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슬로스타터’ KT의 초반 선두 질주 비결은…핵심 선수 빠져도 끄떡없는 뎁스
-
4회 연결
본문
프로야구 KT 위즈가 ‘슬로 스타터’라는 꼬리표를 완벽하게 떼어버렸다. KT는 개막 후 한 달이 흐른 27일까지 17승 8패(승률 0.680)로 1위에 올라있다. 2위 LG 트윈스와의 격차는 0.5경기로 그리 크지 않지만, 벌써 승패 마진이 ‘+9’에 달하는 게 고무적이다. 지난해 우승팀 LG는 올해 통합 2연패를 향해 질주하고 있는데, 야구 관계자들은 “KT도 LG 못지않게 강력한 우승 후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KT는 팀 타율 1위(0.282), 팀 평균자책점 2위(0.380)으로 투타 모두 탄탄한 전력을 자랑한다.
승리 후 신인 이강민을 맞이하는 이강철 감독. 뉴스1
안현민과 허경민의 부상 뒤 1군에 올라와 맹활약한 장준원. 사진 KT 위즈
가장 눈에 띄는 건 일부 주전 선수 의존도가 크게 줄었다는 거다. 팀 뎁스(선수층)가 엄청나게 두꺼워졌다. 팀 간판으로 자리잡은 4번 타자 안현민, 베테랑 주전 내야수 허경민, 지난해 팀 내 최다 홀드(14개)를 올린 불펜 투수 원상현, 시즌 초반 맹타를 휘두르던 신예 류현인 등이 줄줄이 부상으로 이탈했는데 공백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지난해까지 주전이었던 김민혁, 주전과 백업을 오가며 활약하던 장준원 등이 적재적소에서 동료들의 빈자리를 메워준 덕이다.
지난해 6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KT는 올 시즌을 앞두고 큰 변화의 움직임을 보였다. 외부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뛰어들어 외야수 김현수(3년 50억원)와 최원준(4년 최대 48억원), 포수 한승택(4년 최대 10억원)을 영입했다. 모처럼 과감한 투자로 팀에 꼭 필요한 퍼즐조각을 맞춘 거다. 새 외국인 선수 구성도 시즌이 끝나자마자 빠르게 마쳤다. 다른 구단 관계자는 “요즘 KT는 진짜 이기기 어려워 보이는 팀”이라며 “베테랑 김현수가 중심을 꽉 잡고, 최원준 등 다른 FA도 제몫을 해내고 있다”고 감탄했다. 올해 입단한 19세 내야수 이강민은 확 달라진 KT 라인업에 수혈된 ‘젊은 피’다. KT 타선의 평균 연령을 대폭 낮추면서 신구조화의 선봉에 섰다.
KT가 비시즌에 영입한 외부 FA 김현수. 사진 KT 위즈
KT가 비시즌에 영입한 외부 FA 최원준. 사진 KT 위즈
마운드도 탄탄하다. 케일럽 보쉴리-맷 사우어-고영표-소형준-오원석으로 이어지는 선발진은 리그 최강이다. 지난해 세이브왕인 마무리 투수 박영현도 여전히 강력하다. 올 시즌 KT는 5회까지 앞선 15경기에서 모두 이겼다. 특히 1선발 보쉴리는 첫 3경기를 모두 무실점으로 막아 역대 KBO리그 개막 이후 최다인 22이닝 연속 무자책점 기록도 세웠다. 가장 최근 등판(24일 SSG 랜더스전)에선 5이닝 4실점으로 다소 주춤했지만, 여전히 5승 1패 평균자책점 1.93으로 특급 성적을 자랑한다. 사우어는 5경기에서 모두 5이닝 이상 소화하면서 선발투수 몫을 해냈다. 직전 등판(22일 KIA 타이거즈전)에선 6과 3분의 1이닝 2실점으로 가장 좋은 피칭을 해 상승세를 탔다.
재미있는 건, 사우어가 미국에서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에게 배워 온 스위퍼를 KT에서 만난 보쉴리에게 전수했다는 거다. 정작 사우어는 그 그립이 손에 잘 맞지 않아 애를 먹었는데, 보쉴리가 곧바로 흡수해 경기 때 활용하기 시작했다. 국내 선발 소형준과 오원석도 이 스위퍼 그립을 빠르게 익히고 있다는 후문이다. KT 관계자는 “외국인 선수들이 KBO리그의 새 환경에 잘 적응해나가고 있다”며 “아시아쿼터로 뽑은 스기모토 코우키도 변화구 구사율을 높이고 이강철 감독님께 조언도 구하면서 반등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2021년 이후 두 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이강철 KT 감독. 뉴스1
KT는 여러 해 동안 늘 시즌 초반 성적이 좋지 않았다. 이강철 감독은 “지난해까지는 개막 2연승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며 껄껄 웃었다. 올해는 다르다. 개막 5연승으로 기분 좋게 출발했고, 봄부터 무서운 질주를 시작했다. 진격의 막내구단이 2021년 이후 5년 만의 정상을 향해 힘찬 스타트를 끊었다.



댓글목록 0