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당직날이라도 봐달라” 2부제에 우울한 공무원들…“불법 주차 양산”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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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한 육군 부대의 모습. 기사와 직접적 연관은 없음. 연합뉴스

지난 8일 한 육군 부대에서 참모로 근무하는 A대위는 본인의 차량번호 끝자리가 짝수임에도 자차를 이용해 출근할 수 없었다. 이날 오후부터 9일 오전까지 약 15시간 밤을 새는 당직 근무를 서고 퇴근해야 했는데, 9일엔 홀수 차량만 운행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A대위는 “당직은 예외로 해줄 수 없느냐”고 상급 부대에 문의했지만, “정부 지침 상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그는 “숙소로 가는 버스의 배차 간격이 약 1시간이고, 택시로는 약 30분 거리”라며 “당직비가 3만원인데 택시비로 2만원을 넘게 썼다”고 주장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2주 휴전이 발효됐지만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계속 되면서 공공부문 차량 운행을 2부제로 묶는 에너지 수요 통제를 정부가 이어가고 있다. 이에 곳곳에서 불편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수도권에 비해 교통 인프라가 열악한 지방 공무원들과 불규칙적으로 근무하는 군인·경찰들의 불만이 적잖다. 한 위관급 장교 B씨는 “해양경찰청이나 일부 군 부대는 당직 차량을 예외로 인정 해주고 있다”며 “기관끼리 기준이 제각각이어서 더 억울하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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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제에 대해 불만섞인 게시글이 경찰청 익명 게시판에 올라와있다. 직장인 익명게시판 블라인드 캡처

집에서 근무지까지 약 2시간이 걸리는 지방청 형사기동대 소속의 한 경찰관 C씨는 “출근 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이 없어서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타격대 근무를 들어가려면 오전 6시30분까지 부대로 가야 할 때가 있다”며 “오전 4시에는 지하철이 없어 무조건 택시를 타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근무하는 한 육군 부사관 D씨는 “와이프가 임신 중인데, 급한 일이 생겼을 때 택시가 바로 안 잡히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이냐”고 토로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거주하는 공무원들이 이른바 ‘꼼수 주차’를 하고 출근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취지의 게시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지방의 한 공무원도 직장인 익명게시판 블라인드에 “주차장 입구 단속을 피해 인근 골목에 몰래 주차하고 출근하는 사람이 한두명이 아니다”며 “융통성 있는 정책이 없으면 결국 불법 주차만 양산하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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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안보 위기 관련 공공기관 차량 2부제(홀짝제)가 시작된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직원들이 2부제 안내 캠페인을 진행했다. 김종호 기자

이와 관련, 에너지 대책 주무 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자원안보 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공무원들이 선제적으로 희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격일 근무를 하는 경우 등 억울하게 차량을 계속 쓰지 못하는 경우엔 예외를 적용해줄 수 있다”면서도 “어쩌다가 당직 근무를 서는 경우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것이 정부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해당 기관장이 각자의 사정을 헤아려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예외를 인정해줄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한 공공기관장은 본인의 차량을 전기차로 교체하는 방식으로 정부 정책에 협조했다. 기관장의 차량은 관련 지침상 예외로 인정해 타고 다닐 수도 있었지만, 고생하는 직원들의 눈총을 사지 않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고 한다. 서울의 한 구청에서 근무하는 주무관은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 공무원 개개인이 돈을 더 써야 하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이 있으면 좋겠다”며 “특히 정부 차원에서 불필요한 각종 행사·교육·소집부터 간소화하거나, 전체 직원이 모여야 하는 일을 과감하게 생략하는 조치가 더 절실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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