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아동 위기 가구, 동의 없어도 생계급여 신청 가능…담당 공무원엔 ‘면책’ 규정

본문

bt176e6a200419d71ac05880b6c08fd088.jpg

위기가구 일가족 5명이 숨진 집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앞으로 아동 등이 포함된 위기 가구가 어려운 상황에 부닥칠 경우, 공무원이 대상자 동의 없이 생계급여 신청을 할 수 있게 된다. 대신 담당 공무원에겐 급여 과다 지급 등에 대한 면책이 이뤄진다.

보건복지부는 위기가구 생계급여 직권 신청 절차 등을 개정해 이달 중에 시행한다고 15일 밝혔다. 최근 울산 울주군 일가족 사망 사건 등으로 복지 사각지대 우려가 커진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르면 사회복지 공무원이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를 직권 신청하기 위해선 수급권자의 동의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신청 이후에도 금융재산 조사를 위한 금융정보제공 서면 동의가 필수적이다. 담당 공무원이 생계급여를 신청하자고 설득해도 지원 당사자가 거부하거나 연락이 두절되면 도움을 주기 어렵다. 본인 의사를 밝힐 수 없는 아동도 친권자가 급여 신청을 거부하면 복지망 바깥에 놓이는 문제가 생긴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미성년자·발달장애인 등 당사자 의견을 묻기 어렵고, 친권자에게 동의를 못 받는 가정은 담당 공무원이 생계급여를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친권자와 연락이 끊긴 아동 가구, 후견인을 선임하기 전의 발달장애인 가구 등이 해당한다.

박민정 복지부 기초생활보장과장은 “사회보장급여법상 심신미약·상실, 미성년자 등의 경우 동의 없이 직권 신청을 허용한 규정이 있다. 이를 생계급여에도 적용하도록 한 것”이라면서 “긴급복지에서 생계급여로 연결되는 다리를 부드럽게 만들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법 개정이 필요한 ‘임시 조치’인 만큼 긴급복지 지원을 받았는데도 여전히 위기 상황에 있고, 어린 자녀가 있는 등의 불가피한 가구에만 적용한다. 성인 부부만 있는 집은 직권 신청이 이뤄지기 어려운 식이다.

bt797266e128dffe2f9df7514d4a09f2b3.jpg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20일 울산 울주군청에서 열린 위기가구 발굴·연계 지원을 위한 관계자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청 이후엔 당사자 동의가 필요한 금융재산은 제외하고, 나머지 소득과 일반 재산 정보만 우선 조사해 급여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엔 공적 시스템으로 확인할 수 있는 근로·사업 소득, 토지·주택 등이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금융재산을 반영하지 않은 간이 조사인 만큼, 3개월 이내에 금융 정보 등을 재조사할 예정이다. 의도적인 금융조사 거부 같은 제도 악용을 막기 위해 3개월 동안 금융정보제공 동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수급을 중지한다.

박민정 과장은 “친권자에 지급된 생계급여가 제대로 쓰이지 않으면 후견인 선임, 물품·현금 직접 지원 등에 나서게 될 것”이라면서 “수급이 중단되더라도 별도 사례 관리나 아동보호체계로 연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금융재산 조사 제외로 생계급여가 과다하게 지급되더라도 환수 절차를 면제하는 등 현장 공무원 보호 방안도 마련했다. 박 과장은 “대상자를 발굴하고 직권 신청하는 담당자들의 어려움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다만 사회복지 인력 확충, 분절된 서비스 연계 확대 등의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종합적인 위기 가구 지원 강화 방안을 조만간 내놓기로 했다. 당사자 동의 없는 직권신청 근거를 명시적으로 담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도 연내 추진할 예정이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46,413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