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술술 읽는 삼국지](125) 종회와 등애가 촉 정벌에 나서도 후주는 황호 품에서 환락만 일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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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 출처=예슝(葉雄) 화백

강유가 답중으로 물러나 군사를 둔치며 장기전에 돌입하자 등애가 염탐꾼을 보내 지형을 살피게 했습니다. 강유는 길가에 40여 개의 영채를 잇대어 세웠는데 마치 긴 뱀 모양을 하고 있었습니다. 등애가 이러한 내용을 사마소에게 알렸습니다. 사마소가 크게 노해 강유를 섬멸해서 걱정거리를 없애야겠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가충이 말했습니다.

강유는 제갈량의 비전(祕傳)을 깊이 터득하고 있어 당장 물리치기는 어렵습니다. 지혜 있고 용맹한 어느 장수가 가서 찔러 죽이면 군사를 동원하는 수고를 안 해도 될 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촉주 유선은 주색에 빠져 황호만 믿기 때문에 대신들이 모두 화를 피하려는 마음을 갖고 있다 합니다. 강유가 답중에 둔전하고 있는 것도 바로 화를 피하려는 계책일 것입니다. 만약 대장에게 치라고 하면 이기지 못할 것이 하나도 없는데, 무엇 하러 자객을 쓸 필요가 있습니까?

그 말이 가장 훌륭하구나. 종사중랑 순욱의 말이 좋겠다. 누구를 장수로 삼아야 하겠느냐?

등애는 바로 요즘 세상에 훌륭한 인재입니다. 거기에 종회를 더해 부장으로 삼는다면 큰일은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 말이 내 뜻과 같다!

사마소는 종회를 불러 동오를 치려는데 출군하겠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종회는 사마소의 본뜻이 촉에 있는 것이라고 하자 크게 웃으며 즉시 종회를 진서장군(鎭西將軍)으로 삼아 관중의 인마를 총괄토록 했습니다. 등애는 정서장군(征西將軍)에 임명했습니다. 사마소는 조정회의를 소집하여 서촉을 평정하기 위한 방책을 말했습니다.

내가 오와 촉을 치려 한지 이미 오래요. 이제 먼저 서촉을 평정하고 장강을 따라 수륙(水陸)으로 진격하여 동오를 병탄하겠소. 내 짐작에 서촉의 장병들은 성도를 지키는 군사가 8~9만 명, 국경을 지키는 군사가 4~5만 명, 둔전에 있는 강유의 군사도 6~7만 명에 불과할 것이오. 이미 등애에게 관외와 농우의 군사 10여만 명을 이끌고 강유가 동쪽을 돌아보지 못하게 답중에 묶어두라 일렀고, 종회에게 관중의 정예병 2~30만 명을 이끌고 곧장 낙곡으로 밀고 들어가 세 갈래로 한중을 기습하라고 했소. 촉주 유선은 아둔하기 때문에 밖으로 국경지방이 무너지고 안으로 인민들이 놀라 웅성거리면 틀림없이 망할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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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소. 출처=예슝(葉雄) 화백

종회는 작전이 누설될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오를 친다는 명분으로 오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1년 안에 촉을 무찌를 전략을 세웠습니다. 사마소는 종회의 출정을 성 밖 10리까지 나가 전송했습니다. 서조연 소제가 은밀히 말했습니다.

지금 주공께서는 종회에게 10만 명의 군사를 주어 촉을 치라고 보내셨습니다. 제 생각에 종회는 뜻이 크고 마음이 높아 혼자 대권을 쥐게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내 어찌 그것을 모르겠느냐?

그런데 어째서 다른 사람과 나누어 맡도록 하지 않으십니까?

모두가 촉을 공격하는 것을 반대하는데 종회만이 겁을 내지 않고 있다. 그가 가야만 촉을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이고, 전쟁에서 승리하면 모두가 고향으로 바삐 돌아오고 싶을 것이니 종회를 따라 반역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종회의 출병을 전송하던 대신 중에 오직 상국참군 유실만이 말없이 빙그레 웃었습니다. 이 모습을 본 태위 왕상이 그의 손을 잡으며 물었습니다.

종회와 등애 두 사람이 이번에 가서 촉을 평정할 수 있겠소?

틀림없이 촉을 무찌를 것입니다. 그러나 아마도 두 사람 모두 돌아오지 못할 것입니다.

왜 그렇소이까?

글쎄요. 허허허...

