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소년중앙] 일상 비틀자 터지는 웃음, 그 뒤에 남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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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때로 지나치게 진지한 일상을 살아갑니다. 실수조차 허락되지 않는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 작은 순간들은 빠르게 스쳐 지나가고,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점점 굳어가죠. 데미안 허스트, 론 뮤익을 잇는 차세대 현대미술 작가 맥스 시덴토프는 이러한 단단한 시선에 작은 틈을 만들어냅니다. 1991년 나미비아에서 태어난 컨셉추얼 아티스트 맥스 시덴토프의 시선은 늘 생동감 있고 유쾌해요. 일상의 장면을 독창적으로 재해석한 그의 작품은 날카로우면서도 유머러스하죠. 과장된 장면과 엉뚱한 유머, 뜻밖의 전환을 통해 익숙한 풍경을 낯설게 바꾸고, 세상을 다시 바라볼 수 있는 여백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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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함, 취약성 등을 탐구하는 ‘온리 휴먼’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맥스 시덴토프는 이번 신작을 통해 우리가 겪는 모순에 대해 지적했다.

시각적인 도파민을 제공하고 익숙한 세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매력을 지닌 맥스 시덴토프의 작업은 특별한 소재를 찾기보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에서 출발해요. 대신 오브제를 어긋나게 배치하거나 과장하고 반복합니다. 그 결과 평범했던 장면은 낯설고 독특하게 변하죠. 중요한 점은 어렵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너무 쉽게 이해되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장면을 만들어낸다는 데 있습니다. 이것이 맥스 시덴토프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자 강점이죠. 이러한 그의 작업 세계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 '맥스 시덴토프 개인전: Seriously NOT Serious'가 오는 8월 30일까지 서울 중구에 있는 그라운드시소 센트럴에서 열려요.

사진과 영상, 조각, 설치, 그리고 상업 프로젝트까지 아우르는 이번 전시는 직선적인 서사가 아닌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됩니다. 관객은 친밀한 공간에서 출발해 낯선 질서가 작동하는 장면들을 지나며, 현실이 연출처럼 느껴지는 순간과 연출이 현실처럼 다가오는 순간을 마주해요. 이 과정에서 인간의 불완전함과 허영, 그리고 모순된 모습을 유머라는 렌즈를 통해 다시 바라보게 되죠. 사진·영상·조각·설치·출판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그의 작업은 대부분 사소한 순간과 작은 의문에서 시작돼요. 과장된 연출과 절묘한 타이밍, 예상 밖의 서사 장치를 더해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흔들고, 익숙함 속에 숨은 인간의 본질을 포착하죠. 유머를 기반으로 하지만 가볍지 않은 특유의 날카로운 균형감은 맥스 시덴토프의 강점입니다. 특히 관람객의 참여로 완성되는 8만 조각의 퍼즐, 작가 자신이 작품 속 인물이 된 대형 조각 작품 등 다수의 신작을 최초 공개해 많은 관객의 기대감을 불러일으킨 이번 전시는 총 7개의 섹션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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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체어에 쓰러져 잠든 자기 얼굴에 형형색색 매직 낙서가 뒤덮인 모습을 사실적으로 담은 자화상 ‘애프터 파티’.

첫 번째 섹션 ‘HELLO, MY NAME IS MAX’에서는 작가 자신을 작업의 재료로 삼아 예술가라는 존재와 예술 자체를 탐구합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소파에 드러누운 작가가 관람객을 맞이하죠. 자화상 ‘애프터 파티’는 라운지 소파에 쓰러진 채 잠든 얼굴 위에 형형색색의 낙서가 더해진 모습으로, 자화상이라는 장르의 권위를 유머러스하게 비틀어요. 작가는 이 작품에서 창작의 주체가 아니라 풍자의 대상으로 등장하며, 인간의 취약함과 예측 불가능한 순간을 포착해 웃음을 자아냅니다. 이어지는 조각 작품 ‘자화상’은 작가가 자신의 모습을 그리는 장면을 담았죠. 조각된 인물과 그가 그리는 초상은 서로 의존하면서도 어느 하나도 ‘진짜 자아’를 완전히 규정하지 못하죠. 이를 통해 작가는 자아 재현의 불안정성과 내가 보는 나와 타인이 바라보는 나 사이의 간극을 탐구해요.

