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부과 아녔어?” 간판 함정에 속는 환자들…개선 왜 늦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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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과와 성형외과를 진료과목으로 내세운 한 의원. 연합뉴스

최근 팔 저림 등 목디스크 증상으로 동네 병원을 찾은 30대 직장인 A씨는 혼란을 겪었다. 정형외과 전문의가 진료하는 병원인 줄 알고 방문했지만, 병원에는 해당 과 전문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병원 간판에는 ‘마취통증의학과 의원’과 ‘진료과목: 정형외과’가 함께 표기돼있었다.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정형외과 질환도 진료한다는 의미다. A씨는 “정형외과 전문의인 줄 알고 갔는데 아니어서 당황스러웠다”며 “병원 간판만 보고는 전문의를 구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의료기관 간판의 ‘진료과목’ 표기 혼란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제도 개편이 추진되고 있지만, 시행 시기는 애초 계획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12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복지부는 이르면 올해 상반기로 잡았던 의료기관 간판의 진료과목 표기 개선의 시행 시기가 계획보다 늦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계 안에서도 이해관계에 따라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추진 시기가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환자 헷갈리게 하는 ‘진료과목’ 표기 사라질 듯 

앞서 지난 3월 복지부는 의료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의료기관 명칭표시판에서 ‘진료과목’ 표기를 삭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현재는 전문의가 아니어도 해당 진료를 한다면 ‘진료과목’ 형태로 간판에 표시할 수 있는데, 이를 고쳐 이런 표기를 제한하겠다는 얘기다.

복지부 관계자는 “일부 의료기관이 진료과목 명칭을 크게 표기하면서 환자들이 전문 진료과목으로 오인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병원 간판만으로 의사의 전문 분야를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다. 전문의만 사용할 수 있는 ‘○○과 의원’보다 ‘진료과목 ○○과’와 같은 방식이 널리 쓰이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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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한피부과의사회 캡처

정부는 이번 조치가 미용 진료 쏠림 완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피부과의사회에 따르면 피부 진료를 하는 동네 의원은 약 1만5000곳에 달하지만, 이 가운데 피부과 전문의는 2950명 수준이다.

실제로 맘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피부과에 갔는데 의사가 피부과 전문의가 아녔다”, “미용 진료만 하니 아토피 등 피부 질환을 제대로 보는 의원을 찾기 어렵다”는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다른 과 전공을 하고 개원 후에는 피부과·성형외과 진료만 하려고 한다. 일정 부분 제도적 관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다만 복지부는 신규 개설 의료기관부터 병행 표기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국 7만여 의료기관 간판을 한꺼번에 바꾸는 데 따른 비용을 고려한 조처다.

의료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피부과·성형외과·정형외과 등 인기 과의 전문의들은 찬성하는 분위기지만, 다른 과 전문의나 일반의 사이에서는 “환자 급감의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의료계는 이날 오후 대책 회의를 열고 관련 입장을 정리해 복지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박근태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은 “환자가 병원을 선택할 때 간판은 중요한 기준”이라며 “지금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따고도 다른 과 진료를 보는 경우가 많은데, 진료과목 표기까지 제한되면 젊은 의사들의 필수의료 기피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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