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아무도 실체 몰라”…‘최대 147조원’ 이란 동결자금, 종전협상 뒤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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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을 앞두고 이란 정부 협상단을 이끈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왼쪽)과 협상 중재국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 협상을 위한 물밑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미국의 제재로 해외에 묶여 있는 이란 동결 자금의 해제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란은 이 자금에 대한 제제 해제를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강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협상력을 높이는 레버리지(지렛대)로 활용하고 있어 협상 진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최대 관심사는 해외에 동결된 이란 자금의 정확한 규모인데, 실체가 제대로 밝혀진 적이 없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보도했다. 대부분은 이란이 원유나 에너지를 수출한 대가로, 최소 수십억 달러에서 많게는 1000억 달러(약 147조원)를 훌쩍 넘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정확한 동결자금 규모 아무도 몰라”

현재까지 파악된 이란 동결 자금은 전 세계 지역별로 흩어져 있다. 중동 걸프 국가 카타르에는 이란 자금 약 60억 달러(약 8조8000억원)가 묶여 있다. 이 자금은 원래 한국이 석유·가스 수입 대금으로 이란에 지불했어야 하는 돈으로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 분산 예치돼 있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1기 시절인 2018년 미국이 이란과의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파기 후 이란 제재에 들어가면서 동결됐다.

그러다 2023년 9월 이란에 억류된 미국인을 석방하는 조건으로 60억 달러가 카타르 상업은행 QNB의 이란 중앙은행 계좌로 이전됐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팔레스타인 내 친이란 무장세력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미국이 카타르와 해당 자금의 접근 제한에 합의하면서 현재까지 동결 상태다.

이란은 오만에 약 10억 달러(약 1조4700억원) 자금이 묶여 있고, 이라크에는 전력 판매 대금으로 쌓인 100억 달러(2023년 기준, 약 14조7000억원)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 자금은 현재 150억 달러(약 22조원)로 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밖에도 튀르키예와 일부 걸프 국가, 룩셈부르크 금융기관 등에 있는 이란 자금 역시 제재나 법적 분쟁으로 접근이 제한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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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석유수출 거점 ‘하르그섬’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영국해사무역기구(UKMTO) BBC·뉴욕타임스 등 외신종합]

“중국에 수백억 달러 있을 것으로 추정”  

가장 규모가 클 것으로 추정되는 자금은 중국에 있다. 수백억 달러에 달한다는 게 정설이다.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기존 핵 합의(JCPOA)를 파기하고 광범위한 제재를 가한 이후에도 중국에 석유를 계속 수출해 왔다. 이란 석유 수출량의 약 90%가 중국으로 향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이란의 석유 수출 대금은 복잡한 금융 경로를 거쳐 일부는 중국 내 물품 구매에 사용되며, 나머지 중 일부는 중국에 남아 있다고 한다.

미 재무부 제재 담당 고위 관료 출신으로 현재 보수 성향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 고문인 미아드 말레키는 “이란은 미국의 제재로 해외에 100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이 묶여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대부분은 중국에 있고 이라크·한국·일본·인도·룩셈부르크 등에 분산돼 있다”고 WSJ에 말했다.

이러한 동결 자금은 이란에겐 붕괴 직전의 경제를 살릴 생명줄이 될 수 있다. 이란이 최근 종전 협상을 앞두고 미국에 역제안 형태로 보낸 10개 항목의 협상안에 ‘모든 제재 해제’를 올린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반면 미국은 이란 요구에 쉽게 응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행정부 내 강경파는 이란 동결 자금이 해제될 경우 미사일 개발 또는 중동 지역 테러단체 지원 자금으로 전용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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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열린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한 군인이 종전 협상 홍보 현수막 앞으로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WSJ “미·이란 협상 난제 중 하나”

WSJ은 “미국과 이란 간 협상에서 꼬인 문제 중 하나가 이란이 동결 자금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란은 이를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란이 동결 자금 접근 허용을 단순히 요구하는 수준을 넘어 협상에 들어가기 위한 대전제로 못 박고있지만 미국이 이를 거부하며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란 의미다.

앞서 지난 11일 미국과 이란이 대면 종전 회담 직전 해외에 동결된 이란 자산을 해제하기로 미국이 합의했다는 로이터 통신 등 일부 외신 보도가 있었지만, 미 백악관은 해당 보도 직후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었다. 타스님 통신과 파르스 통신 등 이란 매체들도 자국 소식통을 인용해 동결 자산 해제에 합의했다고 전했지만 백악관은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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