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11년 괴롭힌 질문서 해방된 뒤…매킬로이 빵 터진 뜻밖 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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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3 콘테스트에서 딸 포피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 로리 매킬로이. [로이터=연합뉴스]
그린 재킷을 입고 인터뷰 룸에 입장한 로리 매킬로이는 뜻밖의 질문을 받았다. 오거스타 내셔널 각 홀의 이름이 된 꽃을 맞혀보라는 것이었다.
“진달래(아잘레아).”
“더스틴 존슨도 그건 맞혔습니다.”
“흰 층층나무, 분홍 층층나무.”
“몇 번 홀이죠?”
“분홍 층층나무가 2번 홀, 흰 층층나무가 10번 홀?”
“하나 틀렸습니다.” (흰 층층나무는 11번 홀이다.)
8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 미디어센터. 매킬로이는 꽃 이름을 떠올리느라 머리를 굴려야 했다. 파이어손(15번), 아잘레아(13번), 골든벨(12번), 핑크도그우드(2번)…. “생각보다 많이 맞혔네요”라며 웃었다. 기자회견장도 따라 웃었다.
쉽지 않은 질문이었다. 그러나 이 남자는 예전부터 쉽지 않은 질문을 받아왔다. 지난 2014년 3개 메이저대회를 제패하며 커리어 그랜드슬램 문턱에 다가선 뒤 지난해까지 11년간 (마지막 남은) 마스터스의 기자회견에서 매킬로이에게 돌아오는 질문은 정해져 있었다. “올해는 마스터스 우승을 할 것 같나” “그랜드슬램 부담이 크지 않은가” 등등. 그는 매년 다른 말로 같은 질문에 답해야 했다.
그러다 작년 4월 우승한 뒤 인터뷰룸에 들어서자마자 먼저 입을 열었다. “내가 먼저 여러분께 질문하겠습니다. 내년에는 여기서 무슨 얘기를 할 건가요?” 미디어센터가 웃음바다가 됐다. 이 농담은 11년 묵은 질문에서 드디어 해방됐다는 선언이기도 했다. 그러나 인생에서 질문은 끝나지 않는다.
운동선수들이 평생의 목표를 이룬 뒤 겪는 공허함은 생각보다 깊다.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는 2012년 런던 올림픽 이후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테니스의 앤드리 애거시는 자서전에서 “윔블던에서 이긴 날 밤, 나는 울었다”고 했다. 그다음 무엇을 원하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매킬로이도 다르지 않았다. PGA챔피언십에서 “어릴 때부터 에베레스트처럼 바라봐온 산을 넘었더니 다음 봉우리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US오픈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는 “빨리 치고 대회장을 빠져나가는 게 목표”라는 말까지 나왔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사람에게도 질문은 계속된다. 어떻게 답하느냐가 다음 챕터를 결정한다.
올해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우승 직후 ‘내년엔 무슨 얘기를 할 거냐’고 물었는데, 지금 어떤 이야기가 화제가 되고 있다 생각하나”라는 질문을 받고 매킬로이는 단번에 “꽃”이라고 답해 다시 좌중을 웃겼다.
그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이 나를 움직이게 할지, 이 게임에서 무엇을 더 이루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이 지금의 이야기”라 운을 뗀 그는 “뭔가를 이룰 때마다 행복할 거라 생각하지만, 목표는 계속 바뀌고 점점 더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밀려난다. 여정 자체에서 즐거움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솔직히 커리어 그랜드슬램이 최종 목적지라 생각했지만, 달성하고 나서야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고 덧붙였다.
마스터스는 9일 밤 개막해 13일 새벽 챔피언이 가려진다.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가 우승 후보 1순위다. 2연패에 도전하는 2위 매킬로이가 그 뒤를 잇는다. 흥미로운 징크스도 있다. 2024년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우승자 셰플러가 그해 마스터스를 제패했고, 2025년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우승자 매킬로이가 그해 마스터스에서 우승했다. 올해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우승자는 3위 캐머런 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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