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기업 보유 고가주택 2630채 전수 조사…“오너가 살면 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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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기업 부동산 점검에 착수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 부담 강화 지시가 배경이다. 다주택자에서 기업으로 규제 전선이 확대되는 가운데, 정상 자산과 투기성 보유를 가려내는 것이 관건으로 떠올랐다
12일 국세청은 기업이 보유한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비업무용 부동산의 탈세 여부를 검증한다고 밝혔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민주택 규모(전용면적 84㎡) 이상이면서 공시가격 9억원을 초과하는 고가 주택을 보유한 법인은 1600여 곳에 이른다. 해당 주택 수는 2630개다. 전체 공시가격은 5조4000억원으로 평균 공시가격은 약 20억원으로 나타났다. 50억원이 넘는 주택이 100여 개에 이르고, 100억원이 넘는 초고가 아파트도 있었다.
임광현(사진) 국세청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사주 일가가 법인 주택에 거주하면서 세금을 내고 있지 않다면, 이는 비업무용 부동산을 이용한 탈세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법인이 보유한 고가주택을 모두 점검하고, 필요한 경우 그 이하 주택, 토지까지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예고했다. 탈루 혐의가 있다면 세무조사로 전환해 관련 세금을 추징한다는 방침이다.
주택 외에 기업이 보유한 비업무용 토지 규모는 재산세 과세자료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추정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지방세 통계연감’에 따르면 기업의 비업무용 토지가 포함되는 종합합산 토지 면적은 2024년 기준 약 2126㎢로, 여의도 면적의 약 730배에 달한다. 여기에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 부담도 증가하는 추세다. 국세청에 따르면 법인의 종합합산 토지분 종부세 결정세액은 2020년 1조1660억원에서 2024년 1조5559억원으로 4년 새 약 33% 증가했다. 납세 법인 수도 약 30% 늘어난 2만1859개로 집계됐다.
현행법상 취득 후 1~5년 이내 업무용으로 사용하지 않아 비업무용으로 분류되는 종합합산 토지분의 종부세 세율은 15억원 이하 1%, 15억원 초과 45억원 이하 2%, 45억원 초과 3%다. 과세표준은 공시가격 합산액에서 공제액(5억원)을 빼고 공정시장가액비율(100%)을 반영해 설정한다. 반면 업무용으로 인정되는 토지는 별도합산으로 분류돼 80억원의 공제를 적용받고 0.5~0.7%의 낮은 세율이 부과된다.
이 대통령은 이달 9일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에 대해 “보유부담을 안기는 방향으로 (정책을) 한번 검토해보자”고 방향성을 제시했다. 기업들이 비업무용 토지를 연구·개발(R&D) 등 생산적 용도로 전환하도록 하거나, 매물을 유도해 주택 공급 등에 활용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시장에선 종합합산 토지에 부과되는 종부세 세율 및 과세표준 구간을 세분화하거나 공제액을 축소하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기업의 고유 업무와 관계없는 토지를 솎아내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노태우 정부 시절 5·8조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대기업의 토지 투기 논란 속에 비업무용 토지의 단기 매각을 유도했지만, 이후 경기 위축 등 부작용이 있었다는 평가다.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기업의 부동산 투기는 제재가 필요하지만, 비업무용 토지에 대한 정의에 따라 정책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비업무용으로 보지 않도록 기준을 명확히 하고, 사전 상담 등으로 기업의 불확실성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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