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헌재 퇴짜에도…“1호 재판소원 가능성” 법조계 주목한 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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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걸린 헌법재판소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 뉴스1

헌법재판소가 잇따른 각하로 재판소원 심판 범위를 빠르게 좁혀가는 가운데 ‘1호 인용’이 어떤 사안에서 나올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이 심리 없이 사건을 확정하는 ‘심리불속행 기각’이 인용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법원 민사 판결 70% 차지하는 ‘심리불속행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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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지난달 31일까지 사전심사에서만 총 74건의 재판소원을 각하했다. 가장 많은 각하 사유는 “청구 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것이 명백하다”는 이유(51건)였다. 헌재는 2주 연속으로 재판소원 청구를 줄각하하며 결정문을 통해 청구 요건을 점차 구체화했다. 예컨대 지난달 31일 “법원이 헌재가 아직 위헌으로 선언한 바 없는 법률로 재판했다면 ‘기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위헌법률심판 형태의 재판소원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법조계가 ‘심리불속행 기각’에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는 민사·행정·가사 상고심 사건 중 심리불속행으로 확정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심리불속행 기각이란 형사를 제외한 상고심 사건에서 2심 판결에 큰 문제가 없다고 보고 별도 심리 없이 판결을 확정시키는 절차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지난해 대법원이 처리한 민사·가사·행정 사건 중 71%가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됐다.

이미 헌재에는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는 취지의 재판소원이 다수 접수됐다. 선감학원 피해자들은 지난달 26일 대법원이 국가배상 소송 판결에서 위자료를 일부만 인정한 판결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하자 재판소원을 제기했다. 지난 2일 제기된 재건축 관련 사건에 대한 재판소원도 상고심에서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된 사건이다. 지난달 30일에는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된 2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에 대한 재판소원이 접수됐다.

다만 헌재는 지난달 31일 ‘심리불속행 기각’ 그 자체가 재판소원 청구사유가 될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헌재는 병역 미필자 A씨가 국외여행을 불허한 병무청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 대해 제기한 재판소원을 각하했다. 헌재는 “A씨 주장만으로는 대법원이 심리를 속행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함에 있어 시행령의 위헌성에 대한 합리적 의심 없이 그대로 재판에 적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앞서 헌재는 심리불속행제도 자체의 위헌성을 다투는 헌법소원에서 2007년과 2011년 등 여러 차례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기각 사유 알 수 없는 심리불속행, 헌재 부담 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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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는 모습. 뉴스1

그럼에도 법조계에서는 첫 전원재판부 회부 사례가 심리불속행 기각 사건 중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심리불속행 기각이야말로 대법원에 대한 불신의 가장 큰 원인이다. 기각 사유를 알 수 없다는 불만이 재판소원 청구의 형태로 분출될 거고, 첫 인용 사건도 그중 하급심의 판단이 부실했던 건들 중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대법원에서 구체적인 이유를 기재하지 않은 심리불속행 기각 건은 하급심 재판이 헌재의 판단 대상이 되므로 헌재 입장에서 취소의 부담이 덜하다는 이유도 있다.

반면 경미한 사건이 많은 심리불속행 기각 사건은 ‘1호’가 되기엔 상징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이인호 중앙대 로스쿨 교수는 “헌재는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사건을 1호로 삼고 싶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다른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민사보다는 기본권 침해의 정도가 심하고 구제 필요성이 큰 공법(형사·행정) 분야에서 1호 사건이 나올 거로 예상한다”며 “먼저 어떤 사건이 전원재판부에 가는지를 들여다보면 인용의 방향도 짐작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매주 화요일 지정재판부 결정이 예정돼 있는 만큼 7일 오후엔 세 번째 재판소원 각하 결정이 나올 전망이다. 헌법소원은 청구 30일 이내에 사전 심사에서 각하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심판 회부되기 때문에 이날 첫 심판회부 사건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헌재는 6일까지 접수된 322건 중 232건을 아직 심리하고 있다. 이중 이번 주 중에 심판회부 기한이 도래하는 건 14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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