한편, 등애는 촉을 치라는 조칙을 받고 군마 점검을 마쳤습니다. 밤에 꿈을 꾸었는데 높은 산에 올라가 한중을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발밑에서 샘물이 펑펑 솟아오르는 꿈이었습니다. 등애는 아침이 되자 주역에 밝은 진로호군 소완을 불러 해몽을 부탁했습니다. 소완이 대답했습니다.

주역에 이르길, 산위에 수가 있는 것을 건(騫)이라 하는데, 건괘는 서남쪽이 유리하고 동북쪽은 불리하다고 했습니다. 장군께서 이번에 가시면 반드시 촉을 이길 것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일이 순조롭지 못하여 돌아오시지 못할 것입니다.

등애는 소완의 해몽을 듣고는 정색을 하며 언짢아했습니다. 이때 종회의 격문이 도착했습니다. 강유를 답중에 묶어두면 한중으로 집합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등애는 즉시 답중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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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료들의 배웅을 받으며 촉 정벌을 떠나는 종회. 출처=예슝(葉雄) 화백

강유도 이 사실을 알고 급히 후주 유선에게 표를 올려 장익과 요화에게 양평관과 음평교두를 지키도록 요청했습니다. 아울러 동오에 사자를 보내 구원을 청할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후주는 날마다 환관 황호와 궁중에서 놀이나 즐겼습니다. 후주는 강유의 표가 도착하자 황호를 불러 물었습니다. 그러자 황호가 말했습니다.

이것은 강유가 공명을 세우고 싶어서 이런 표를 올린 것입니다. 폐하! 마음 놓으시고 조금도 의심하거나 불안해하지 마소서. 신이 듣자니 성안에 어떤 신을 모시는 무녀가 있는데 앞날의 길흉을 꿰뚫어 본다고 합니다. 불러다 물어보소서.

나는 바로 서천의 토지신이다. 폐하는 마음 편히 태평을 즐기면서 무엇하러 다른 일은 물으시오? 몇 년 뒤에는 위나라 강토가 폐하에게 돌아올 것이오. 폐하는 아무런 걱정을 마시오.

후주는 더 이상 강유의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매일 궁중에서 주연을 벌이며 환락으로 날을 지새웠습니다.

종회는 허저의 아들 허의를 선봉으로 삼아 남정관을 빼앗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하마터면 다리에 빠져 죽을 뻔했습니다. 그러자 선봉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허의를 참수했습니다. 그러고는 곧장 낙성을 공격했습니다. 낙성은 부첨과 장서가 지켰습니다.

그런데 부첨이 종회와 싸우러 나온 사이에 장서가 항복해서 성을 빼앗겼습니다. 부첨은 피투성이가 되도록 싸우다 힘에 부치자 스스로 자결했습니다. 종회는 양평관을 점령하고 득의양양했습니다. 종회는 양평관을 얻었지만 매일 기병에 쫓기고 혼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부근 정군산에 제갈무후의 묘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지극한 정성으로 제사를 올렸습니다. 그러자 하늘이 맑아지고 바람도 그쳤습니다. 꿈속에 제갈량이 나타나 백성들을 보호하라고까지 알려주었습니다. 종회는 보국안민(輔國安民)이라고 쓴 깃발을 앞세우고 단 한 사람의 백성도 죽이지 못 하게 했습니다. 이리하여 한중의 백성들이 모두 성을 나와 환영했습니다.

강유는 위군이 크게 쳐들어오자 이를 막아내기에 동분서주했습니다. 하지만 등애의 포위 전략을 쉽게 뚫을 수 없었습니다. 죽을 고비를 넘기며 간신히 교두곡을 뚫고 나아갔습니다. 이때, 기다리던 장익과 요화가 군사를 이끌고 왔습니다. 강유는 요화의 말을 따라 검각으로 물러나 전열을 정비하기로 했습니다. 검각은 안전한지 걱정입니다. 모종강은 등애와 종회가 촉을 멸망시키려는 과정에서 다음과 같이 평했습니다.

‘위가 촉을 친 적이 꼭 두 번 있었다. 첫 번째는 조예가 세 갈래로 군사를 발진시켰다가 싸우지도 못하고 제풀에 물러갔고, 두 번째는 진창으로 군사를 진군시켰다가 장마를 만나 군사를 이끌고 돌아간 것이 그것이다. 이것을 보면 하늘은 위가 촉을 멸망시키게 하고 싶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하늘은 한나라를 부흥시키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또한 위가 한나라를 멸망시키게 하고 싶지도 않은 것이다. 이리하여 위를 멸망시킨 진에게 멸망시키게 한 것이다. 한의 멸망이 그나마 유감이 없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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