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건보공단, 노인학대 시설에 ‘최우수’…몸불편한 보호사 수두룩

본문

2022년 1월 대구 동구에 있는 한 장기요양기관에서 치매 증상이 있는 노인의 기저귀를 채워주던 직원이 노인의 목덜미를 잡아 흔들고 감정 표현을 했다는 내용의 신고가 대구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노보전)에 접수됐다. 조사 결과 해당 직원은 노인의 머리를 밀치거나 신체를 때리는 폭력과 함께 식사를 빨리 마치게 하는 등 학대 행위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 노보전은 이를 신체적 학대 및 방임 등 노인 학대 행위로 판정했지만, 해당 기관은 이듬해 2월 공표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장기요양기관 정기평가에서 최우수(A) 등급을 받았다.

이처럼 건보가 실시하는 장기요양기관 평가 때 노인복지법에 따라 설치된 노보전의 노인 학대 판정 결과를 반영하지 않은 사례가 감사원 감사 결과 다수 확인됐다. 감사원이 13일 공개한 노인복지제도 운영 및 관리 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노인 학대 판정을 받은 장기요양기관 410개소 중 50개소(12.2%)가 최우수 등급(A)을 받았다. 이 중 29개소에게는 합계 8억여원의 수가 가산금도 지급됐다. 최하위인 미흡(E) 등급이 아닌 보통(D) 이상의 평가 등급을 받은 시설은 299개소(72.9%)에 달했다.

bt8e11fa10b7c32edb83a767d17c8dda78.jpg

노인들이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매년 6월 15일은 노인복지법에 따른 노인학대 예방의 날이다. 뉴스1

이는 건보가 장기요양기관 평가 때 업무 정지 등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처분이 있는 경우에만 최하위 등급을 부여하도록 한 자체 내규 때문이라고 감사원은 밝혔다. 그러나 2020~2023년 네 차례의 정기 평가에서 행정 처분을 받은 90개소 중 16개소에 대해선 최하위 등급을 부여하지 않았다.

이번 감사에선 침대에서 도움 없이 자세를 바꾸지 못하거나 화장실로 기어서 이동하는 등 홀로 일상 생활이 어려워 요양등급을 받은 노인 요양보호사가 2019년부터 2024년 6월까지 113명에 이른다는 것도 파악됐다. 이 중 55명은 자신 역시 다른 요양보호사로부터 요양서비스를 제공받고 있었고, 14명은 자신이 요양서비스를 하는 수급자보다 요양등급이 높은데도 건보는 이런 실태를 파악하지 않고 있었다. 고령 장애인의 경우 일정 기준을 충족하지 않으면 일상 생활 지원 위주인 장기요양급여만 받고 장애인 활동지원 급여 대상에선 일률적으로 제외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bt9d5f530a438cda5c8f6f7d7ed96ff178.jpg

감사원이 13일 공개한 노인복지제도 운영 및 관리 실태 감사 결과 인포그래픽. 자료 감사원

고액 자산가가 기초연금을 받는 사례도 확인됐다. 2023년 기준 해외 금융재산을 5억원 넘게 보유한 65세 이상 노인 624명 중 9명은 기초연금을 수령하고 있었다. 해외 금융재산과 가상자산의 경우 기초연금법에 따른 ‘재산의 월 소득환산액’ 산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수도권 위성도시의 경우 주거비용이 6대 광역시의 구(區)보다 높은데도 중소도시로 분류, 기본재산 공제액이 5000만원가량 적어 기초연금 수급에 불리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감사원은 “고령화와 맞물려 노인복지제도의 두 축인 노인장기요양보험과 기초연금의 수급자 수 및 지출 규모는 급속히 증가하고 있으나, 요양기관의 노인 학대 등 돌봄서비스 관리 부실 문제와 급여비용 부당 청구 및 고액 자산가의 기초연금 수령 등 재정 누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며 보건복지부와 건보 등에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46,181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