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美 전투기 잡은 이란 휴대용 미사일, 북한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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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전에서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미국의 4세대 전투기 F-15E스트라이크 이글이 휴대용 대공 미사일에 격추되는 ‘굴욕’을 당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현대전의 특징 중 하나인 ‘비대칭 소모 전술’이 드론 뿐 아니라 요격 체계 분야에서도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는데, 한국 역시 F-15E를 기반으로 한 F-15K 슬램 이글을 운용하고 있다. 북한 역시 이란과 유사한 휴대용 미사일을 다량 보유하고 있고, 실제 이를 중동의 친(親)이란 무장 정파에 팔아왔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작지 않다는 지적이다.

‘짝퉁 재블린’ 개발하는 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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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북한 열병식에서 농기계인 트랙터도 122㎜ 방사포와 불새 대전차미사일 등을 싣고 행진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사람이 휴대하는 견착식이나 차량 등에 달아 쏘는 휴대용 대공 미사일과 대전차 마사일은 통상 냉전 시대 구형 무기로 꼽혀왔다. 1991년 걸프전 때도 미 측 F-16 등이 이라크군의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인 SA-16 이글라에 격추된 적이 있다. 이후 감시·정찰·자산(ISR) 진화와 항공기 발달로 휴대용 요격 체계는 상대적으로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여겨졌다. 휴대용 요격 체계는 통상 사거리 자체가 5㎞, 상승 고도는 3~4㎞ 수준으로 짧다. 이에 따라 우리 군 당국도 활주로 등 고정된 항공기에 대한 테러 용도로 구분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요격 체계에 F-15E 전투기가 잡혔다는 건 말 그대로 닭 잡는 칼로 소를 잡은 격이다. 이에 앞서 미 측 항공모함에 탑재하는 F/A-18E/F 수퍼 호넷이 이란의 휴대용 요격 미사일(MANPADS)에 꼬리 부분을 맞는 장면도 포착됐다. 이란은 이를 “격추했다”고 발표했고, 미 측은 “피해는 없었다”고만 했다.

북한도 1980년대 실전 배치된 소련제 이글라 계열 휴대용 대공 미사일을 1만 대 이상 보유, 평양 주변에 집중적으로 깔아둔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북한은 이를 개량해 화승총과 ‘불새’ 계열 휴대용 미사일을 제작해왔다. 시커 등 추적·유도 장치를 꾸준히 개량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 북한 군 당국은 2022년 4월 항일 빨치산 창설 9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미국의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을 본딴 것으로 보이는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 추정 무기를 공개했다. 이에 앞서 2016년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쌍발실동훈련에서 고사총 대대 대원이 ‘화승총-3’을 발사하는 영상도 공개했다.

북한은 이를 중동에도 보급해왔다. 2021년 무렵에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북한의 ‘불새-2’ 대전차 미사일을 보유한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이란과 마찬가지로 한·미도 유사시 북한의 지하 시설에 숨긴 드론이나 휴대용 요격 체계 등 비대칭 무기들은 제거하기 한층 까다로울 것”이라며 “전투기들은 통상 중장거리 요격 미사일이나 공대공 공격 위주로 대비하지만 실전에선 이번 F-15E 격추 같은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F-15 한국도 운용 중인데…북한 모방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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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지난 8일부터 러시아 파병을 위한 특수부대 병력 이동을 시작했다고 밝히며 위성 사진 등 관련 자료를 18일 공개했다. 국정원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우크라이나 국방정보총국이 전장에서 수거한 북한제 무기를 확인한 결과, 북한이 러시아에 지원한 무기는 122mmㆍ152mm 포탄, 불새-4 대전차 미사일, KN-23 등 단거리 탄도미사일, RPG 대전차 로켓 등이었다″고 덧붙였다. 사진은 불새-4 국가정보원 제공=연합뉴스

미 현지 매체들은 이번 사태로 비(非)스텔스 기능 항공기의 취약성이 재차 노출됐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첨단 항전 장비 등을 갖췄다 해도 원거리 사격 지원이나 다른 항공기의 호위 없이 내륙 깊숙이 들어가는 작전은 여전히 위험하다는 게 입증됐기 때문이다.

미국이 1990년대 초반 도입한 F-15E는 정밀유도폭탄(GBU)과 합동직격탄(JDAM) 등 최대 10t의 폭장량을 자랑한다. 하지만 F-35 등 스텔스기에 비해 레이더 반사면적(RCS)이 크고 기계식 레이더를 쓴다는 한계가 있다.

한국 공군도 F-15K 슬램 이글 50여대를 운영 중이다. 2005년 도입 당시엔 미 F-15E보다 향상된 레이더를 탑재하는 등 최신 장비에 가까웠으나, 이후 레이더와 항전 장비를 현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었다. 군 당국은 2024년부터 2031년까지 4조 5600억원을 투입해 성능 개량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방공망 무력화 ‘미션 임파서블’ 방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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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의 F-15E 스트라이크 이글 전투기. AP=연합뉴스

전투기는 통상 지대공, 공대공 요격 시도가 있으면 플레어·채프 등 탐지·기만 체계 가동, 회피 기동 등을 거의 동시적으로 진행한다. 그럼에도 F-15E가 격추됐다는 건, 이런 절차를 수행할 틈도 없이 기습적으로 근접 거리에서 쐈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는 이란의 방공망을 무력화했다는 미 측 주장과 달리 이란이 지하 시설 또는 험준한 산악 지형을 활용해 소형 정밀 방공 자산을 활용하고 있다는 의미도 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이란 혁명수비대 방공사령관은 미 F-15E 격추에 “새 방공망”을 활용했다고 주장했는데, 러시아의 4세대 휴대용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인 9K333 버바가 쓰였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12월 이란과 러시아가 버바 휴대용 미사일 발사대 500대와 미사일 2500기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버바는 최첨단 적외선 유도 기술이 적용된 견착식 방공 체계로, 저공 비행하는 전투기와 드론을 요격하기 위한 체계다. 1기당 17만 달러(약 2억 5000만원) 정도라고 한다.

이중구 한국국방연구원 박사는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가 스팅어 류의 휴대용 무기로 러시아의 값비싼 전차를 무력화하면서 지상전이 드론전으로 전환된 것”이라면서 “방공 체계 진화에 맞춰 항공기의 비행 고도가 낮아지고, 이에 다시 초저고도 정밀 대공 무기가 진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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