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경희대 미래문명원 "양자역학과 영성은 어떻게 연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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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 캠퍼스타운에서 양자역학과 영성을 주제로 한 미래문명원 콜로키움이 열렸다. 주제는 ‘양자 영성과 의식의 전환’. 경희대 송재룡(종교사회학) 특임교수가 사회를 맡고,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김태수 교수가 발표를 맡았다. 김 교수는 연세대(정치학)에서 학사, 영국 옥스퍼드대(정치철학)에서 석사, 서울대에서 철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타이완에서 중의학을 전공한 중의사이기도 하다.
경희대 미래문명원에서 열린 콜로키움에서 서울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김태수 교수가 양자역학과 의식의 전환에 대한 발표를 하고 있다. 백성호 기자
이날 발표에 앞서 김 교수는 “물리학과 양자역학, 서양철학과 불교철학을 통해서 궁극적 진리를 찾으려 애를 많이 썼다”며 그동안 자신이 천착했던 영역을 두루 아우르며 논지를 펼쳤다. 크게 ‘양자 얽힘의 비분리성’ ‘화엄의 상즉상입(相卽相入)’ ‘정신분석학에서 말하는 전이에서의 분석 주체와 분석가의 얽힘’에 대해 풀었다.
화엄의 상즉상입은 불교 화엄사상에서 모든 존재가 서로 구별되면서도 본질적으로는 하나이며(相卽), 서로가 서로를 포함하여 끝없이 연결되어 있다(相入)는 뜻이다. 김 교수는 양자역학에서 말하는 ‘양자얽힘’이나 ‘양자중첩’과도 맥이 통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현대철학에서 가장 논쟁적이면서도 대중적인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의 물음을 인용했다. “무(無)보다 적은 것이 있느냐?” 이어서 김 교수는 “진공은 ‘무보다 적은 것(Less than nothing)’이다. 가장 안정적인 상태는 진공의 상태”라며 “이것은 양자 진공의 요동에서 우주가 출현하는 물리학적 조건이며, 불교의 공(空)이 허무적 진공이 아닌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콜로키움에서 사회를 맡은 송재룡 교수(왼쪽)와 토론자로 나선 이중원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백성호 기자
김태수 교수가 토론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토론을 맡은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신충식 교수. 백성호 기자
김 교수는 양자역학의 물리적 사실에서 출발해 정신분석학적 해석을 거쳤다. 그리고 의식과 생명의 영역으로 논의를 확장한 뒤, 불교철학의 ‘사사무애(事事無礙)’ 사상으로 답했다. 불교 화엄사상에서 강조한 ‘사사무애’는 ‘개별적 현상(事)과 현상(事)이 서로 걸림(礙)없이 원융하게 통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우주의 모든 존재는 고립된 것이 아니고, 하나의 현상 안에 우주 전체의 진리가 담겨 있고, 모든 현상은 서로를 포함하고 비추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균열의 존재론’을 제시하며 “균열은 존재의 결핍이 아니라 존재의 조건이다”고 말했다. “충만한 실재가 먼저 있고, 그다음에 균열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균열이 있기 때문에 무엇인가가 있다”며 새로운 창조의 조건이 내부적 ‘균열’이라고 짚었다.
이러한 균열의 구조가 물리적 차원, 심리적 차원, 생명ㆍ인지적 차원, 영성적 차원을 두루 관통하는 원리로 수렴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적멸은 완벽한 고요가 아니라 균열의 역동성이 가장 투명하게 드러나는 지점"이라며 “영성적 측면에서는 자아의 고정된 경계가 해체되고, 만물의 상호의존성이 체험적으로 통찰되는 차원이다. 에고의 집착이 사라진 자리에서 존재의 역동적 균열을 생생하게 마주하는 깨어있음이다”고 밝혔다.
김태수 교수는 원효의 사상과 불교의 화엄사상에 깔린 불교철학의 이치와 양자역학의 원리가 서로 어떻게 통하는지 설명했다. 백성호 기자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양자역학의 비결정성에서 출발해 생명의 체화된 행위를 거쳐, 분리되지 않은 하나됨의 영성에 도달하는 것. 이것이 존재의 틈새에서 피어나는 의식의 전환이며, 미래 문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은 물리학 전공 출신의 철학자인 서울시립대 이중원(철학) 명예교수와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신충식 교수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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