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살인범은 누구냐”…韓 ‘머더 미스터리’ 게임시장 두드리는 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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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낯선 논둑길 위에 서있었다. 의식은 흐릿했지만 이곳이 꿈속이라는 사실만큼은 이상할 정도로 또렷했다.’

악몽 속을 떠도는 6명의 낯선 사람들. 그리고 밝혀내야 하는 진실. 한편의 소설이나 영화 같은 설정이지만 게임 이야기다. 오는 9월 한국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는 ‘머더 미스터리(Murder Mystery)’ 게임 ‘황천을 떠도는 자들’ 얘기다. 스마트폰이나 PC를 사용해 즐기는 게임이 태반인 요즘, 여럿이 모여 각기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며 범인을 찾아내는 아날로그 게임을 들고 한국 시장을 두드리고 있는 가네시로 다다시(金城匡志·32)를 지난 22일 도쿄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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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더 미스터리 게임 '황천을 떠도는 자들' 게임을 즐기고 있는 모습. 사진 가네시로 다다시 제공.

참가자가 등장인물 중 한 사람이 되어 살인 사건의 진상을 추리하는 체험형 게임인 머더 미스터리물을 그는 왜 한국에서 도전하려 하는 것일까. 그는 “영화처럼 정해진 길이 아니라 내가 이야기를 만들고, 이야기 속에 들어가게 되는 즐거움을 한국분들도 알게 되고 즐기길 바란다”고 했다. 그가 제작한 ‘황천을 떠도는 자들’은 커넥트게임즈를 통해 출시되는데, 한국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텀블벅에서 5월 중순까지 펀딩을 진행 중이다. 펀딩 시작 일주일만에 목표금액의 96%를 단숨에 달성할 정도로 머더 미스터리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머더 미스터리 게임을 어떻게 제작하게 됐나.
“일본에서 한 5년 전부터 유행해서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수수께끼를 만들던 사람, 추리소설을 쓰던 사람, 보드게임을 만들던 사람들이 ‘이거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며 참여하기 시작했다. 나 역시 보드게임과 수수께끼 등을 만들다가 하게 됐다.”

그는 와세다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일본에서도 연봉이 약 2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유명한 회사인 키엔스에 들어갔다. 고연봉에다 독특한 기업문화를 갖고 있어 합격이 바늘구멍인데, 특히 '설득 면접'으로 유명하다. 예컨대 ‘나는 아침에 빵을 먹는데 3분 안에 저를 밥먹는 파로 만들어 보라’는 식으로 면접관이 압박 면접을 한다. “좋은 회사지만 로직이 강하고, 장난기가 없는 문화가 나와는 안 맞다”란 생각에 회사를 나온 그는 광고 업계를 거쳐 게임과 관련 깊은 세가 엑스디에 들어가 보드게임을 만들었다.

머더 미스터리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이야기 속에 들어간 느낌을 정말 좋아한다. 가끔 만화를 보다 몰입해서 빠져드는 경우가 있지 않나. 머더 미스터리 게임의 매력은 ‘내가 그 이야기를 직접 한다’는 거다. 가령 역할이 적힌 책자를 5분 정도 읽고 ‘당신은 이 저택에 왔다. 이런 비밀이 있다. 함께 온 사람의 애인인데 원한이 있다. 당신은 살의를 갖고 죽였다.’ 이런 이야기를 읽고 시작하는 거다. 그럼 게임을 시작하면서 ‘아, 내가 범인이구나’를 알고 출발하는 거다. 함께 게임하는 5명은 각자 다른 설정을 읽고 각자의 비밀을 안고 게임에 뛰어든다. 서로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저 방에 칼이 떨어져 있었대요. 그거 당신이 갖고 있었던 거 아니에요?” 이런 대화들을 각기 자신의 판단에 따라 나누게 된다. 이 때문에 이야기 전개가 계속 바뀐다. 하다 보면 내가 정말 그 역할인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몰입하는데, 캐릭터 감정에 따라 우는 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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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더 미스테리 게임 '황천에서 떠도는 자들'의 제작자 가네시로 다다시. 김현예 특파원

한국 시장 진출은 왜인가.
“‘아노마리스’라는 브랜드로 게임을 내고 있는데, 우연히 한국의 커넥트게임즈를 만나게됐다. 한국서도 세계관, 롤플레잉, 특히 일본식 호러 분위기 게임이 인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실제로 조사를 해보니 JTBC 추리 예능인 ‘크라임씬’ (2014년)을 시작으로 팬덤이 형성되기 시작해, 올 1월엔 넷플릭스에서 시즌6 제작이 확정되는 등 한국발 추리 엔터테인먼트가 영향력을 키우고 있었다. 홍대와 강남을 중심으로 크라임씬 카페도 인기다. ‘오징어 게임’ 영향도 있어서 세계관 몰입형 콘텐트를 좋아하는 분위기라고 느꼈다.”
목표가 있다면.
“완전히 몰입하는 새로운 게임 장르를 만들고 싶다. 예컨대 호텔에 묵었는데 갑자기 사건이 발생하고, 실제 물건을 사용해 추리한다거나, 인공지능(AI)이 사람처럼 대화하면서 사건을 의뢰한다든지 하는 현실인지 게임인지 헷갈리는 콘텐트를 해보고 싶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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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더 미스터리 게임 '황천을 떠도는 자들'

시장 확대에 어려움은 없나.
“인지도가 아직 낮다는 거다. 영화나 만화처럼 아직은 대중적이지 않다. 하지만 점차 늘어나고 있고 체험형 카페나 모임 문화도 확산하고 있어서 지금이 성장 초기 단계라고 본다.”
추리물 특성상 1번만 게임할 수 있지 않나.
“그것도 어려운 점 중 하나다. 하지만 현실을 잊고 다른 세계에 들어가는 경험을 하는 즐거움이 있다. 어떤 면에선 게임을 함께 하는 ‘친구 모으기’가 가장 어려울 수도 있다. (웃음)” (※머더 미스터리 게임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장시간에 걸쳐 대화와 증거를 갖고 범인을 추리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머더 미스터리를 준비하고 있는 그는 “교육 방송 진행자가 되어 아이들 앞에서는 웃으면서 이야기하고, 뒤에서는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새로운 세계에 들어가보고 싶어 하는 한국 이용자들이 많이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머더 미스터리 게임은

머더 미스터리의 시초는 19세기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추리 소설 분야의 거장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가상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놀이가 유행한 것이 시초로 꼽힌다. 서구권을 중심으로 1940년대 이후 보드게임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폭발적인 시장으로 성장하게 된 것은 2010년대의 일이다. 중국에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체험형 추리 게임(剧本杀)이 인기를 얻으면서 시장 규모가 수조원대로 불어났다. 일본에서도 2019년부터 인기를 얻기 시작해 하나의 장르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 열린 일본 최대 아날로그 게임 박람회에 역대 최대 규모인 3만명이 찾아오고, 머더 미스터리 관련 부스만도 60개 이상 생겨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2024년 10월엔 일본 머더 미스터리 작가협회가 발족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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