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헌재 결정에도 26개 법안 방치한 국회…李대통령 언급한 ‘낙태약’도 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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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낙태죄 폐지 1년 4.10공동행동 '모두에게 안전한 임신중지가 보장될 때까지'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헌법재판소가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법령 중 상당수가 국회의 후속 입법 없이 방치되면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는 올해 상반기 이 가운데 4건을 개정했지만, 헌재는 지난 14일 보도자료를 내고 “26건이 여전히 개정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낙태죄 7년 공백 속 36주 낙태도 발생
후속 입법이 뒤따르지 않은 대표적인 법 중 하나는 낙태죄(형법 개정안)다. 헌재는 2019년 4월 11일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국회에 “태아의 생명보호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실현을 최적화할 수 있는 해법”을 마련하라고 국회에 요구했지만 7년째 입법은 없는 상태다. 21대 국회에서 임신 ‘14주 초과’‘24주 초과’‘전면 폐지’ 등 법안이 발의됐으나 모두 임기 만료로 폐기됐고, 22대 국회에서도 임신중절 허용 범위와 방식을 두고 의견이 충돌하며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낙태 수술 과정을 촬영해 유튜브에 올린 산모 권모(26)씨는 살인죄로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병원장과 집도의는 각각 징역 6년과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공백은 현장의 혼란을 낳고 있다. 지난달 4일 1심 결론이 나온 ‘36주 낙태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에서는 태아가 ‘모체 밖’에서 사망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형법상 살인 혐의가 적용됐지만, 분만 여부가 확인되기 전까지 형법상 낙태죄 처벌 규정은 공백 상태다. 1심 재판부도 판결문에서 “국회가 별다른 개선입법을 하지 않아 임신한 여성이 언제까지 어떠한 사유로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에 관한 규범적 공백과 혼란이 발생했다”며 “범행 가담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도입 필요성을 언급한 임신중지약물(낙태약) 도입도 법 공백 속 7년간 답보 상태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약물 도입을) 정부는 모른 척하고 방치하고 그런 상태죠?”라고 물으며 “숙고를 몇 년째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도 같은 달 “식약처에서 빠르게 유해성 여부를 검토하고 사용을 허락해 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다만 식약처는 임신중지 허용 기간 및 약물에 의한 중지 허용 여부가 법률로 정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약사법, 24년간 후속 입법 없어 최장 사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4회국회(임시회) 제6차 본회의에서 마지막 법안인 정치자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뉴스1
장기간 방치된 법안은 낙태죄만이 아니다. 헌재는 2002년 9월 법인약국 설립을 제한한 약사법이 위헌이라고 결정했지만 약사업계의 반대 속 23년 6개월 넘게 후속 입법이 없는 상태다. 해당 법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헌재 결정에도 법인약국은 여전히 설립이 불가능한 상태다.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한 집회시위법도 2009년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뒤 입법 지연이 계속되며 15년 9개월 이상의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개정을 마친 법안들도 길게는 수년간의 공백 끝에 통과됐다. 헌재에 따르면 헌법불합치 결정의 43%는 개정시한을 지나서 법이 개정되며 입법공백이 발생했다. 지난달 개정된 국민투표법은 헌재 결정 후 법 효력이 상실되고 법 개정까지 최장시간이 소요된 법이다. 헌재가 2014년 7월 재외국민 투표권 행사 제한을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릴 때 개정 시한은 이듬해 12월이었다. 시한을 넘긴 뒤에도 법 개정을 않다가 약 10년 만에야 법이 개정됐다.
패륜 상속인의 유류분 청구를 제한하도록 한 민법 개정안은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헌재가 결정한 시한(2025년 12월 31일)을 넘겼다. 이 때문에 수개월간 전국 각급법원의 유류분 소송이 ‘기일 추후 지정’ 상태로 멈춰서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헌재는 결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홈페이지 ‘미개정 법령현황’ 게시판에 후속 입법이 필요한 법령을 상시 공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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