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모잠비크 대통령 "中 통일실현 지지" 서명날 대만 총통 순방 첫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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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다니엘 차포(오른쪽) 모잠비크 대통령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서명식에 입장하고 있다. 로이터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사이 대만의 입지는 확연히 좁아지고 있다. 베이징을 방문한 다니엘 샤푸 모잠비크 대통령이 “통일 실현을 위한 중국 정부의 모든 노력을 확고히 지지한다”는 내용의 양국 운명공동체 공동성명에 서명한 22일,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의 스와질란드 방문(22~27일 예정)은 연기됐다. 스와질란드는 모잠비크와 국경을 맞댄 아프리카 국가로, 대만 측은 중국의 압박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판멍안(潘孟安) 대만 총통부 비서실장은 이날 라이 총통이 아프리카 유일 수교국인 스와질란드를 방문하지 못 한 데 대해 “경유지 일부 국가의 항공편 운항 허가가 일시적으로 취소됐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세이셸·모리셔스·마다가스카르가 예고 없이 항공편 운항 허가를 취소한 것은 중국 당국의 강력한 압력, 특히 경제적 압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3국에 주권적 결정을 강요하는 전례 없는 행위는 항공 안전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관련 국제규범과 관행을 위반하는 타국 내정에 대한 노골적 간섭”이라고 규탄했다. 대만 총통의 수교국 방문이 중국의 압력으로 취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대만연합보는 지적했다.

중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이날 오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샤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신시대 중·모 운명공동체로 격상하는 데 동의했다고 관영 신화사가 보도했다. 양국 정상은 중국의 통일 실현을 강조하는 내용 등을 담은 28개 조항의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특히 ‘운명공동체 공동성명’ 6항은 “모잠비크 측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무조건 지지한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으며, 어떠한 형태의 ‘대만 독립’에도 단호히 반대하고, 중국 정부가 국가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확고히 지지한다”고 명기했다. 또 “홍콩·티베트·신장 및 인권 등 문제에서 중국의 입장을 확고하게 지지한다”라고도 했다.

이번 공동성명에 담긴 “통일 실현” 문구는 지난 1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발언과도 일맥상통한다. 김 위원장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에게 “나라의 영토완정을 실현하기 위한 중국 당과 정부의 모든 대내외 정책들을 전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당시 중국 관영 신화사는 “영토완정을 위한 정당한 입장과 모든 노력을 굳게 지지한다”며 수식어 “정당한”을 추가했다.

전날 시 주석은 회담에서 “중동 전쟁이 아프리카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또 “5월 1일부터 53개 아프리카 수교국에 제로 관세 조치를 시행한다”고 예고하며,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 구상,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 이행, 경제·무역 협력 등 20개 이상의 협력 문서 서명식을 참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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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판멍안(왼쪽) 대만 총통부 비서실장과 우자오셰(吳釗燮) 대만 안전보장회의 비서장이 기자회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대만총통부

대만 여야 정치권은 총통의 순방 무산에도 정쟁을 이어갔다. 판 비서실장은 질의응답에서 “이른바 중국의 선의는 거짓이고, 위협이 진짜라는 것을 잘 증명했다”며 이달 초 정리원 국민당 주석과 시 주석 회담을 비판했다. 반면 야당인 훙멍카이(洪孟楷) 국민당 입법위원은 “모든 일을 베이징의 탄압으로 쉽게 탓할 수 없다”면서 “당국은 구체적 증거를 내놓으라”고 주장했다. 인나이칭(尹乃菁) 국민당 문화통신위원회 주임은 “라이 총통의 순방 취소와 정 주석과 시 주석 회담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대만 학자들은 향후 외교적 고립 악화를 우려했다. 황구이보(黃奎博) 대만 정치대 외교학과 교수는 “이미 미국 경유가 어렵고, 스와질란드 방문까지 불가능한 상황에서 태평양 도서국, 남미, 바티칸까지 모든 수교국을 방문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미국의 경유 허용에만 집착해선 안 되고 진정성을 가지고 수교국을 방문해 사심 없는 미덕을 보여 외교 기반을 다지고 적절한 시기에 더 많은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대만은 지난 2016년 민진당 집권 후 10년 동안 수교국이 23개국에서 12개국으로 급감했다. 남은 수교국도 가장 가까운 마셜 제도가 5600㎞, 가장 먼 파라과이는 2만㎞ 떨어져 경유 없이는 총통의 순방이 어려운 상황이다.

22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세계에는 이미 이른바 ‘중화민국총통’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 신분을 이용해 기반하고 속이는 자는 역사의 흐름을 어기는 자이며 스스로 수치를 안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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