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심플한 투구분석표는 거부한다…‘외국인 팔색조’ KT 보쉴리
-
4회 연결
본문
(대전=뉴스1) 김기남 기자 = 31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KT 위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 KT 보쉴리가 5회 한화 노시환을 삼진 잡으며 무실점 환호하고 있다. 2026.3.31/뉴스1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어김없이 양팀 선발투수들의 투구분석표가 제공된다. 여기에는 그날 던진 구종과 구속이 이닝별로 기재된다. 투수가 어떤 이닝에서 어느 구질을 던졌고, 구속은 얼마까지 기록했는지 그대로 드러난다.
그런데 요즘 KBO리그에는 ‘심플한’ 투구분석표를 거부하는 투수가 있다. 다양한 구질을 자유자재로 던지는 KT 위즈의 외국인 에이스 케일럽 보쉴리(33·미국)다.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뛰다가 올해 KT 유니폼을 입은 보쉴리는 한 달간 가장 압도적인 성적을 냈다. 현재까지 4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며 KT의 초반 순항을 이끌고 있다. 23이닝을 던지는 동안 기록한 자책점은 단 2점(평균자책점 0.78). 변화무쌍한 공으로 투구분석표를 ‘지저분하게 만드는’ 보쉴리를 최근 창원 원정길에서 만났다.
보쉴리의 최대 무기는 다양한 구질이다. 투심 패스트볼을 중심으로 스위퍼와 체인지업, 커브, 커터, 직구를 고르게 구사한다. 103구를 던진 지난 12일 수원 두산 베어스전을 보면, 평범한 직구는 단 2개뿐이었다. 대신 41개의 투심 패스트볼과 32개의 스위퍼를 핵심 구종으로 활용했다. 또, 체인지업과 커브, 커터도 10개 안팎으로 던졌다. 보쉴리의 다양성은 과거 해태 타이거즈에서 활약했던 조계현을 떠올리게 한다. 조계현은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 스플리터, 체인지업, 싱커, 팜볼 등 10개 가까운 구종을 던지면서 ‘팔색조(8개 색깔의 깃털을 지닌 천연기념물 제204호)’라는 별명을 얻었다.
물론 보쉴리가 처음부터 이렇게 많은 구질을 구사한 것은 아니었다. 보쉴리는 “마이너리그에서 막 뛰기 시작한 2017년에는 직구와 커브밖에는 던질 줄 몰랐다. 그렇게는 살아남기 어렵다고 판단해 체인지업을 배웠고, 그 다음으로는 투심 그리고 커터를 차례로 마스터했다”고 말했다. 이어 “KBO리그 타자들은 2스트라이크 이후에도 공을 맞추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래서 투심과 스위퍼가 중요한 몫을 하고 있다. 투심과 스위퍼는 같은 궤적에서 출발하지만 투심은 우타자 기준 몸쪽, 스위퍼는 바깥쪽으로 휘어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전=뉴스1) 김기남 기자 = 31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KT 위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 KT 보쉴리가 선발 투구하고 있다. 2026.3.31/뉴스1
보쉴리는 배우는 자세가 남다른 선수다. KT 제춘모 투수코치는 “무언가를 습득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변화를 절실하게 느낀다고 할까. 나이도 적지 않은데 여전히 메모하는 습관까지 있다”면서 “일례로 기존 던지던 체인지업 변화를 들 수 있다. 이강철 감독님과 상의해 체인지업 구속을 조금 낮췄다. 손가락 그립을 완전히 바꿔 구속이 비슷한 다른 구종과 차별화를 뒀다”고 설명했다.
스위퍼를 갖추게 된 일화도 독특하다. 지난해까지 슬라이더를 구사했던 보쉴리. 한국에서 만난 KT 동료 맷 사우어로부터 스위퍼를 배웠다. 그런데 이 스위퍼의 원래 주인은 사우어와 LA 다저스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오타니 쇼헤이라고 한다. 이강철 감독은 “보쉴리는 손 감각이 좋아서 스위퍼를 빠르게 배웠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사우어는 이 공을 던지지 못한다”며 웃었다.
보쉴리는 7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난 보쉴리는 어릴 적 자연스럽게 야구를 접했단다. 소프트볼 선수로 뛴 누나들을 보며 공을 잡았고, 고향의 위스콘신대학교를 거쳐 2023년에는 평소 응원했던 밀워키 브루어스 유니폼까지 입었다. 이제 한국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보쉴리는 “내가 등판하는 날 KT가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 내가 버텨야 우리가 한국시리즈까지 갈 수 있다고 믿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창원=고봉준 기자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