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소방서에 어린이집이?…돌봄공백 급한불 끄는 '119돌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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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경북 고령군 고령소방서 내 '119아이행복돌봄터'에서 돌보미들과 함께 아이들이 보드게임을 하고 있다. 김정석 기자
지난 21일 오후 경북 고령군의 한 돌봄시설에서 어린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교사들과 함께 보드게임을 하거나 책장에 가득 꽂힌 그림책을 펼쳐 보는 어린이들의 표정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어린이집처럼 보이는 공간이었지만, 이곳은 조금 특별한 점이 있었다. 바로 이 돌봄시설이 소방서 3층에 있다는 점이었다.
고령소방서 3층으로 올라가면 ‘119아이행복돌봄터’라는 간판이 걸린 돌봄시설이 마련돼 있다. 주황색 근무복을 입은 소방공무원들이 분주하게 일하고 있는 1~2층의 분위기와 달리 벽에 알록달록한 그림이 그려진 3층은 전혀 소방서처럼 보이지 않았다.
경북소방본부는 전국 광역 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119아이행복돌봄터(이하 119돌봄터)를 운영하고 있다. 119돌봄터는 보호자의 질병이나 사고 등 긴급 상황에서 발생하는 돌봄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긴급 상황뿐 아니라 맞벌이 가정이나 한부모 가정에서 부모가 아이를 돌보기 어려울 때도 119돌봄터를 이용할 수 있다. 하루 최대 12시간까지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지난 21일 경북 고령군 고령소방서 전경. 김정석 기자
지난 21일 경북 고령군 고령소방서 내 '119아이행복돌봄터' 모습. 김정석 기자
이날 고령소방서 119돌봄터에서 만난 김도연(9)양과 김지한(6)군도 각각 학교와 유치원을 마친 뒤 태권도 학원에 갔다가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맞벌이 부부인 부모님이 오후 6시에 퇴근을 하기 때문에 집이 비는 시간에는 이곳에 머무르고 있다.
119돌봄터에서 돌보미로 활동하는 교사들도 각 읍·면 단위로 운영되는 의용소방대원들로 구성돼 있다.
고령군 대가야의용소방대에서 20년째 활동 중인 김지원(62)씨는 “2023년 양성교육을 수료하고 돌보미로 활동 중”이라며 “고령소방서 119돌봄터에는 총 19명의 돌보미가 있는데 평일은 오전·오후 각각 2명씩 일하고 주말이나 심야 시간에도 2명씩 돌아가며 긴급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1일 경북 고령군 고령소방서 내 '119아이행복돌봄터'에서 돌보미들과 함께 아이들이 그림책을 읽고 있다. 김정석 기자
지난 21일 경북 고령군 고령소방서 내 119아이행복돌봄터에서 돌보미들과 아이들이 바둑돌을 이용한 게임을 하고 있다. 김정석 기자
김씨는 홀로 두 딸을 키우는 어머니가 새벽에 급히 아이들을 맡겼을 때 돌보미로 활동하는 것에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친정 아버지가 갑자기 대구에서 수술을 받게 됐다는 소식을 들은 아이들 어머니가 한겨울에 슬리퍼만 신고 와서 급히 소방서 문을 두드렸다”며 “당시 119돌봄터가 없었다면 젖먹이 자식을 둔 어머니로선 정말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보호자가 갑작스러운 질병으로 구급차 이송이 필요한 상황에 홀로 남겨질 위기에 처한 생후 3개월 영아를 인근 소방서 119돌봄터로 연계한 사례, 아픈 신생아를 데리고 급히 응급실로 이동해야 했던 부모를 대신해 첫째 아이를 안전하게 돌본 사례도 눈에 띈다.
119돌봄터는 2020년 영덕소방서와 경산소방서 등 2개 소방서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한 후 현재 경북도내 22개 전 소방관서로 확대 운영되고 있다. 이용 실적도 꾸준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2023년 9292명, 2024년 1만5889명, 지난해 1만6809명이 경북 지역 119아이행복돌봄터를 이용했다.
지난 21일 경북 고령군 고령소방서 내 '119아이행복돌봄터' 모습. 김정석 기자
지난 21일 경북 고령군 고령소방서 내 119아이행복돌봄터에 마련된 장난감들. 김정석 기자
특히 지난해 전체 이용 인원 중 22.5%에 해당하는 3775명이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 사이의 심야 시간에 돌봄 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집 같은 돌봄 시설이 대응하기 어려운 취약 시간대의 돌봄 공백 해소에 119돌봄터가 기여한 셈이다.
또 돌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고열이나 부상 등 돌발 상황에도 소방서 내 상주하는 전문 구급대원이 즉시 응급처치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박성열 경북소방본부장은 “보호자의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으로 돌봄 공백이 발생한 상황에서 소방서가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도민이 필요로 하는 순간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돌봄 안전망으로서 119아이행복돌봄터를 지속적으로 확대·강화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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