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BTS 보러 왔다가 영화 찍고 간다, 외국인이 반한 ‘K-환대’ [비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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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BTS의 광화문 공연에 맞춰 넷플릭스는 글로벌 크리에이터 70명과 외신 기자 20명을 한국으로 초대했다. 콘텐트 프로모션 기획 중의 하나로 이틀간 한국에 머물면서 콘서트를 관람하고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방한 프로그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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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BTS 컴백 콘서트에 글로벌 크리에이터들이 참석했다. 사진은 지난달 투어에서 촬영한 것이다. 사진 굿메이트 트래블

넷플릭스 글로벌팀과 함께 이들을 맞이한 이는 ‘굿메이트 트래블’의 최재효 대표. 굿메이트 트래블은 주로 미국·유럽 등 영어권 관광객들의 투어 프로그램을 전문으로 하는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여행사다. 정직원 수 7~8명의 소규모 여행사지만 지난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2·3’ 프로모션 때도 해외 크리에이터의 한국 여행을 이끈 경험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476만명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고다. 어느덧 새로운 장에 접어든 한국 여행 수요는 단순 관광에서 체험으로 확장하는 중이다. 쏟아져 들어오는 방한 외국인들은 한국 여행에서 무엇을 보고 체험하길 원할까. 최재효 대표에게 요즘의 K-관광, K-환대(hospitality)에 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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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영어권 외국인 방한객들의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최재효 굿메이트 트래블 대표(가운데)를 지난 14일에 만나 인터뷰했다. 사진 굿메이트 트래블

흑백요리사 치킨 먹고, 탑골공원에서 딱지치기

서울 도심 한복판, 좁은 골목길을 걸어 기와지붕이 멋스러운 베이커리 카페에 들러 갓 모양의 휘낭시에를 즐기고 퍼스널 컬러 테스트를 받으러 간다. BTS의 다이나마이트 춤을 배우고,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셰프가 손수 만들어주는 치킨 요리를 먹는다.

지난달 이뤄진 BTS 광화문 콘서트에 맞춰 한국을 방문한 글로벌 크리에이터와 외신기자들의 한국 여행 일정 중 일부다. 공연 약 4개월 전 연락을 받았다는 최 대표는 “처음에는 공식 일정 사이 먹거리 투어 정도를 원했는데, 콘텐트 크리에이터(창작자)들이니까 이왕이면 콘텐트를 찍을 수 있는 판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할 것 같았다”라며 기획 방향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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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화 체험 활동의 하나로 K-팝 댄스 배우기에 나섰다. 사진 굿메이트 트래블

지난 2024·25년에 있었던 ‘오징어 게임 시즌2·3’ 프로모션을 위한 크리에이터 방한에서도 이런 체험 일정이 빛을 발했다. 시즌2 프로모션 투어에선 서울 지하철역에서 딱지치기를 하고 호프집에서 한국식 안주와 소맥을 즐겼다. 시즌3 때는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작은 운동회를 열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줄다리기, 달고나 게임부터 투호 던지기 같은 전통놀이까지 한국적 정서를 담은 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최 대표는 “드라마와 연관이 있는 장소와 소재를 활용해 다양한 콘텐트 제작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여행 내내 진정으로 몰입도 높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우선순위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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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메이트 트래블이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프로모션 투어 당시 진행한 한국 문화 체험 프로그램. 사진 굿메이트 트래블

틱톡에서 터졌다, 7박 8일 한국 지방 여행  

최 대표는 온라인 여행사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부업으로 에어비앤비 체험 카테고리에서 시장 투어 호스트를 한 게 창업의 실마리가 됐다. 에어비앤비는 숙박 플랫폼으로 알려졌지만, 여행지에서 하루 2~3시간 코스로 체험을 할 수 있는 투어 프로그램도 중개한다. 그는 함께 시장에 갈 여행객을 모집해 퇴근 후 저녁 시간을 활용해 광장시장을 돌았다.

시장 투어라고 해서 단순히 시장 한 바퀴 돌고 음식을 먹어보는 게 아니라 김밥을 먹으면서도 김밥 만드는 이모님의 사연을 들려줬다. 반찬 이모가 먹을 걸 입에 직접 넣어주고 사진도 같이 찍는 식이었다. 최 대표는 “어린 시절 할머니가 경남 통영의 시장에서 일을 하셨는데, 그때부터 시장 다니는 걸 좋아했고 상인들이랑 이야기 나누는 게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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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투어도 인기다. 외국인 관광객은 시장을 돌며 먹거리를 즐기고,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사진 굿메이트 트래블

이런 경험을 녹인 2시간짜리 시장 투어는 예상보다 잘 됐다. 처음 시장 투어를 시작한 게 2018년이었는데, 신청자의 99%가 한국에 여행 온 외국인이었다. 넷플릭스 글로벌 팀도 이때 만났다. 우연히 시장 투어에 참여한 담당자와 연이 이어진 것. 반응에 자신감을 얻어 이듬해 퇴사를 하고 전업 가이드로 나섰다.

