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단종처럼 영월 걷고 ‘어수리 나물’ 먹는다…애달픈 왕실 체험

본문

bt7aedb3ab3da2f0a1ffce709bbfec7afe.jpg

지난 8일 서울 경복궁 소주방에서 열린 경복궁 생과방 행사에서 시민들이 궁중병과와 약차를 체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국을 누가 끓였느냐?”
“제가 꼭두새벽부터 동강에 나가서 직접 잡은 다슬기로 끓인 국입니다.”
“직접 끓였느냐? (중략) 솜씨가 수라상궁보다 낫다.”

‘경복궁 생과방’ 단종 삶 체험 행사 #영월 특산물 어수리나물로 죽 제공 #왕릉팔경엔 1박2일 ‘단종의 길’도 #

1700만 관객을 향해 달려가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이하 ‘왕사남’)에서 단종 이홍위(박지훈)와 영월호장 엄흥도(유해진)가 밥상을 사이에 놓고 나누는 대화다. 실제 단종이 유배지에서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는 사료에 전하지 않는다. 다만 영월 특산물인 다슬기가 그때도 흔한 식재료였을 거란 가정하에 풀어간 장면이다.

영화엔 나오지 않지만 어수리 나물도 영월 특산이다. 미나리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곤드레나물과 비슷하지만 향이 더 진한 편이다. 특유의 정유 성분이 함유되어 심신 안정, 혈행 개선, 기력 회복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한양에서 일주일 꼬박 걸려 도착한 유배지에서 열일곱살 소년 왕이 향취 그득한 어수리 나물을 씹었을 때 심정이 어땠을까.

영화 ‘왕사남’의 인기에 힘입어 단종의 실제 삶을 유추하고 체험해보는 행사가 잇따라 열린다. 경복궁에선 오는 27일부터 5월 3일까지 특별 프로그램 ‘유주(幼主), 생과방의 봄’이 진행된다. 유주(幼主)란 나이 어린 임금이란 뜻. ‘생과방’은 궁중의 육처소(六處所) 가운데 하나로 국왕과 왕비의 후식과 별식을 책임지던 곳이다.

이곳에선 매년 봄가을에 실제 임금이 즐겼던 궁중병과와 약차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열린다. 올봄엔 전체 행사(4월8일~5월27일) 중 엿새(4월 27일~5월 3일, 휴궁 화요일 제외)를 특별판으로 구성했다. 조선 6대 임금 단종(재위 1452~1455)이 겪었던 역사적 배경과 그 이면의 서사를 정서적으로 재조명한다는 취지다.

총 70분간 프로그램은 단종의 생애와 유배 과정 등을 소개하는 강사의 해설과 함께 ‘어린 왕에게 올리는 따뜻한 위로의 성찬’이라는 콘셉트의 코스가 제공된다. 본식은 어수리 나물죽, 다슬기국, 곁들임 반찬 3종으로 구성되고 후식은 궁중병과 4종, 궁중약차 1종이다. 음식 자문은 궁중음식연구원 이소영 이수자가 맡았다.

btb59e923ca743c46112b641adb5d34d11.jpg

특별 프로그램 ‘유주(幼主), 생과방의 봄’에 쓰일 어수리 나물. 어수리 나물은 단종의 유배지였던 강원도 영월의 특산 식재료다. 사진 국가유산진흥원

행사를 진행하는 국가유산진흥원 관계자는 “임금의 수라상에 올랐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진 ‘어수리’를 보양식인 ‘어수리죽’으로 새롭게 개발했다”면서 “역사 속 인물과 깊이 있게 교감하는 식도락 콘텐트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유주(幼主), 생과방의 봄’은 기존 생과방 행사(유료)와 달리 무료 선착순으로 예매할 수 있다. 행사는 6일간 3회(10:30, 13:30, 16:00)이며 총 612명(회당 34명) 참여할 수 있다. 예매는 20일 오후 12시부터 티켓링크를 통해 계정(ID)당 최대 2매까지 가능하다. 65세 이상, 장애인, 국가보훈등록증 소지자를 대상으로 한 선착순 전화 예매(☎xxxx-xxxx)도 열린다.

bt58d9ca67524267e56c1660de5490ba28.jpg

2025년 왕릉팔경 행사 모습. 사진 국가유산청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조선왕릉을 돌아보는 조선왕릉길 여행프로그램 ‘왕릉팔(八)경’도 단종 콘텐트를 강화한 특별판을 내놨다. 올해로 6회째인 이 행사는 명사 및 전문 강사와 함께 왕릉에 묻힌 왕과 왕비의 역사를 탐방하는 8개의 코스로 이뤄져 있다. 올해는 1차(상반기) 4월30일~6월13일, 2차(하반기) 9월5일~11월15일 열린다.

올해는 ‘왕사남’의 인기를 반영해 영월 장릉을 탐방하는 ‘단종의 길’을 기존의 1일(8시간) 코스에서 1박2일로 확대 개편한다(4, 5, 10월 총 3회). 단종과 정순왕후의 애틋한 발자취를 따라 창덕궁에서 시작해 영월 청령포와 장릉(단종의 능), 남양주 사릉(정순왕후의 능)을 거쳐 부부의 신주가 모셔진 종묘 영녕전에서 마무리되는 여정이다.

bt916f2d1eebe85f4112edfc2591a957f7.jpg

2025년 왕릉팔경 ‘조선왕실 능행길’에 참석한 시민들이 포즈를 취했다. 사진 국가유산청

왕릉팔경 8개 코스

① 1경 조선을 열다 〈태조의 길〉 (구리 동구릉)
② 2경 조선을 꽃 피우다 〈세종의 길〉 (여주 영릉과 영릉)
③ 3경 조선을 그리워하다 〈단종의 길(1박2일)〉 (영월 장릉, 남양주 사릉)
④ 4경 조선을 논쟁에 빠뜨리다 〈왕과 신하의 길〉 (파주 장릉)
⑤ 5경 조선을 다시 꽃피우다 〈정조의 길〉 (화성 융릉과 건릉)
⑥ 6경 조선을 지키고 채우다 〈광주유수의 길〉 (서울 헌릉과 인릉)
⑦ 7경 조선을 이은 여성을 만나다 〈사친의 길〉 (파주 소령원, 고양 서삼릉)
⑧ 8경 조선을 넘어 새롭게 나아가다 〈대한 고종의 길〉 (서울 의릉)

또한 전체 8개 코스 중에서 4개 코스엔 신병주 교수(건국대) 등 명사의 해설을 들을 수 있는 ‘심화 코스’가 신설됐다. 1경 태조의 길(5월11일), 5경 정조의 길(9월6일), 6경 광주유수의 길(6월12일), 7경 사친의 길(9월12일) 등이다.

1일 코스는 어른 3만원, 만 18세 이하 2만원이고 1박2일 코스는 어른 8만원, 만 18세 이하 5만원이다. 참가인원은 회당 26명(심화 4코스 및 단종의 길 30명. 상반기 프로그램은 지난 16일부터 예매가 시작됐다. 왕릉팔경 예약·신청 관련 사항은 궁능유적본부 홈페이지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bt493441f2b9f773a3bd5f4af079902776.jpg

조선왕릉길 여행 프로그램 '왕릉팔경'

로그인후 본문의 연락처 및 추천기능 사용이 가능합니다

0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45,552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