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MVP 1초도 못 뛰었지만…팀이 MVP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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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가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삼성생명을 3연승으로 꺾고 우승했다. [연합뉴스]
위기는 종종 약진의 계기가 된다. 2025~26 여자프로농구(WKBL) 통합 챔피언 청주 KB가 바로 그랬다.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팀의 주축 박지수가 불의의 부상을 당했는데,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박지수라는 불이 꺼지자 허예은·강이슬·사카이 사라 등이 몸을 던지며 통합 우승을 일궈냈다. KB가 ‘박지수 원맨팀’에서 ‘원팀’으로 도약한 것이다.
KB는 26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용인 삼성생명과의 챔프전 3차전에서 80-65로 승리했다. 5전3선승제 챔프전에서 3연승을 거두며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021~22시즌 이후 4시즌 만의 우승이다. KB의 챔프전 우승은 이번이 세 번째인데, 모두 통합 우승이었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KB는 우리은행과의 4강 플레이오프 2연승에 이어 챔프전에서도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으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신장 1m93㎝의 박지수는 정규리그 23경기에서 평균 16.5점 10.1리바운드를 기록한 간판 스타다. KB 공격과 수비의 시작이자 끝이었다. 정규리그 MVP 박지수는 챔피언결정전에서 단 1초도 뛰지 못했다. 훈련 중 발목을 다쳐 지난 22일 1차전부터 벤치를 지켰다. 농구 전문가들은 박지수가 빠지면 KB와 삼성생명의 대결이 백중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챔피언결정전 MVP를 차지한 뒤 골대 그물을 자르는 세리머니를 하는 KB 허예은. [뉴스1]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가드 허예은은 “지수 언니가 없어서 졌다는 말은 죽어도 듣기 싫었다”며 투지를 불태웠다. 쉬는 시간이면 미국 프로농구(NBA)를 즐겨본다는 1m65㎝의 단신 가드는 챔피언결정전 내내 코트를 종횡무진 누볐다. 허예은은 1차전 18점 6어시스트, 2차전 18점, 3차전 12점 8어시스트를 기록하며 KB의 우승을 진두지휘했다.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 기자단 투표에서 총 72표 중 47표를 획득해 팀 동료 강이슬(25표)을 제치고 영예를 안았다.
고감도 3점포를 장착한 강이슬은 1차전에서 23점(3점슛 6개)으로 최다 득점을 올렸고, 2차전에서는 12점 10리바운드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3차전에서도 28점(3점슛 3개)으로 최다 득점을 올리는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강이슬은 박지수 결장 소식에도 “우리의 수비 조직력이 좋아졌고 한 단계 성장했다는 확신이 있다”며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후배들을 다독이며 구심점 역할을 했다.
이전까지 KB는 박지수가 결장하면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엔 달랐다. 사카이는 “득점은 하지 못해도 리바운드는 꼭 차지하겠다는 마음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그는 2차전에서 9점 10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박지수의 공백을 메웠다. 3차전에서도 10점을 올렸다. 3차전에서는 이채은(14점)·송윤아(11점)까지 5명의 선수가 두 자릿수 득점을 했다.
1차전(69-56)·2차전(59-51)에서 거듭 삼성생명을 제압한 KB의 기세는 3차전에서도 꺾이지 않았다. 1쿼터부터 10점 안팎의 리드를 이어간 KB는 3쿼터를 67-48, 19점 차로 마무리하며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었다. 경기 막판 박지수를 기용해 세리머니를 펼칠 수 있었지만, 박지수는 “코트 안의 동료들이 빛나야 한다”며 이벤트성 출전을 사양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김완수 KB 감독은 “흔히 챔프전에서 이기려면 ‘미친 선수’가 나와야 한다고들 하는데, 이번엔 특정인 한 명이 아닌 선수단 전원이 제 몫을 다했다. 모두가 한곳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지도자로서 감동적인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박지수·강이슬·이채은 등 주축 선수들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데, 어떻게든 붙잡아 왕조를 구축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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