두 번째 섹션 'Friends'는 함께 아이디어를 나누고 서로의 창작을 지지해온 협업의 관계, 특별한 감정으로 이어지지 않고 우정 그 자체로 규정된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죠.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실험을 나누고, 방향을 논의해온 사람들이 작가의 세계를 어떻게 확장하는지 볼 수 있는 이곳의 작품들은 그렇게 겹겹이 쌓인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탄생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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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과정에 대한 풍자적 시선을 제시한 작품 ‘Democracy’는 민주주의의 핵심적 긴장을 드러낸다.

같은 포즈지만 다른 피사체들이 담긴 작품 '똑같게, 똑같게, 하지만 다르게'는 동일한 아이디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금기를 다루죠. 작가는 3년에 걸쳐 스케치와 짧은 설명 형태의 아이디어를 50명 이상의 전 세계 사진가들에게 보내 말 그대로 같은 아이디어를 각자 사진으로 구현해 달라고 요청했어요. 같은 아이디어라도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나며, 해석과 관점의 차이를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든 오래된 아이디어든 상관없어요. 오롯이 열린 마음으로 바라본다면 무한한 상상은 예술 소재가 될 수 있고 색다른 결과물을 선보일 수 있으니까요.

‘성숙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세 번째 섹션 ‘MATURE CONTENT’에서는 나이 든 모델들이 지닌 고유한 에너지와 시간이 만들어낸 깊이를 조명하죠. 전시관 구석에서 페인트칠에 몰두한 노인을 형상화한 작품 '시대정신'이 눈길을 끌어요. 오늘날 사회가 처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이 작품은 정치적·환경적 영역을 막론하고 우리 스스로가 만든 문제로 인해 움직일 공간마저 잃어가는 현실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는 환경과 정치, 경제적 문제 속에서 점점 움직일 공간을 잃어가는 현실과 맞닿아 있으며, 동시에 이전 세대가 남긴 문제를 현재 세대가 떠안고 있는 상황을 비유적으로 보여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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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지만 유머러스한 풍자적인 작품 ‘돈 워리, 비 해피’는 비현실적 긍정 속에 방치된 현실을 드러낸다.

다음 섹션 'IT TAKES A VILLAGE'는 관람객 참여형 작품으로 구성됐습니다. 관람객들은 8만 개의 퍼즐 중 한 조각을 골라 맞추고, 조금씩 한 장의 이미지를 완성해 나가면 지난해 11월 태어난 작가의 아이가 드러나죠. 이 작품은 한 사람이 살아가며 맺는 수많은 관계와 우리가 서로를 통해 완성되는 존재라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작가는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합니다. 맥스의 아이가 자랄 세상의 주인이 돼주세요. 여기 놓인 퍼즐 한 조각은 이곳에 참여한 바로 당신을 의미합니다"라고 말하죠. 이렇듯 맥스 시덴토프는 관람객에게 작품을 직접 경험하게 함으로써 미술 관련 지식이 없어도 전시를 즐길 수 있게 만들어줘요. 그가 세계에서 주목받는 이유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고요.

