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수시납치’ 없애겠다는 중앙대…교육부 “제도 취지 어긋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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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가 수시에 합격한 수험생에게도 정시 지원 기회를 열어주는 제도를 내놨다. 수능 응시 후 수험생이 신청하면 수시 합격 명단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상위권 수험생의 오랜 고민이었던 ‘수시 납치’를 풀어 주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교육부 등은 현행 대입 규정의 취지에 어긋난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이다.
12일 교육계에 따르면 중앙대는 지난 9일 열린 입학전형 설명회에서 ‘CAU 수능 케어’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중앙대를 지원한 수험생이 수능 응시 후부터 성적 발표 전까지 신청하면 수시 합격 대상에서 제외하는 제도다. 이 경우 다른 대학 수시에 합격한 이력이 없다면 해당 수험생이 정시에 지원할 수 있다고 대학 측은 설명했다. 중앙대는 2027학년도(현 고3) 대입에선 창의형 논술과 지역균형 전형에 적용하고, 2028학년도(고2)부터 보다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입시업계, 학부모 사이에서는 “파격적”이라는 반응이다. 대학이 직접 이른바 ‘수시 납치’ 문제를 풀겠다고 나선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고1 학부모 김보영(45)씨는 “수능을 잘 봐도 수시에 합격하면 더 좋은 대학을 갈 수 없다는 건 교육당국과 대학의 행정 편의주의로 느껴졌다. 불합리한 규제를 푸는 것 같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수시 합격자의 정시모집 지원 금지는 정시·수시 이원화가 확립된 2002학년도 대입 무렵 고등교육법 시행령 등에 명문화됐다. 수시는 수험생이 가고픈 대학을 지원하는 전형인 만큼 합격하면 입학하는 걸 전제로 하는데, 이게 무너지면 수시 합격자마저 정시로 몰려 입시의 안정성이 흔들린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수시·정시를 모두 준비하는 최상위권 학생이 늘고 의대 증원, N수생 급증으로 ‘정시 변수’가 커졌다. 때문에 상위권 수험생 사이에선 수능을 치고도 이미 합격한 대학에 발이 묶이는 ‘수시 납치’에 대한 두려움도 커졌다. 중앙대 관계자는 “수험생의 선택권을 보다 더 존중하면서, 지원자의 풀을 넓혀 우수 학생을 더 많이 확보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학원가에선 다양한 관측이 나왔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중앙대가 수능 성적표가 나오기 전에 수험생에게 최종 성적이나 학생부 제출 동의 여부를 묻고, 원하지 않는 학생은 서류 미비 등으로 탈락시키는 방식을 쓸 것 같다”고 했다. 수시 합격을 사후에 취소하는 대신 미리 합격 명단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정시모집 금지 조항을 비켜갈 것이란 예상이다.
하지만 대입제도를 관할하는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등은 비판적인 입장이라 중앙대의 시도가 실제 실현될지 미지수다. 교육부 관계자는 중앙대 전형안을 두고 “현재 (입시) 체계상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대학에 (교육부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수도권의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수시 납치 문제를 해소한다는 방향엔 동의하지만, 수시·정시 체제를 재설계하지 않는 한 대입 체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사실상 수시가 정시에 흡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입시업계와 대학가에선 다른 대학들에서도 유사한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 속에 좋은 학생을 1명이라도 더 뽑는 게 요즘 대학들의 최대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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