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 역봉쇄, 이란 균열 속 ‘휴전연장’…트럼프, 출구 못찾고 불확실성 커졌다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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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전미대학체육협회(NCAA) 전국 챔피언 축하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 지도부와 협상단이 통일된 제안을 마련할 때까지 이란 공격을 중단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휴전 기한을 연장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 한발 물러섰다. 21일(현지시간) 오후 이란전쟁 휴전 연장을 전격 선언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올린 성명에서 “이란 정부가 심각하게 분열돼 있다는 사실과 파키스탄의 아심 무니르 총사령관 및 셰바즈 샤리프 총리의 요청에 의거해 우리는 이란 지도부와 협상단이 통일된 제안을 마련할 때까지 이란 공격을 중단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들의 제안이 제출되고 (종전) 논의가 어느 쪽으로든 결론이 날 때까지 휴전을 연장할 것”이라고 했다. 자신이 설정한 휴전 종료 시한(미 동부시간 기준 22일 오후 8시)을 약 28시간 앞둔 시점이었다.

지난 11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진행됐던 1차 종전 담판 이후 같은 장소에서 2차 협상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됐지만 끝내 불발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휴전 연장은 없으며 이란이 합의를 수용하지 않으면 폭격을 재개하겠다고 수차례 공언해 왔는데, 다시 ‘타코(TACO·트럼프는 항상 꽁무니를 뺀다는 뜻) 본능’을 보였다는 평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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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이란과의 휴전 기간 연장을 선언하며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 사진 트루스소셜 캡처

이란 “트럼프의 결정, 아무 의미 없다”

이란은 냉담했다. 첫 반응은 협상단을 이끄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의 참모인 마흐디 모하바디 보좌관으로부터 나왔는데, 그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트럼프의 휴전 연장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에 따르면, 이란군은 “최소한 호르무즈해협을 개방하지 않을 것이며 필요할 경우 (미국의) 봉쇄를 무력으로 해제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재개 대신 휴전 연장을 택함으로써 최악의 파국은 피했다. 다만 중동 정세는 계속해서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을 이어가게 됐다.

파국 피했지만 중동 불확실성 확대

미국과 이란이 2차 종전 협상의 물꼬를 트지 못하고 휴전 연장으로 들어간 데에는 무엇보다 미국의 강력한 ‘이란 해상 역봉쇄’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지난 7일 미국과 이란이 ‘2주 휴전’에 합의한 뒤 1차 종전 협상에 들어갈 때만 해도 이란은 유리한 상황인 듯했다.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글로벌 에너지 위기감을 고조시켰고 이는 미국 내 여론 악화로 이어져 트럼프 대통령이 수세에 몰리는 듯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차 협상 결렬 직후 미국이 이란 항구를 드나드는 모든 선박을 역으로 봉쇄하며 물자 유입을 차단하자 상황은 반전됐다. 가뜩이나 경제난에 시달렸던 이란은 ‘돈줄’이 끊기자 즉각적인 압박을 받았고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전쟁 행위”라고 규탄하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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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란 해상 봉쇄 작전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월스트리트저널(WSJ)]

미 역봉쇄에 이란 강력 반발…협상 참여 미뤄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휴전 연장에도 ‘이란 봉쇄 작전’은 계속된다고 밝혔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도 “미 해군은 이란 항구 봉쇄를 계속할 것”이라고 확인하며 “며칠 내로 이란 하그르섬의 (원유) 저장고는 꽉 찰 것이며, 취약한 이란의 유정들은 사용 중단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봉쇄로 이란의 석유 수출길이 끊기면서 석유 수출 핵심 거점인 하르그섬의 원유 저장 시설이 곧 포화상태에 이르고 유정 원유 시추도 사실상 중단될 거라는 의미다.

다만 미국의 ‘역봉쇄’ 압박은 이란의 강경 대응을 유도하며 협상 여지를 좁히는 요인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란이 ‘휴전 합의 위반’을 이유로 계속 2차 종전 협상 참여 결정을 미루며 강 대 강 대치로 맞섰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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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이란 내 강온파 분열, 협상 동력 떨어뜨려

이란 내부의 강온파 간 균열 양상도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대표적인 예가 호르무즈해협 재개방을 둘러싸고 노출된 이견이다. 지난 16일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열흘 휴전’ 합의 이후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자국의 지정 항로를 전제로 “호르무즈해협이 다시 개방될 것”이라고 했지만, 강경파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미국의 역봉쇄를 빌미 삼아 ‘해협 재봉쇄’에 나선 것이다.

단일한 입장을 도출하지 못하는 구조가 협상의 동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휴전 연장의 이유 중 하나로 “이란 정부가 예상대로 심각한 분열 상태에 있다는 사실”을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란의 ‘트럼프 불신’도 협상 교착 요인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이란의 뿌리 깊은 불신도 협상 교착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5년 맺은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집권 1기 때인 2018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이후 지난해 6월 이란의 핵시설을 정밀 타격한 ‘미드나잇 해머’ 작전과 지난 2월 28일 시작한 ‘장대한 분노’ 작전도 이란과의 핵 협상이 한창 진행되는 와중에 기습적으로 감행해 이란의 불신을 키웠다.

미국의 휴전 연장 선언으로 협상 모멘텀은 유지했지만 ‘종전의 출구’는 찾지 못한 채 ‘불안한 휴전’을 끌고 가는 상황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연장 시한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은 채 “이란이 통일된 협상안을 내놓고 논의가 종결될 때까지”라고만 했다. 사실상 무기한 연장을 선언하며 공을 이란에 넘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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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시민들이 지난 2월 말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 지도자의 그림과 함께 반미·반이스라엘 메시지가 담긴 벽화 앞을 지나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불안한 휴전’…물밑 협의 난항 예상

양측은 물밑 논의는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최종 합의까지는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이란 핵 프로그램 폐기와 호르무즈 개방이라는 핵심 쟁점에서 양측 입장차는 여전히 크다.

휴전 기간 언제든 무력 충돌이 재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군은 이미 중동에 대규모 군사력을 배치하고 추가 공습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군은 이란 화물선 ‘투스카호’ 나포에 이어 이란 연계 유조선 ‘티파니호’를 나포하며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의 역봉쇄를 전쟁행위로 규정하고 군 대비 태세를 강조한 이란과의 무력 충돌 가능성은 상존하는 상황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소모전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고 미국 내 여론도 전쟁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점, 이란 역시 심화된 경제적 압박에서 탈출구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은 종전 협상 유인 요소다. 협상 재개의 관건은 미국이 쥔 이란 해상 봉쇄 카드에 달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란의 아미르 사이드 이라바니 유엔 상임대표는 이날 유엔본부에서 “미국이 해상 봉쇄를 끝내는 즉시 협상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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