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압박 속 나토 “호르무즈서 단계적 역할 가능…한·일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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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방문 중인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사무총장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 위치한 로널드 레이건 재단에서 대담 행사 도중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9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안전 확보와 관련해 나토가 단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는 나토 비(非)회원국인 한국과 일본, 호주의 협력도 포함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전날 미 워싱턴 DC 백악관을 방문한 뤼터 사무총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유럽 동맹국들이 해협의 통행 안전 확보를 위해 구체적인 지원 약속을 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한다.
뤼터 사무총장은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로널드 레이건 재단 주최 행사에서 “나토가 도울 수 있다면 돕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안전 확보를 위해 단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나토) 각국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 상태를 유지하는 데 기여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색하고 있다. 미국과 함께 어디서, 언제 작전 임무를 수행할지 논의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실질적인 지원 방식의 예로 기뢰 제거함, 호위함, 레이더 기술 관련 기여를 언급했다.
“자유 항행 보장해야…韓 등과 연합 이유”
뤼터 사무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해상 운송로가 가능한 한 빨리 개방되도록 하는 데 매우 열의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안다”며 “하지만 이는 작전 자체에 대한 실질적 지원이며, 다음 단계에서는 자유로운 항행이라는 원칙이 유지되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대목에서 “이것이 우리가 동맹국과 연합을 맺는 이유다. 이는 나토 회원국뿐만 아니라 일본, 한국, 호주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바레인·아랍에미리트(UAE)를 포함한 걸프 지역 국가들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했다. 해협 안전 확보를 위해 나토 회원국뿐만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비회원국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기 중인 선박들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마린트래픽, 한국해양진흥공사]
뤼터 사무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특정 나토 주둔 미군을 철수해 재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일각의 관측에 대해서는 “미국은 점차 태평양 내륙으로 전략적 초점을 옮겨가기를 원한다. 바로 이것이 유럽이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하는 이유이고, 동맹 내에서 미국과 상호 의존 관계를 강화하고 더 강력한 유럽과 나토를 만들어야 하는 시기임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나토 미군 재배치설에 “美와 관계 강화해야”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안전 보장 작전 동참 요구에 미온적이었다는 이유를 들어 최근 여러 차례 나토에 강한 실망감을 표해 왔다. 이란 전쟁에 비협조적이었다고 보는 나토 회원국의 주둔 미군을 협조적이었던 회원국으로 옮기는 방안을 보복성 조치로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나오기도 했다. 유럽 전역에 주둔하는 미군은 8만여 명 규모인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를 5%(순수 국방비 3.5%+안보 관련 인프라 1.5%) 수준으로 증액하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스페인 또는 독일 내 미군 기지의 재조정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뤼터 사무총장과의 비공개 회담에서 나토를 향한 불만을 거듭 쏟아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우리가 필요했을 때 나토는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했고, 9일에도 “아주 실망스러운 나토를 포함해 그 누구도 압력이 가해지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다. 뤼터 사무총장과의 만남에서 호르무즈 해협과 관련해 나토의 기여를 강하게 압박했음을 시사하는 말로 풀이된다.
뤼터 사무총장은 나토와 한국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주요국 간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중국·북한·이란이 협력하고 있다며 “따라서 이는 전 세계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나토가 태평양 지역까지 확장되기를 주장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가 일본·한국·호주·뉴질랜드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 증거”라고 했다.
지난해 10월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오른쪽)과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사무총장이 회담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아빠’ 발언…평생 안고 살게 돼”
뤼터 사무총장은 이날 데일리 메일 기자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을 여전히 ‘아빠’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 이야기를 저를 따라다니는 것 같아 설명이 필요하다. 이제 저는 남은 평생 이것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고 말해 청중석에서 폭소가 터졌다.
뤼터 사무총장은 “지난해 6월 나토 정상회담 전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을 가졌는데 그는 이란과 이스라엘 문제로 매우 화가 나 있었다. 그래서 제가 ‘가끔은 아빠도 화를 내야 할 때가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을 ‘아빠’라고 부른 건 아니며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해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아빠의 훈육’에 빗대어 말한 것이었다는 설명이다.
뤼터 사무총장은 “이건 언어의 문제”라며 “물론 ‘아빠’라는 말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긴 하다. 실수는 할 수 있는 법이고 특히 원어민이 아닐 때는 더 그렇다”고 덧붙였다. 뤼터 사무총장은 네덜란드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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