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친필 인증 믿었는데” 로펌 직원도 당했다…그 사진 알고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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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에 ″인증사진용으로 포스트잇에 '너구리999'를 써서 합성해달라″는 프롬프트를 입력해 만든 이미지. 사진 독자

형사전문 로펌에서 일하는 장모(33)씨는 지난달 중순 디지몬 25주년 기념 한정판 디지바이스(휴대용 게임기)를 구매하려 중고거래 플랫폼을 살펴보다 합리적 가격의 매물을 발견하고 판매자에게 연락했다. 중고거래 플랫폼 내 ‘안전결제’ 기능을 이용하려 했으나 직접 계좌이체만 가능하다는 판매자의 답변이 돌아왔다.

의심을 품은 장씨는 포스트잇에 닉네임을 적어 상품에 부착한 사진을 요구하는 ‘포스트잇 인증’을 요청했다. 판매자는 곧바로 인증 사진을 보내왔고, 장씨는 안심하고 24만원을 입금했다. 이후 판매자는 운송장 사진까지 전달했지만 곧 연락이 끊겼다. 확인 결과 포스트잇 인증 사진과 운송장 모두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조작된 이미지였다.

이처럼 AI를 악용한 중고거래 사기 수법이 전문가조차 속아 넘어갈 정도로 정교해지고 있다. 일반인도 AI를 활용해 포스트잇이나 주민등록증 이미지를 감쪽같이 합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자가 무료 버전 챗GPT에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물품 사진을 넣고 메모지 합성을 요청하자 그림자와 삐뚤빼뚤한 손글씨까지 자연스럽게 구현된 이미지가 즉시 만들어졌다.

조롱, 성적 모욕 2차 가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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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생성 이미지를 활용한 중고거래 사기 피해자와 피의자와의 채팅 내용. 사진 독자

장씨를 속인 범죄조직에 의한 피해자만 최소 1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AI 합성 이미지를 이용한 중고거래 사기뿐 아니라 티켓팅 대행을 빙자해 ‘실패 시 전액 환급’을 조건으로 사람들을 모은 다음 돈만 가로채거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도용된 사업자 명의로 입점한 뒤 직거래를 유도하고 물품을 보내지 않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범행을 이어갔다. 경기 남부와 부산 등지에서 관련 고소장이 잇따라 접수됐지만 피의자들이 하루 단위로 명의와 계좌를 바꿔 사용하면서 특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건 발생 한 달이 되도록 병합 수사도 이뤄지지 못한 채 피해자만 속수무책으로 늘고 있다.

2차 가해도 이어지고 있다. 사기 사실을 알아챈 피해자가 항의하거나 배송을 재촉하면, 피의자들은 조롱이나 가족을 향한 성적 모욕 등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또 범죄 피해 정보 공유 사이트인 ‘더치트’에 글을 올린 이들에게 “피의자의 가족인데 돈을 돌려주겠다”며 접근해 또 다른 피해자의 연락처를 넘기는 등 추가 피해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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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가 중고거래 사기 피해자들에게 욕설, 조롱 등의 메시지 답장을 보낸 채팅방 캡처. 사진 독자

중고거래, 사기 계좌 지급정지 어려워

문제는 이러한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는 점이다. 보이스피싱의 경우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라 금융기관이 즉시 피의자의 계좌 지급정지 조치를 할 수 있지만, 중고거래 사기는 관련 법적 근거가 부족해 즉각적인 지급정지가 어렵다. 결국 경찰을 통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처리에 시간이 걸리는 사이 추가 피해가 발생하는 구조다.

양원준 법무법인 법승 변호사는 “최근 AI를 활용한 사기는 수법이 정교해 사실상 개인이 완전히 걸러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며 “비대면 거래를 가급적 피하거나, 계좌이체 대신 플랫폼이 피해를 보증하는 안전결제를 이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예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중고거래 사기가 보이스피싱처럼 조직화·대형화되는 경향을 보이는 만큼, 계좌 지급정지 제도를 중고거래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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