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주커녕, 하루만에 흔들린 휴전

본문

미국과 이란이 2주 휴전에 극적으로 합의했지만 다음 날인 8일(현지시간)부터 상대의 합의 위반을 주장하며 “전투 복귀”를 거론하는 등 휴전 체제가 첫날부터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다. 오는 11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미·이란 간 첫 대면 협상이 예정된 가운데 임시 휴전 국면이 아슬아슬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다.

이란은 휴전 합의로 개방하는 듯했던 호르무즈해협을 다시 봉쇄한다고 위협했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은 이날 오전 상선 2척이 해협을 지났지만 이스라엘의 휴전 위반 때문에 유조선 통행이 다시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도 “호르무즈해협이 전면 폐쇄되면서 해협을 통과하려던 유조선들이 급히 뱃머리를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미·이란의 휴전 합의를 받아들여 이란 공격은 멈췄지만, 헤즈볼라는 휴전 합의에 들어 있지 않다며 이날 레바논 전역 약 100개의 목표물을 대대적으로 공습했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이번 공습으로 최소 254명이 숨지고 1100여 명이 다쳤다. 이란은 이를 휴전 합의 위반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쟁 반대한 밴스 나선다…내일 파키스탄서 이란과 첫 협상

bt8d2c48ae2455c3dfcd1c0111a9dee811.jpg

밴스(왼쪽), 갈리바프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호르무즈해협 통행은 휴전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이란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이란이 휴전 기간 호르무즈해협 통과 선박 수를 하루당 15척 이하로 제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타스에 “새 법적 체계는 역내 당사국들에 통보됐다”며 “(호르무즈해협이) 전쟁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정보업체 S&P 글로벌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이날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상선 4척에 불과했다. 전쟁 이전 하루 약 135척이 드나들던 것과 비교하면 미국이 요구한 ‘완전 개방’과는 큰 차이가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의 ‘기뢰 위험 회피’를 이유로 ‘대체 항로’를 발표하기도 했다. 외해에서 이란 방면으로 들어가는 선박은 오만해에서 라라크섬 북쪽을 휘돌아 페르시아만으로 진입하고, 내해에서 빠져나가는 선박은 라라크섬 남쪽을 거쳐 오만만으로 이동하라는 요구다. 해협 통제권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관련기사

  • 땅속 440㎏ 이란 고농축 우라늄…트럼프, 종전 명분 전리품 삼나

  • [사진] 휴전 뒤에도 때린 이스라엘, 레바논 사상자 1300명

  • [사진] 이란이 공개한 호르무즈 안전 항로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ABC방송에 “우리는 이(통행료 부과)를 조인트 벤처(합작법인 사업)로 진행하는 걸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통제권을 인정해 주면서 동시에 통행료 수익을 미국으로 가져와 이번 전쟁에서 미국이 손해 보지 않았음을 국민들에게 강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과 이란의 정전협상은 11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시작된다. 회담 장소는 파키스탄 총리 관저가 유력하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8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주말 협상을 위해 J D 밴스 부통령과 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이끄는 협상단을 이슬라마바드로 파견할 것”이라고 했다. 이란에서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이 협상에 나선다고 이란 ISNA통신이 전했다.

이란 전쟁을 반대했다고 알려진 밴스 부통령이 협상팀에 합류한 게 눈에 띈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밴스 부통령은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과 소통하며 협상에 관여해 왔다. 개전 초기 전쟁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지만, 그런 측면 덕분에 이란이 상대적으로 유연한 인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이미 신경전이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미국의 모든 군함·군용기·병력은 ‘진정한 합의’가 완전히 이행될 때까지 이란과 그 주변 지역에 계속 주둔할 것”이라며 “만약 합의가 이행되지 않는다면 이전에 본 적이 없는 규모로 더 강력하고 효과적인 ‘발포’가 시작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8일 “이스라엘에는 완수해야 할 목표가 많이 남아 있다” “언제든 다시 전투에 복귀할 준비가 돼 있다. 우리 방아쇠에도 손가락이 걸려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공격이 계속될 경우 휴전을 철회하겠다는 입장이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9일 “이스라엘의 레바논 타격은 휴전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라며 “공격이 계속되면 모든 협상은 의미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47,025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