입 전 군위에는 8개 초교, 5개 중학교, 1개 고교가 있었다. 현재는 군위초·중·고 거점학교 1개씩과 부계초·중(특성화학교), 올해 신입생이 없는 2개 초등분교, 1개 중등분교가 남아있다.

군위 지역 교육열도 오르고 있다. 군위고는 거점학교 조성 1년 6개월 만인 2026학년도 입시에서 의약학 계열 합격생 3명을 배출했다. 고3 재학생 88명 중 지방 거점 국립대와 교대만 27명이 합격했다.

대입성과가 두드러지면서 타 지역에서 온 학생도 늘었다. 인천에서 전교 2등을 할 정도의 우수한  성적의 군위고 2학년 이유승(18)군은 2학년 올라오면서 군위고 전학을 택했다. 이군은 “우수한 교사와 IB 교육 환경, 그리고 신식 기숙사와 스터디 카페 등까지 꼼꼼히 고려했다”고 말했다.

강 교육감은 “군위의 변화는 단순한 학교 통폐합이 아니라, 배움의 질을 높이기 위한 교육 혁신의 과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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