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아프리카→서아시아·유럽 거쳐 한반도로…회색늑대 ‘늑구’ 조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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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대전 오월드에서 탈출한 늑대 늑구가 열흘만인 17일 포획되면서 늑구의 조상과 생물학적 계통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월드가 한국늑대 복원 차원에서 늑구를 기르고 있는 만큼 복원 성공 여부도 관심을 받고 있다.
러시아서 건너와 맥 이은 ‘3세대’ 늑대
지난 8일 대전 중구 오월드에서 탈출한 늑대 '늑구'가 17일 외부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고 회복중인 모습. 뉴스1.
17일 대전도시공사 등에 따르면 늑구는 2008년부터 대전 오월드가 추진한 한국늑대 복원 사업 과정에서 태어난 ‘3세대 늑대’다. 1세대는 러시아에서 들여왔다. 2008년 7월 오월드는 러시아 볼가 연방관구 사라토프주에서 포획된 늑대 7마리(수컷 4마리, 암컷 3마리)를 도입해 사육하기 시작했다.
늑구의 부모격인 2세대 늑대들이 태어나기 시작한 건 이후 2년 뒤부터다. 2010년 6마리, 2011년 8마리가 인공수정이 아닌 자연임신으로 태어났다. 다만 2010년에 태어난 6마리는 파보바이러스(장염 등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폐사해 실제 번식에 기여한 2세대는 2011년 이후 태어난 개체들이 중심이다.
2010년 6월 당시 대전동물원(현 오월드)이 한국늑대 자연번식에 성공했다며 공개한 2세대 늑대들. 인공수정이 아닌 자연임신을 통해 번식됐다. 프리랜서 김성태.
2020년 6마리를 시작으로 3세대가 나오기 시작했다. 오월드는 이전엔 새끼늑대가 태어나면 가급적 사육사가 개입하지 않는 자연포육을 시도했다. 하지만 새끼들이 죽는 사례가 늘자 3세대부터는 사육사가 직접 건강 등을 관리하는 인공포육 비율을 올렸고 생존율을 높였다. 2024년생인 늑구도 3세대 늑대로 분류된다.
1997년 멸종…한국늑대는 몽골계열?
한국늑대는 1997년 멸종했다. 야생의 개체는 1980년 경북 문경에서 포획된 개체가 마지막이다. 동물원에선 1960년대 경북 영주에서 포획된 개체들이 창경원·서울대공원에서 번식해 1997년까지 살았다. 하지만 근친교배 때문에 더이상 번식이 안돼 명맥이 끊겼다.
한국늑대의 복원을 위해 러시아 일대에 서식하는 늑대를 들여온 이유는 이들이 한국 늑대와 유전적으로 가장 비슷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한국늑대의 종은 ‘회색늑대(Canis lupus)’로 플라이스토세 중기에서 말기(78만년 전~1만1700년 전) 아프리카에서 기원해 서아시아·유럽으로 확산됐다. 회색늑대가 북미·유라시아·인도 등 여러 지역에 정착하면서 계열이 갈라졌고 한반도에 살았던 늑대도 그중 한 부류다.
2020년 6월 오월드 동물원에서 올해 태어난 3세대 아기 늑대들이 더위를 피해 낮잠을 즐기고 있는 모습. 야생에서 늑대는 일반적으로 알파 수컷과 암컷 한쌍이 번식을 맡지만 오월드에선 2020년 4월 3쌍의 늑대에서 6마리의 늑대가 태어났다. 연합뉴스.
다만 늑구가 정말 한반도에 살았던 늑대의 후손으로 볼 수 있는 지엔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오월드가 처음 늑대를 들여온 러시아 사라토프주는 동아시아와는 거리가 꽤 멀다. 시민단체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사라토프주는 동유럽에 가까워 이 지역 늑대는 (회색늑대 중에서도) 카스피해 계열(Canis lupus campestris)라고 봐야 한다”며 “한국에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회색늑대는 몽골·히말라야 계열(Canis lupus chanco)”이라고 지적했다.
오월드 측은 늑구 등 한국늑대 복원을 성공적이라고 자평한다. 2011년 2세대 늑대가 태어날 당시 오월드는 “(1세대) 한국늑대는 비록 러시아산이었지만 우리나라 환경에 적응했고, 자연상태와 유사하게 조성된 4000㎡의 늑대사파리에서 생활했다는 점에서 한국늑대로 인정받을 만하다”고 밝혔다.
협동보육 등 무리생활…늑구도 14마리 대가족
몽골·히말라야 계열 회색늑대는 다른 회색늑대처럼 평균 5~11마리의 가족을 이뤄 생활한다. 야생에선 일반적으로 우두머리 한쌍(알파 수컷·암컷)이 주로 번식을 담당하고 나머지 성체들은 주로 경계·정찰을 맡는다. 새끼를 보호하고 먹이를 공급하는 공동보육을 하는 것도 특징이다. 늑구도 오월드의 다른 13마리 늑대들과 한 무리로 생활해왔다.
늑대 한 무리의 행동권은 대략 300~500㎢에 달할 만큼 넓다. 몽골 대초원 등에선 한 무리가 하루 수십㎞를 이동하며 노루·고라니·토끼·설치류 등 다양한 먹이를 먹는다. 호랑이 같은 상위 포식자가 적은 몽골 초원이나 티베트 고원에선 사람이 키우는 가축을 주요 먹이원으로 삼는 사례도 많다.
다만 오월드 측은 늑구에 대해 “오월드에서 나고 자란 인공포육 개체라 야생에서 스스로 먹이를 구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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