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秋 “의미 큰 일”…女대통령은 있었는데, 시·도지사 없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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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유리천장을 뚫어내는 일이 될 거다.”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로 확정된 추미애 의원은 지난 8일 기자들을 만나 “헌정사에 없던 첫 여성 광역단체장이 경기지사가 된다는 건 의미가 큰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6·3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로 확정된 추미애 의원이 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추 의원의 본선행으로 1995년(민선 1기)부터 이어진 여성 정치인의 광역단체장 도전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간 다수의 여성 후보가 수도권 등에서 시·도지사 선거에 출마했지만 당선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 사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18대 대선에서 승리한 경험이 있지만 외려 여성 시·도지사는 배출하지 못한 것이다. 그만큼 여성에겐 도백이 되는 길이 여전히 험준하다.
여성 광역단체장 도전기의 시작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판사를 거쳐 환경처 장관을 역임한 황산성 후보와 3선 의원 출신의 김옥선 후보가 무소속으로 서울시장에 출마했다. 황 후보가 2.1%, 김 후보가 0.4%의 득표율을 기록하는 데 그쳐 여성 후보의 도전이라는 데 의미를 둬야 했다.

2006년 5월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와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에 참석해 자리를 함께 했다. 중앙포토
주요 정당의 공천을 받아 본격적인 도전을 시작한 건 2006년부터다. 당시 첫 여성 법무부 장관을 지낸 강금실 열린우리당 후보는 서울시장에 처음 도전한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와 맞붙었다. 당시 선거는 ‘성 대결’ 양상을 보였다. 열린우리당은 첫 여성 시장 탄생을 바라는 유권자의 기대가 실제 득표로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특히 한명숙 국무총리 임명으로 여당이 ‘여풍’의 진원지로 부각된 점이 여성 표심을 확보하는 데 유리할 것이란 분석이 있었다. 반면 한나라당은 “여성표가 여성 후보에게 갈 것이란 분석은 단순 도식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실제 선거 결과 강 후보는 27.31%에 그쳐 오세훈 후보(61.05%)에게 크게 패했다. 그해 울산시장 선거에선 노옥희 민주노동당 후보가 진보 정당의 기세를 몰아 출전했지만 25.25%를 얻어 박맹우 한나라당 후보(63.23%)에 이어 2위로 낙선했다.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유세 중인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와 한명숙 민주당 후보. 중앙포토
이후 선거에서도 여성 후보들의 석패는 계속됐다.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한명숙 민주당 후보는 현직 시장인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와 격돌했다. 당시 선거 초반만 해도 “준비된 시장”을 강조한 오 후보의 압승이 전망됐지만, 선거 50여일 전 한 후보의 ‘뇌물 수수 의혹’ 1심 무죄 판결로 판세가 급변했다. 당시 리얼미터 조사 기준 23.3%포인트에 달했던 격차는 7%포인트까지 좁혀졌다. 막판엔 격차가 더 좁혀져 초접전 끝에 0.6%포인트 차이로 오세훈 시장이 재선에 성공했다.
2011년 오세훈 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해 치러진 보궐선거에선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첫 여성 광역단체장에 도전했지만 벽을 넘지 못했다. 당시 무소속 출마를 검토하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박원순 변호사에게 후보직을 전격 양보했다. 이후 박 후보는 박영선 민주당 후보 등을 제치고 범야권 단일 후보로 선출됐고, 득표율 53.40%로 서울 시장에 당선됐다.
박원순 시장의 유고로 치러진 2021년 4월 보궐선거에는 박영선 민주당 후보가 도전했지만 득표율 39.18%를 얻어 10년 만에 서울시장에 재도전한 오세훈(57.50%) 후보의 복귀를 막지 못했다.
박경민 기자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지 3개월 만에 열린 6·1 지방선거는 여성 도백의 탄생이 가장 눈앞까지 온 순간이었다. 정권 교체 직후 치러진 선거였던 만큼 ‘윤심(尹心)’을 등에 업은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는 상대인 김동연 민주당 후보를 “실패한 경제부총리”로 규정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밤샘 접전을 펼쳤지만, 김은혜 후보는 0.15%포인트라는 역대 광역단체장 선거 최소 격차로 낙선했다.
그동안 여성 광역단체장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선우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은 공천 과정에서 개방성이 높아졌고 여성 후보 가점 등 유리한 요소가 있지만, 과거엔 정치권 문화나 유권자 인식이 여성에게 불리한 요소가 있었다”고 했다. 여성 도전자가 수도권에 집중된 것에 대해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고연령층 비중이 높고 보수적인 정서가 강한 지방에 비해 수도권이 여성 정치인 수용도가 높아 그동안 쏠린 경향이 있다”며 “무게감 있는 여성 정치인이 늘고 있고, 도전도 많아지면서 남녀 후보의 격차도 많이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2022년 5월 9일 6·1 지방선거 경기지사 후보 초청 토론회가 열린 경기 수원 팔달구 수원 SK 브로드밴드 수원방송에서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가 토론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반면 성별 문제가 아닌 그간 도전자들의 역량 문제라는 분석도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컨설팅 실장은 “그동안 낙선한 여성 후보들이 경쟁자보다 행정 경험 등이 부족해 보였다”며 “여성이란 상징성보다는 준비된 역량과 리더십을 유권자에게 얼마나 각인시키느냐가 본선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했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유리천장’은 제도나 관행으로 인한 피해를 볼 때 쓰는 표현인데 광역단체장 선거에 ‘유리천장’이란 표현을 쓰는 게 적절하진 않아 보인다”며 “이제는 여성 리더십에 의문을 품는 시대는 지나갔다. 유권자는 성별보다 역량을 고려한 선택을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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