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말러 교향곡 ‘천인’ 연주하는 진솔…“여성의 힘, 모든 것을 구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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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진솔이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풍월당에서 열린 '말러 교향곡 3번', '모차르트 레퀴엠' 음반 발매 및 '말러 교향곡 4번' 공연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말러 교향곡 8번의 별칭 ‘천인(千人)’은 말 그대로 1000명의 연주자가 동원될 정도의 대곡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연주자, 공연장 섭외 등 현실적인 제약으로 클래식 본고장인 유럽에서도 연주되기 어려운 이 곡을, 한국의 30대 여성 지휘자가 연주한다.
2017년부터 말러 교향곡 전곡 프로젝트 ‘말러리안’을 진행해 온 진솔 지휘자(39)는 오는 3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음악당에서 합창단·오케스트라 등 400여명과 함께 말러 교향곡 8번을 무대에 올린다. 최근 전화 인터뷰로 만난 진 지휘자는 “앞선 연주들보다 ‘천인’ 준비 과정이 훨씬 복잡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음악이 주는 구원의 힘을 믿었던 말러에 푹 빠져서 나도 힘든 줄 모르고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말러가 이 곡을 초연할 때는 정말로 1000명이 넘는 연주자들이 무대에 섰다고 해요. 하지만 실제로 이 인원을 채우는 연주는 많지 않아요. 1000명이 무대에 서려면 대부분의 연주장을 뜯어 고쳐야 하는 수준이라서요. 저는 이번에 국립합창단, 부천시립합창단, 위너오페라합창단, 김포시립소년소녀합창단, 8명의 솔리스트(성악)와 말러리안 오케스트라까지 400여명과 함께 합니다.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릴 수 있는 최대 인원이에요.”
진솔 지휘자. [사진 말러리안 사무국]
벌써 아홉 번째 말러 교향곡 연주다. 하지만 여전히 후원, 연습 장소 마련 등 뭐 하나 쉬운 게 없었다. “합창 단원들을 한꺼번에 모을 연습 장소가 없어서 명성교회를 빌렸어요. 장소가 되니 또 시간이 문제예요. 어린이 합창단은 등교 때문에 모일 수 있는 시간이 한정적이라서 연습이 힘들어서 시간 조율하는 데 애를 먹었어요. 당연히 예산 문제도 있습니다. 공연 준비에 억 단위의 돈이 드는데 티켓이 매진되고 후원, 지원 사업 등을 다 끌어모아도 공연 준비 예산의 절반 남짓밖에 되지 않아요. 적자 날 걸 알면서도 후원해주신 분들에게 감사할 따름이죠.”
솔리스트, 오케스트라 단원 캐스팅도 그가 특별히 신경 쓴 점 중 하나다. “괴테의 소설 ‘파우스트’의 마지막 부분을 텍스트의 주된 내용으로 삼은 이 곡의 2부는 여성적인 힘이 모든 것을 구원한다는 서사를 갖고 있어요. 구원받은 이로 마리아 막달레나, 신의 중개자로 성모 마리아 등 여성을 등장시키죠. 실제로 그러한 내용을 담은 가사가 마지막 부분에 나오기도 하고요. 그래서 웅장한 소리를 내야 하는 금관악기군 수석을 전부 여성 단원으로 뽑았어요.”
그는 “말러와 사는 시대도 다르고, 처한 상황도 다르지만 마음만은 이어져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저는 이 곡을 ‘서양식 굿’이라고 해석하고 있어요. 이 곡을 쓸 당시 말러는 아내의 외도로 힘들어하고 있었대요. 그래서 아내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이 곡을 아내에게 헌정하고, 더 열심히 작곡에 몰두했던 것 같아요. 말러 스스로도 ‘이 곡을 들으면 나도 구원받을 수 있다’고 자신했을 정도로요. 그러나 곡이 아름답기만 한 건 아니예요. 입으론 구원을 빌지만 속으로는 나를 봐달라고 처절하게 외쳐요. 먼저 죽은 딸을 생각하면서 느끼는 고통 등도 함께 담겨있어요. 구원을 바라면서도 그 속에서 고뇌하는 모습이 참 인간적으로 느껴져요.”

지난 2024년 진솔 말러리안 시리즈 연주 장면. [유튜브 캡처]
이제 진 지휘자의 말러리안 프로젝트는 2번 ‘부활’의 연주만 남겨두고 있다. 그는 “지난 10년을 돌이켜보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도 모르겠다”면서 “한 청년의 무모한 도전을 믿어준 많은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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