맥스 시덴토프는 개인 프로젝트 '온리 휴먼' 시리즈를 중심으로 삶과 인간의 모순을 유머러스하면서도 섬세하게 담았는데요. 이러한 결과물이 다섯 번째 섹션 'BEWARE OF REALITY'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인류 스스로 초래한 결과로 멸종된 미래를 상상해 미니어처로 표현한 작품 '마지막 생존자'에서 유일하게 남은 생존자는 바퀴벌레로 작은 침대에 누워 신문을 읽고 있죠. 신문 헤드라인에는 '종말'이라고 적혔습니다. 일상 공간에서 여유롭게 신문을 읽는 곤충의 모습은 암울하지만 유머러스한 반전을 선사해요. 오랫동안 생존력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존재가 인류 멸망의 마지막 목격자가 된 셈이죠. 이 작품은 환경의 방치와 생존력 그리고 인간 이후의 세계가 오히려 더 평온할지도 모른다는 불편한 가능성을 풍자한 것입니다. 물속에 절반쯤 잠긴 여러 명의 팔이 둥둥 떠 있는 작품 '돈 워리, 비 해피'는 우리 사회가 수많은 문제에 직면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걱정하지 말고 그저 행복하라는 비현실적 긍정 속 방치된 어두운 현실을 지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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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형 작품 ‘마을 모두가 필요한 일’의 약 8만 개 퍼즐 조각을 다 맞추면 작가 자녀의 초상을 마주할 수 있다.

수천 개의 달걀을 전시한 '선천적 vs 후천적' 설치 작품이 관람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1003개의 달걀을 자세히 살펴보면 '승자, 패자, 시인, 불량배, 재력가, 비평가, 유명인, 노숙자' 등 삶의 정체성을 의미하는 라벨이 붙어 있어요. 이 작품은 오랜 논쟁인 타고난 본성과 후천적 환경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죠. 껍데기조차 깨지지 않은 달걀들에 이미 완성된 정체성을 부여함으로써, 운명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결정된다는 발상 자체의 부조리를 작가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 라벨이 본질을 반영하는 것인지, 환경의 영향인지, 혹은 우리가 만들어낸 이야기일 뿐인지 보는 이들을 성찰하게 해요.

여섯 번째 섹션 'CLI”MAX”'에는 속옷 차림으로 멈춰 선 대형 조각 작품 '아마추어들'이 전시장 가운데에 있습니다. 속옷과 양말 차림으로 서 있는 맥스 시덴토프는 작품 속 인물로 등장했고, 전시장은 갑자기 미술 수업 중인 교실로 바뀌죠. 관람객은 미술 수업 참여자가 됐고요. 새로운 것을 처음 시도하는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아는 맥스 시덴토프는 잘할 필요 없이 그저 해보는 데서 오는 기쁨과 실험 정신을 '아마추어들' 안에 담았죠. 관람객은 이 과정을 통해 창작의 즐거움을 경험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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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개의 달걀을 전시한 ‘선천적 vs 후천적’은 타고난 본성과 후천적 환경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미술관뿐 아니라 다양한 공간에서 자신의 작업을 확장하고 있는 맥스 시덴토프는 '구찌' '나이키' 등 글로벌 브랜드는 물론 그룹 블랙핑크 멤버 제니와 협업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존재감과 예술적 감각을 뽐내고 있습니다. 그 결과물을 마지막 섹션 'FUNNY BUSINESS'에 모아놨죠. 이렇듯 예술과 산업의 경계를 넘나드는 맥스 시덴토프의 영상과 작품들은 예술이 특정 공간에만 머무르지 않고, 우리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됐음을 의미해요. 그래서 상업 세계에서도 그의 시선은 언제나 사람을 향해 있죠. 그 안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동시에 인간의 허영과 욕망을 지적해요.

맥스 시덴토프는 말합니다. “너무 진지하지만 말고,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것도 두려워하지 마세요.” 맥스 시덴토프의 작업은 유머를 기반으로 하지만 절대 가볍지 않습니다. 그는 익숙한 장면 속에 숨겨진 인간의 허영과 모순을 드러내며, 관람객이 스스로 질문을 던지도록 만듭니다. 웃음으로 시작된 감상은 결국 자신과 사회를 다시 바라보는 계기로 이어지고요. 지나치게 단단해진 시선에 작은 균열이 필요하다면, 이 전시는 그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거예요. 가벼운 웃음 뒤에 남는 깊은 사유의 순간을 만끽해보세요.

'맥스 시덴토프 개인전: Seriously NOT Seriou'

기간: 8월 30일(일)까지
장소: 서울 중구 세종대로 14 그라운드시소 센트럴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7시(휴일 6월 1일, 입장마감 오후 6시)
입장료: 성인∙아동청소년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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