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장학금으로 윤여정·최가온 키웠다…소강 선생 70년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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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민관식육영재단(당시 중산육영회) 4기 장학생들의 모습. 가운데 안경을 낀 여학생이 배우 윤여정이다. 재단 제공
“이 고마우신 여러 어른들의 뜻에 어긋남이 없이 열심히 공부하여 이 나라의 없어서는 아니 될 일군이 되겠습니다.”
1960년 장학금을 받으며 이런 다짐했던 13살 학생은 훗날 세계 무대에서 한국을 알리는 배우 윤여정(79)으로 성장했다. 윤여정이 202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어로 수상 소감을 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의 학습 기반을 다져준 장학 재단이 있었다.
배우 윤여정이 소강민관식육영재단(당시 중산육영회) 제 4회 장학생으로 선발된 후 장학생 대표로 남긴 감사의 글. 재단 제공
대한체육회장과 문교부(현 교육부) 장관 등을 역임한 고(故) 소강 민관식 박사의 장학 재단 ‘소강민관식육영재단(이사장 정대철)’이 올해 70주년을 맞았다. 재단은 지난 11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동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에서 제 70회 장학금 수여식을 열고 총 15명의 신입 장학생에게 장학금을 수여했다.
민 박사와 그의 맏형 고 민완식 선생의 뜻에 따라 1957년 설립된 재단은 매년 15명 내외의 중고등학생을 선발해 3년 간 약 600만원 상당의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다. 가정형편이 좋지 않지만 다재다능한 학생들을 지원하는 재단은 현재까지 930여명의 장학생을 배출했다.
재단의 장수 비결로 오중기 중우회 회장(11회 장학생)은 민 박사의 학생들에 향한 남다른 애정을 꼽았다. 오 회장은 “선생님은 별세하시기 전까지 매년 장학금 수여식에 참석하셨다”며 “시작 2시간부터 행사장에 와 학생들을 기다리며 장학생들에게 일일이 악수하고 덕담하셨다”고 그를 회상했다. 민 박사의 애정은 장학생들의 후배를 향한 내리사랑으로 이어졌고, 1기 장학생들부터 이어진 중우회의 기부가 장학금에 더해지는 선순환 구조 생기며 재단은 70년가량 이어졌다.
지난 11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동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 회의실에서 제 70회 ‘소강민관식육영재단 장학금 수여식’이 열렸다. 재단 제공
민관식 박사와 민완식 선생은 일본 유학 시절 동방문화원 장학생으로 선발되며 학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민 박사는 장학생 선발이 ‘인생의 전환점’이었다고 회고했다. 사회로부터 받은 도움을 되돌려주겠다는 뜻을 품은 형제는 장학사업을 꿈꿨고, 민 선생이 반공투쟁을 하다 암살되기 전에도 민 박사에게 장학사업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고 한다. 이에 민 박사는 형의 아호를 딴 ‘중산육영회’를 설립해 장학사업을 이어갔고, 별세 이후 재단은 민 박사의 아호를 따 현재의 ‘소강민관식육영재단’으로 이름을 바꿨다.
태릉 선수촌 건립하고 대한체육회·대한축구협회 회장 등을 지낸 민 박사는 ‘한국 스포츠 근대화의 아버지로’ 불렸다. 이를 기려 재단은 2009년 소강체육대상을 설립해 매년 선수 및 지도자, 언론인 등 체육인들에게 포상하고 있다. 재단은 지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금메달리스트인 최가온 선수를 세간이 주목하기 전인 2023년 ‘최우수선수’로 선정한 바 있다. 민 박사의 아들인 민병환 전 국정원 제2차장은 “가족들이 재단에 개입하지 않고 전문가에게 맡겨 공정하게 체육 유망주를 발굴하고 있기에 가능한 시상이었다”며 재단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드러냈다.

민관식 박사는 생전에 중앙일보에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이라는 제목의 시리즈를 연재했다. 중앙포토
별세 전날까지도 테니스를 했다고 전해지는 만큼 테니스에 특히 애정이 깊은 민 박사는 1973년을 시작으로 매년 ‘소강배 전국 남녀 중·고등학교 대항 테니스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주니어 테니스 꿈나무들이 반드시 거쳐가는 대회로, 세계 메이저대회에 출전한 정현 선수와 이형택 선수 역시 이 대회의 우승자 출신이다. 정 선수는 16살 때 소강체육대상 최우수선수상(2012년)을 받기도 했다.
장학금 수여식을 마친 재단은 다음달 7일 소강체육대상 시상식을 개최한다. 올해 최우수선수상에는 지난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길리 쇼트트랙선수가, 언론상에는 중앙일보 스포츠부 성호준 기자가 수상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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