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달새 외국인 투자자금 54조 이탈…3개월 만에 작년 유입분 반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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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코스닥 지수가 급락하면서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 효력 정지)가 발동된 지난 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종가가 나오고 있다. 뉴스1

지난달 국내 증시를 떠난 외국인 자금이 365억 달러(약 54조원)에 달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큰 규모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3월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자금은 365억5000만 달러 순유출로 집계됐다. 빠져나간(유출) 돈이 들어온(유입) 돈보다 그만큼 많았다는 의미다. 전달(-77억6000만 달러)보다 4배 이상 늘어난 규모로, 종전 최대였던 2008년 7월(-89억7000만 달러)을 크게 웃돈다.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1월 23억9000만 달러 순유입에서 2월 순유출로 전환된 뒤, 3월에는 대규모 자금 이탈로 이어졌다. 1~3월 누적 순유출액은 419억2000만 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연간 순유입액(420억6000만 달러)과 맞먹는데, 3개월 만에 이 자금이 거의 다 빠져나갔다는 의미다.

외국인은 3월 한 달 동안 주식시장에서만 297억8000만 달러어치를 팔아치웠다. 1~2월 증시 급등 이후 조정 우려가 커진 가운데 중동 전쟁으로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되자 외국인은 투자 비중을 빠르게 줄인 걸로 분석된다. 올해 들어 주식자금은 3개월 연속 순유출로, 이 기간 433억3000만 달러(64조원)가 빠져나갔다.

채권자금도 유출로 돌아섰다. 6개월간 순유입을 이어가던 채권자금은 지난달 67억7000만 달러 순유출을 기록했다. 국고채 만기 상환과 차익거래 유인이 급감한 영향이다. 단기 차익거래 유인은 3개월물 기준 2월 0.12%(12bp)에서 3월 0.01%(1bp)로 떨어졌다. 차익거래 유인은 외국인 투자자가 환헤지 비용을 감안하고도 추가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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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증권투자자금 유출입 추이.

외국인 자금 이탈은 환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2월 말 1439.7원에서 3월 말 1530.1원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원화 가치는 4.3% 하락해 주요국 통화 대비 낙폭이 가장 컸다. 달러화는 2.3% 강세를 보인 반면 엔화(-2.2%)·유로화(-1.8%)·파운드화(-1.3%)는 약세였다.

한은 관계자는 “환율 상승은 국제유가 상승과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최근에는 종전 기대가 반영되며 상승 폭이 일부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시스템 전반의 외화 조달 여건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단기 외화차입 가산금리는 큰 변화가 없고, 중장기 가산금리는 오히려 하락했다. 시장 불안에도 불구하고 대외 신용 자체가 급격히 흔들리는 상황은 아니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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