2020년 코로나19로 모든 예약이 취소됐을 때 ‘틱톡’을 시작했다.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통하는 소셜미디어(SNS) 채널인 만큼 한국어 배우기 콘텐트를 올렸다. 최 대표는 “당시 틱톡에서 한국 음악과 드라마, 영화 같은 K-콘텐트가 굉장히 주목받고 있었다”며 “경상도 출신이니 사투리로 한국어 배우기를 재미 삼아 찍었는데 반응이 왔다”고 말했다. 구독자는 100만을 넘어 150만까지 올라갔다.

코로나가 잠잠해질 무렵 여행사 ‘굿메이트 트래블’을 차렸고, 한국에 오고 싶어 하는 구독자들에게 ‘한국 7박 8일 여행’을 제안했다. 서울에서 만나 부산·경주 등을 도는 ‘로컬(지역) 투어’였다. 최 대표는 “외국인들이 서울 여행은 그나마 쉽게 오는 편인데, 지방은 워낙 정보가 부족하니 어려워했다”며 “이런 불편함을 풀어야겠다 생각했고 이게 적중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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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에게 서울이 아닌 지역 여행은 쉽지 않다. 소규모로 한국의 지방을 속속들이 체험할 수 있는 장기 투어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도 높은 편이다. 사진은 지방 한옥 체험 프로그램. 사진 굿메이트 트래블

이후 동료 틱톡 크리에이터와 협업해 ‘크리에이터 투어’도 만들었다. 자신의 구독자들과 함께 한국 여행을 하는 팀을 만들어 오면 숙박·음식·투어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지역도 전주·목포·전주·울산·제천까지 넓혔다. 1회 투어 평균 16~20명, 비용은 최대 4500달러(약 660만원)에 달했지만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외국인들의 문의가 이어졌다.

제천에선 시골 마을의 비닐하우스를 빌려 긴 테이블을 차려 두고 마치 해외 서퍼(supper·저녁) 클럽 같은 분위기를 냈다. 제주에서는 해녀의 집을 찾아 이야기를 들었다. 최 대표는 “지방 식당에 가면 어르신들이 외국인이라고 ‘한잔하자’며 말 걸어주는데, 외국인들이 이런 분위기를 무척 좋아한다”며 “현지에 깊숙이 스며든 듯한, 서울에서는 느낄 수 없는 ‘로컬’ 감성”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인 특유의 ‘눈치’가 K-환대의 정수

현재 굿메이트 트래블은 연간 1만5000명~2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을 소개하고 있다. 하루 단기 투어가 대부분이지만, 매년 상반기 하반기 진행하는 일주일 이상 장기 투어의 인기도 높아지는 추세다. 최근에는 일본 투어까지 확장했다. 영어권 관광객들이 아시아 여행을 원할 때 떠올릴 수 있는 아시아 전문 여행사로 자리 잡는 것이 목표다.

요즘 외국인 관광객들은 어떤 한국 여행을 원할까. 최재효 대표는 “요즘 외국인들은 그냥 한국에서 한국 사람처럼 소비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오전에 경복궁에 갔다가 유행하는 베이커리 카페에 가고 유명 맛집이나 올리브영에 가서 화장품을 사는 식이다. 사실 여행 일정에 특별한 것은 없다. 우리에겐 익숙한 관광지라도 평생 한 번 한국에 오는 이들에게는 특별한 장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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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투어를 할 때는 그 지역에서만 느낄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더했다. 사진은 제천의 비닐 하우스에서 진행된 서퍼 클럽 이벤트. 사진 굿메이트 트래블

그래서 투어 프로그램을 짤 때도 특별한 경험을 위해 지나치게 깊게 들어가는 걸 경계한다. 최 대표는 “경복궁이나 광장시장이 뻔한 관광지라고 내국인은 꺼리지만, 외국인에게는 첫 경험”이라며 “결국 본인이 좋으면 좋은 건데, 너무 우리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은 프로그램이나 일정보다 중요한 건 즐거운 경험이고, 이런 걸 만들어주는 게 진짜 환대가 아닐까”라고 말했다.

사실 수많은 여행 일정을 주관하다 보면 사람이 하는 일이니 언제나 돌발 상황이 생긴다.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순간 한국인 특유의 ‘유도리(유연함)’가 발휘되는데, 최 대표는 “이런 유연함이야말로 우리식 환대의 정수”라고 말한다.

“한국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눈치나 오지랖이 장착돼 있잖아요. 누가 힘들어 보이면 눈치껏 도와준다든지. ‘외국인들이 한국 여행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이라고 했을 때 이런 정서적인 면들이 굉장히 한국적으로 다가가는 것 같아요. 저는 바로 이게 세계에서도 통할 수 있는 한국적 환대(hospitality)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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