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인천 국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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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 공격수 무고사가 스트롱맨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 공격수 스테판 무고사(34)에게 2026년 봄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는 올 시즌 K리그1 최초로 개막 후 7경기 연속 공격포인트(7골1도움) 대기록을 작성했고, 지난 15일 K리그 ‘이달의 선수(2~3월)’에 선정됐다. 최근 인천에서 만난 그는 국가대표라는 ‘무거운 외투’를 벗어 던진 듯 한결 후련한 모습이었다.
몬테네그로 국가대표였던 무고사는 지난달 28일 안도라와 홈 평가전에서 주장완장을 차고 결승골을 터트린 뒤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기립박수 속에 교체됐던 그는 “A매치 65번째 경기여서 65분(후반 20분)에 교체된 것”이라며 “직접 시나리오를 썼더라도, 이보다 완벽한 작별은 없었을 것”이라며 미소 지었다.

몬테네그로 국가대표에서 은퇴한 인천 공격수 무고사. 사진 무고사 인스타그램
12년간 정들었던 붉은 대표팀 유니폼을 반납하기로 한 배경에는 살인적인 장거리 이동이 있었다. 무고사는 “한국~몬테네그로는 직항편이 없어 이스탄불을 경유해 편도로만 20시간 가까이 걸린다. 카자흐스탄이나 아이슬란드 원정은 이보다 5시간이 더 걸린다”고 털어놨다. 조국에 대한 사랑으로 시차 적응용 수면제까지 복용하며 버텼던 무고사는 “몬테네그로를 위해 뛴 모든 순간들이 특별했다”면서도 “100번도 넘게 말했지만 인천은 제2의 고향이다. 이제는 100% 에너지를 인천에만 쏟고 싶다”고 했다.
그는 최근 김천전에서 골키퍼 키를 넘기는 예술적인 로빙슛으로 골망을 흔들며 여전한 박스 안 결정력을 보여줬다. 득점의 원동력을 묻자 “팀원들 도움 그리고 팬들의 열정이라는 연료로 움직인다”는 낭만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인천이 2024년 2부 리그로 강등됐을 당시 중국과 K리그 타 팀으로부터 거액의 제안이 쏟아졌지만, 무고사는 인천에 잔류해 단 한 시즌 만에 1부로 복귀 시켰다. 2018년부터 K리그에서는 9시즌째 인천 유니폼만 입고 있는 그는 “결정은 쉬웠다. 논리보다 마음이 앞섰기 때문이다. 최악의 상황일 때 인천이라는 배를 떠나는 건 내 방식이 아니다”고 했다.

인천 명예시민에 선정된 인천 유나이티드의 몬테네그로 공격수 스테판 무고사. 사진 무고사 인스타그램
이러한 충성심 덕분에 팬들은 그를 ‘인천의 왕’이라고 부른다. ‘송도 무씨의 시조’라는 별명을 붙여주는가 하면, 지난해 인천 명예시민증도 수여했다. 인천 축구사에서 그의 존재감은 1950년 인천상륙작전을 이끈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에 비견 될 정도다. 무고사는 “역사적 배경을 잘 알고 있다. 과분한 비유지만, 인천이 힘들 때마다 상륙작전 같은 반전을 만들고 싶다. 죽을 때까지 이 클럽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했다.
최근 팬들 사이에서 새 차 구매 직후 사고가 나지 않기를 빌며 무고사 유니폼을 차에 올리는 인증샷을 찍는다. ‘무사고’와 ‘무고사’ 발음이 비슷한 점에 착안해 만들어진 밈이다. 무고사는 “정말 재미있다. 팬들이 SNS로 인증 사진을 보내올 때마다 모두의 무사고를 진심으로 기원한다”며 유쾌하게 웃었다.
인천 팬들은 벌써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앞에 무고사 동상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다. 무고사는 “만약 동상이 만들어진다면 포즈는 두 팔을 치켜 드는 ‘스트롱맨 세리머니’였으면 좋겠다. 문구는 ‘We are strong’으로 새기고 싶다. 저 혼자가 아닌 인천 모두가 강하다는 의미를 담고 싶다”고 했다.
인천의 왕이라 불리는 무고사. 사진 프로축구연맹
인천은 열악한 시민구단이지만 2022년 K리그 4위에 올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를 누볐다. 인천에서 꼭 이루고 싶은 마지막 꿈을 묻자 무고사는 “K리그1과 코리아컵 트로피다. 열정적인 팬들과 함께라면 못 이룰게 뭐가 있겠나”라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2018년 몬테네그로 선배 데얀이 서울에서 라이벌팀 수원으로 이적해 충격을 안겼는데, 혹시?”라고 농담을 건네자 무고사는 “절대 그럴 일은 없다. 강등의 순간에도 제 선택은 인천이었다. K리그 다른팀 유니폼은 절대 입지 않겠다”고 했다. 그의 별명이 왜 ‘낭만의 파검(인천의 상징색 파랑과 검정) 피니셔’인지 증명하는 한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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